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2-07 16:25:16
정부가 70년 만에 외환시장을 개편한다. 국내 외환시장을 해외 소재 외국 금융회사에 개방하고 개방 시간도 런던시장 마감 시간인 새벽 2시까지 연장한다. 현물환은 물론 외환(FX)스와프 거래도 허용한다.
7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런던시장 마감 시간에 맞춰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고,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의 인가를 받은 해외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에 대해 국내 은행간 시장의 직접 참여를 허용키로 했다.
정부가 이런 구조를 바꾸기로 한 배경에는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자본시장,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점 때문이다.
한국의 무역과 자본시장 규모는 빠른 성장을 거듭했지만, 외환시장은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구조를 유지해왔다. 특히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후 정책이 시장 안정에 주력돼 변화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개선방안에 따라 달러·유로·엔 등 세계 주요 통화는 역외에서 24시간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과 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중국도 2010년 이후 역외 위안화 시장을 개설·확대하고 올해부터 역내 외환시장 거래시간을 새벽 3시까지 연장했다.
반면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고 국내에서만 거래가 가능한데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 은행 간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없다. 거래시간도 한정돼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투자자가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 증가와 민간 대외자산 확대, 외화유동성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그간 한국 경제의 대외 건전성이 강화된 만큼, 이제는 외환위기 트라우마를 딛고 외환시장을 개방·경쟁적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 참여를 허용하고 거래시간도 연장해 국내외 투자자 모두 원하는 시간에 다양한 경로로 원화를 환전하고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고 원화 표시 자산 매력도도 올라가는 한편, 국내 금융기관의 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외환시장 개방으로 편리성도 증대하지만, 대규모 외국인 자본 영향력이 커지면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환율이 대외 리스크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외환시장 거래시간이 연장되면 역효과가 날 것이란 전망이다.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이런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의무이행을 부여하고 위반 시 인가를 취소하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정부의 이번 외환시장 구조 개선 방안 시행 목표 시기는 내년 하반기다. 그에 앞서 정부는 공론화와 법령 개정, 은행권 준비 등을 거칠 계획이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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