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1-11-29 19:07:43
[베타뉴스=박영신 기자] 최근 경험·가치 소비가 확산되면서 기업에서도 ‘서비스디자인’ 적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MZ세대가 소비의 주요타겟으로 급부상하면서 제품 자체보다는 제품과 연관된 색다른 경험을 소비하고자 할 뿐 아니라 환경과 안전 등 최근 부각되는 사회적 가치들을 함께 추구하려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제품·광고디자인에서 더 나아가 소비자들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과정과 소비 경험 및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서비스디자인이 기업들의 관심사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방판·렌탈서비스 등 소비자 경험 '설계'
서비스디자인이란 서비스를 설계하고 전달하는 과정 전반에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향상시키는 분야다. 기업 차원에서는 고객의 니즈(needs 욕구 또는 요구사항)를 반영해 고객이 서비스를 쉽고 만족스럽고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상열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경험디자인실 실장은 “기존에는 고객들이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 등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제품보다는 제품 소비의 경험과 서비스, 사회적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추세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실장은 “서비스디자인은 고객들의 제품 소비에서 발생하는 경험을 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해 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와 디자인을 창출해 내는 것”이라며 “이러한 서비스 설계에는 제품 구매 뿐 아니라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과 사용하는 과정까지 포함·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사실 서비스디자인이라는 개념이 사용되기 이전부터 기업들은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 왔다.
hy나 각종 건강기능식품 업체들의 방문판매나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제품의 렌탈(rental)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 고객이 직접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구매해 오던 방식에서 방문을 통해 고객들에게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방식으로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편리성을 추구하면서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방식을 다양화했다는 측면에서 획기적인 마케팅으로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렌탈 서비스 또한 한꺼번에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제품 이용률을 높일 수 있어 기업의 고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해당사자 경험서 문제점 해결...서비스 혁신 이뤄
기업들은 고객·협력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 소비 과정에서 겪는 경험 중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하며 이를 통해 제품·서비스의 새로운 전달방식과 경험을 창출하기도 한다.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대형병원들은 진료 대기시간의 정확한 안내·대기공간 개선, 병원 로비 피아노 설치 등을 통한 병원 서비스 및 이미지 개선에 나섰다. 이를 통해 병원들은 ‘병원=아플 때 오는 곳’, ‘진료 대기시간=마냥 기다려야 하는 시간’ 등 병원에 대한 환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고 새롭게 설계해 나가고 있다.
대상주식회사는 지난 2016년 안주 HMR(가정간편식) 브랜드 ‘안주야’ 론칭에 이어 야식 HMR 브랜드 ‘야식이야’를 론칭했다. 혼술·혼밥 트렌드가 확산됨에도 불구, 고객들은 주로 2인분 이상 판매되는 안주·야식 등을 배달·매장 주문해야 했다. 안주야·야식이야 브랜드 론칭은 소비자들의 불편한 경험을 개선할 뿐 아니라 새로운 안주·야식 문화를 창출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소비, 안전·환경 등 사회적 가치 '연결'
가치소비가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소비와 안전·환경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게 됐다. 이에 기업들은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8월 점자 표기 용기면 제품을 선보였다. 이번 점자 표기는 삼양식품 홈페이지 고객 문의 게시판에 한 소비자가 남긴 제안글을 통해 추진하게 됐다. 그 소비자는 제안글에 "(유튜브에서)시각장애인이 컵라면을 먹기 위해 손가락을 넣어서 물높이를 확인하는 모습을 봤다"며 "너무 위험해 보여 시각장애인도 안전하게 컵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에 삼양식품은 지난 상반기부터 용기 제작업체에 점자와 외부 물 확인선 삽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점자 표기 용기면 출시를 준비했으며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과 점자 표기 용기면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운전자 고객의 안전성 등을 위한 다양한 IT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접목해 오고 있다. 스타벅스는 2017년 SK텔레콤 T맵 등과 연동한 음성주문 서비스를 런칭, 운영해 왔으며 2018년 6월부터는 고객 차량 정보를 연동해 별도의 결제 수단 제시 없이 사전에 등록된 스타벅스 카드로 자동으로 결제하는 ‘My DT Pass’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My DT Pass’ 서비스는 스타벅스의 자체 빅데이터 분석과 마이 스타벅스 리뷰 고객 설문을 통해, 고객들의 드라이브 스루 대기 시간 단축 및 결제 편리성에 대한 니즈를 적극 반영해 자체 개발한 서비스로 결제 준비를 위한 운전자의 시선 분산을 방지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편의성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서비스디자인 접목해야
최민영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 회장은 “산업혁명 이전 시대에는 공예디자인이 발달했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제품·시각디자인 등이 발달했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서는 현재는 디지털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통해 터치포인트(Touch Point 접점)를 설계·디자인하는 서비스디자인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회장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 중에 사람들의 편리성·만족감·지속가능성 등을 제공·추구하는 것이 서비스디자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상열 실장은 “고객들은 이제 예쁘거나 실용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더 새롭고 편리하면서도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경험과 서비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기업들이 상품 디자인 등에만 치중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없다"며 "고객의 경험과 서비스를 설계·디자인하려는 노력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서비스경험디자인실은... 지난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 내 설치된 서비스경험디자인실은 초창기 당시 대기업 위주로 도입됐던 서비스디자인을 중소기업에도 도입을 지원했다. 이어 공공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2014년 국민디자인단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2013년 ‘전통시장 서비스디자인 선행사업’, 2015년 ‘산업부 주도 보건복지건강서비스제도 혁신’, 2020년 ‘서비스·경험디자인 국가기술자격 시행’ 등 추진에 이어 올해는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산단안전 증진과 근로환경 개선’ 협약을 맺고 산단안전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사업에 공동 협력할 예정이다. |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는...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는 2011년 서비스디자인 연구와 확산을 위해 한국서비스디자인협의회로 설립됐다. 국내 대표 서비스디자인 전문가들이 공공분야의 사회문제 해결, 제조업 기반 서비스융합연구, 산업 발전을 위한 의견 수렴 및 정책 개발의 장을 마련했으며 2014년 대구지회를 시작으로 광주지회, 중부지회 등 지역활동이 본격적으로 생겨났다. 2017년 한국서비스디자인학회로 변경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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