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3-06-22 16:35:21
[베타뉴스=권이민수 기자] 홈플러스 목동점(이하 홈플러스)이 양천구청과의 25년 장기 임대계약이 해지되며 2024년 폐점을 앞둔 가운데, 입점 소상공인들이 하루아침에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쫓겨날 위기에 놓여 논란이다. 홈플러스 측은 이미 수년 전부터 폐점이 기정사실화된 상태였으나 이를 숨기고 신규 입점을 진행했다는 의혹도 받는 상태다.
홈플러스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4월 갑작스레 홈플러스 측으로부터 전대차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홈플러스가 양천구청과의 계약이 종료돼 폐점될 예정이니 내년 5월까지 가게를 정리해야 된다는 것이다. A씨는 2020년 1월 임차권을 양수받고 들어와 최소 2025년 5월까지 계약 갱신이 가능했으나 홈플러스의 폐점으로 3년여 만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제대로 된 보상책도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빚까지 내가며 간신히 버티다가 이제 좀 살만해졌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통보하면 그동안 쌓인 빚은 어떻게 감당하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노한 상인은 A씨뿐만이 아니다. 입점 상인들이 베타뉴스에 보내온 계약 상황에 따르면, ▲2018년 계약 점포 3개 ▲2019년 계약 점포 3개 ▲2020년 계약 점포 3개 ▲2021년 계약 점포 2개 ▲2022년 계약 점포 3개였다. 모두 5년 이내에 계약됐고 심지어 홈플러스ㆍ양천구청간 계약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2022년 7월에 신규 입점한 상인도 있었다. 점포를 운영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폐점을 통보받은 것이다.
지난해 입점했다는 B점주는 "어떤 미친 사람이 1년 운영하겠다고 1억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투자를 하겠냐"며 "양천구청의 계약 종료가 알려지면 공실이 많아져 이익이 크게 줄어들 테니 홈플러스 측에서 고의적으로 이를 숨긴 것이 아니겠냐"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홈플러스가 신규 입점을 계약하던 당시 계약서에는 '1. 임대인이 홈플러스 목동점 토지 소유자와 체결한 토지사용계약의 기간만료일은 2024년 11월 16일까지이고, 이에 따라 본 건 임대차계약의 계약기간은 위 토지사용계약의 기간만료일을 초과할 수 없다. 2. 위 제 1항의 토지사용계약이 종료(기간만료, 해지, 해제 등 그 사유를 불문하고 이에 한정되지 아니한다)되면 본 건 임대차계약 역시 자동으로 종료된다'는 특약 사항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홈플러스 입점 상인들은 "처음 계약 당시, 홈플러스 측에서 매년 많은 돈을 내는데 양천구청이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양천구청과의 계약은 문제없이 연장될 테니 특약 사항은 염려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며 입을 모았다.
베타뉴스가 취재 결과 양천구청과 계약이 연장될 것이라는 홈플러스 측의 말은 거짓이었다.
홈플러스는 양천구청으로부터 지난 1999년 서울 양천구 목동서로 170의 건물을 25년간 장기 임대해 사용 중이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양천구청과 홈플러스의 계약 연장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고 이를 홈플러스 측에 여러 차례 전달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를 홈플러스 측에서 몰랐을 리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홈플러스 상인들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구청 측에서 도울 방법을 논의 중이지만,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고 계약 연장이 가능은 하지만 양측 모두 의지가 없으니 불가하다고 봐야 한다"며 "홈플러스 측에서는 폐점 노하우가 있으니, 잘 완만하게 해결해 보겠다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양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양천구청은 홈플러스 건물을 공개 매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천구청의 고질적 문제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일자리 창출 등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홈플러스 본사 측은 "계약 갱신을 위하여 양천구청과 지속적으로 협의했지만,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영업을 종료하게 돼 매우 아쉬움이 크다"며 "목동점 건물의 규모,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철거 공사를 하는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양천구청과의 계약 내용을 감안하면 최대한 빠른 시점에 목동점 영업을 종료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당사는 입점 점주들의 영업을 최대한 보장하고 목동점 직원들과 점주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향후 1년 정도 영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부터 입점 점주들과 임대차계약을 체결/갱신할 때 계약이 2024년 종료된다는 점을 계약 내용 설명 과정에서 명확히 안내했고, 이를 임대차계약 특약사항에 명시했다"며 "2023년 4월 점주분들께 앞서 설명드린 사정으로 인하여 내년에는 더 이상 계약 갱신이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을 미리 설명 드렸고, 보상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보상 문제를 두고도 갈등의 골이 깊다. 홈플러스 측은 베타뉴스가 한창 취재 중이던 6월 초, 상인들에게 "남은 기간동안 임대 수수료를 감면해 주겠다"며 이를 보상으로 내세웠다. 홈플러스는 그동안 매월 입점 점포 매출의 15% 정도를 임대 수수료로 받아왔다. 이를 추산하면 상인들은 약 200만 원 이상의 돈을 매월 지불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내년 5월까지 합하면 약 2,400여만 원 정도로, 이 금액은 상인들이 다른 공간에서 새롭게 점포를 운영하기엔 터무니없이 적다. 이에 입점 점주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가는 실정이다.
홈플러스 측은 베타뉴스에 "당사는 앞으로도 목동점 직원들, 점주분들, 양천구청과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소통하며 목동점이 원활하게 영업을 종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홈플러스는 내쫓길 위기에 놓인 상인들을 제대로 된 보상으로 다독이고 아무 문제없이 목동점의 운영을 마무리 할 수 있을까? 귀추가 주목된다.
베타뉴스 권이민수 기자 (mins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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