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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 나선 이용섭 광주시장을 향한 ‘고언(苦言)’


  • 이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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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8-20 10:49:34

    ▲이용섭 광주시장은 19일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으로 대회 유치에 나섰다. /이완수 기자

    [베타뉴스=이완수 기자] ‘슛오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인의 가슴을 졸이게 했던 2020도쿄올림픽 안 산 선수의 양궁 결승전. 과녁을 향해 쏘는 활 한 발로 메달 색깔을 바꿔버리고 올림픽 챔피언 등극을 결정하는 순간이다.

    여기에 한 번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이겨낸 2020도쿄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가 광주서 나고 자라 광주여대 2학년에 재학 중이고 2016리우올림픽 2관왕 기보배 선수 등까지 광주시가 추진하는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 홍보대사로 나섰으니, 개최지는 ‘따놓은 당상’ 이란 게 대다수 여론이다.

    더구나 광주시는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에다 국제양궁장까지 갖췄으니 세계양궁연맹(WA)도 광주를 결정하는 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오는 9월 개최지 신청을 광주시만 단독으로 한다면 모를까?

    유치를 희망하는 또 다른 도시 등이 “대한민국은 이미 하계올림픽, 동계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나라다. 나아가 광주시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이어 세계수영선수권까지 치러내 세계 5대 메가 스포츠대회를 완성한 도시다”라고 말하며 “그뿐만 아니라 이미 ‘양궁 메카’로 알려진 도시에서 굳이 세계양궁선수권대회까지 개최하려 한다면 욕심이 지나치지 않느냐?”

    “우리도 양궁을 국가적으로 육성하고, 유치를 희망하는 시민은 물론 온 국민이 양궁 붐 조성에 나설 것이다. 우리에게도 기회를 달라”며 개최지 선정을 결정하는 세계양궁연맹을 압박하며 호소한다면….

    9월 19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2021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최지는 미국 사우스타코타주 남동부에 있는 양크턴으로 인구가 채 1만5000명도 안 되는 자그마한 도시다.

    이는 인구 150만 광주시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올해 12월 세계양궁연맹이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개최지를 결정한다니 빨리 승부가 나서 좋겠지만, 지금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라 2025년보다는 현 위기상황을 나 몰라라 할 수 없기에 인구가 많고 사계절 스포츠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학동 붕괴참사’에 대해 광주시민 등에 진심으로 사죄하며 수습에 나섰고, 동서화합 20년 숙원사업인 광주~대구간 ‘달빛내륙철도’를 국가계획으로 확정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그러기에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메인미디어센터(MPC)에서 있었던 일을 그려보며 고언을 정리한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한창인 대회 당시 밤 10시가 넘어 전 세계 미디어들이 기사를 쏟아내느라 분주할 때 대회 관계자들을 대동한 한 사람이 MPC를 살피고 다녔다.

    옆자리에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독일 기자가 필자에게 “누구냐?”고 물었다. “대회조직위원장인 이용섭 광주시장이고 기자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둘러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하자, 그 기자는 “원더풀”을 외치며 ‘엄지 척’했다.

    2025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를 자신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진정성 있게 뚝심을 다시 한번 발휘해주기 바란다.

    ‘슛오프’ 상황에서 안산 선수는 “차분하자. 진정하자. 조금만 더 나가자”라고 혼자 읊조리고 속으로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고 한다.


    베타뉴스 이완수 기자 (700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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