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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자금 블랙홀’ 올해 은행 정기예금에 200조 몰렸다…역대 최대 증가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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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12-25 22:50:00

    ▲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치솟는 금리에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예금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5대 은행만 166조 불어

    주식과 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은 물론 부동산까지 거의 모든 자산시장이 맥없이 추락하는 반면 치솟는 금리에 올해 약 200조원 육박하는 시중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몰렸다.

    이는 정기예금의 약 60%가 최근 4% 이상의 이자를 받을 만큼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12월 22일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821조1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654조9359억 원)과 비교해 1년 사이 166조2467억원이나 증가했다. 지금까지 5대 은행의 추세로 미뤄, 올해 전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증가액도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것이 유력해보인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5대 은행을 포함한 모든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186조608억원(2021년 12월말 778조9710억원→2022년 10월말 965조318억원) 급증했다. 11월과 12월 증가분을 더하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해당 통계가 시작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정기예금에 유례가 없이 많은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은 투자 대상 가운데 가장 높고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의 통계에 따르면 10월 현재 예금은행 정기예금의 절반 이상인 58%(신규취급액 기준)에 4.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7.4%는 심지어 5.0% 이상의 금리로 이자를 받는다.

    공개된 통계상 2018년 이후 올해 6월까지 4% 이상 금리는 아예 없었고(비중 0%), 올해 1월만 해도 가장 흔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은 1.5이상∼2.0%미만(54.1%)에 불과했다.

    불과 9개월 사이 정기예금의 일반적 금리대가 1%대에서 4%대로 3%포인트(p) 치솟은 셈이다.

    반면 문제는 이같이 은행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역머니 무브' 현상에 따른 부작용이다.

    먼저 기준금리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등으로 예금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대출 금리 또한 오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COFIX)를 지표로 삼는데,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따라서 코픽스에는 당연히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되고, 코픽스 구성 요소 가운데 코픽스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비중을 따지면 예·적금이 70∼80%에 이른다는 게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의 설명이다.

    또한 은행 정기예금에만 20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는 것은, 이 밖에 회사채나 증권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2금융권 등으로 가는 돈 길은 막혔다는 뜻이다. 최근 자금·신용 경색 사태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예금 금리 인상과 정기 예금 급증이 꼽히고 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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