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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넷플릭스 신작 '닭강정', 인명사고 쉬쉬한 채 촬영 강행...사건 축소 '의혹'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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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3-05-11 22:45:05

    ▲ ©넷플릭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넷플릭스 신작 드라마 <닭강정> 촬영 현장에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으나 넷플릭스와 제작사의 안이한 대응과 함께 사고를 덮으려는 모습까지 보여 비난을 사고 있다.

    또한 넷플릭스와 드라마 제작사 측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이번 인재(人災)에 대해 쉬쉬하는 한편 사고로 찍지 못한 씬을 재촬영하기 위해 보조출연자를 모집하는 등 수습은 외면하고 드라마 제작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촬영 현장에서 철골 구조물이 넘어져 다친 보조출연자를 스태프와 다른 출연자들이 살펴보고 있는 모습(왼쪽)과 사고 후 출연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스태프들이 쓰러진 구조물을 수습하는 모습 ©제보자 촬영

    사고는 지난 4월 12일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일어났다.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이병헌 감독의 신작 <닭강정>의 군중 씬 촬영이 한창인 상황이었다.

    사고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는 외국인 포함 보조출연자 170여 명이 모여 군중 씬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오전, CG처리를 위한 크로마키천으로 만들어진 철골 구조물이 한번 강풍에 의해 넘어졌으나, 다행히 주위에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는 점심식사 후 오후 촬영이 재개된 2시경 이 구조물이 다시 무너지면서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오전에 발생한 사고에도, 제작진이 구조물에 대한 별다른 조치 없이 스탭들을 시켜 구조물을 뒤에서 붙잡아 지지하는 등 추락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며 명백한 ‘안전불감증’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입을 모았다.

    이에 이날 촬영 현장을 담당했던 <닭강정> 제작사 관계자는 지난 11일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조물 추락으로 보조출연자들과 관리자 등 4명이 다친 것은 사실이지만 경미한 사고였으며, 바로 응급조치를 해 큰 문제가 없이 그날 바로 귀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사뭇 달랐다. 이날 보조출연자로 참가한 한 목격자에 따르면 당시 외국인 출연자 인솔을 담당하며 보조출연을 겸했던 외국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구조물에 다쳐 안면에 큰 부상을 입었으며 피가 철철 흐를 정도였다는 것. 게다가 구급차는 보조출연자들이 퇴근할 무렵에나 도착했다고 덧붙였다.

    이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부상자 중에는 뇌진탕을 당한 듯 일어나지 못했던 사람도 있었으며, 안면에서 피가 심하게 나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무너진 철골 구조물이 남자 여러 명이 붙어도 겨우겨우 들어낼 수 있을 만한 무게였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패닉에 빠지는 등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굴이 그 정도로 다쳤는데 당일 치료받고 귀가했다는 말을 믿으라니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주연배우 중 한 사람인 안재홍 배우가 사고 당시 부상자들에게 다가가며 살펴보기 까지 했다”며 제작사 관계자의 말을 부인했다.

    일부 기사는 이날 사고로 스태프가 다쳤으며 찰과상 정도였다고 보도했지만 목격자와 제작사 관계자에 따르면 부상자는 출연자들이었으며, 또한 목격자는 안면이 심하게 다친 출연자를 보고 너무 놀라고 무서웠다고 말하며 이 보도를 반박했다.

    ▲ 사고 후인 지난 8일 보조출연자 모집 사이트에 올라온 모집 공고 ©pop 캡처

    넷플릭스 측은 이 사고에 대해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촬영장에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전반적인 상황 파악을 위해 프로덕션 파트너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만 내놓으며 사고 해명을 제작사에 떠넘기는 모양새다.

    또한 넷플릭스와 제작사 측은 이날 찍지 못한 씬의 촬영을 재개하기 위해 보조출연자를 다시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8일 보조출연자 모집 사이트에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이라는 드라마 타이틀을 밝히지 않은 채 “OTT 드라마 보조출연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올린 것.

    사고 당일 <닭강정> 촬영현장에 있었던 한 보조출연자는 “공고에 명기된 출연자들의 복장 규정이나 모집 인원을 보면 사고 당시 장면 촬영을 위한 것이 분명하며 인명사고가 난 현장에 대한 제대로 된 원인규명이나 대처도 없이 넷플릭스와 제작사가 무책임하게 촬영을 강행하고 있다”며 분노했다.

    그는 “<극한직업>으로 천만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라 이렇게 덮고 지나가는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에 투자를 크게 하고 있다는 넷플릭스가 버티고 있어서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이 크게 다친 사고에 너무나 황당하게 대처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 넷플릭스 구독자는 “OTT 서비스의 대표 격인 넷플릭스가 이렇게 제작 현장 사고, 그것도 인명 사고에 대한 대응이 무성의할 줄은 몰랐다”며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전세계적으로 크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익을) 뽑아 먹을 생각만 하고 출연자와 제작진의 안전에는 무신경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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