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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지배주주가 갖는 '덤?'...경영권 방어수단으로 '악용'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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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2-21 22:02:15

    ▲ © 픽사베이

    최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환원이 중요시되는 가운데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악용되고 있어 이를 불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장회사들의 자사주 보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이 지난해 5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은 평균 4.4%의 자사주를 보유했으며 매출 상위 100개 기업은 평균 5.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30% 이상의 자사주를 보유한 회사도 많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사주는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복잡하다”며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무시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포럼은 “한국에서는 자사주를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포럼은 “한국 투자 경험이 많은 외국투자자일수록 자사주에 냉소적이었다”고 꼬집었다.

    어느 미국 대형 뮤추얼펀드 매니저는 “한국의 자사주는 시장에 매각되는 경우 많고 소각하는 경우도 드물어, 시총이나 상장주식수를 감소시키지 않는다”고 했고 세계에서 영향력 많은 국부펀드 담당자 역시 “한국의 자사주는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주당지표에 반영하지 않는다. 한국거래소도 자사주 취득시 시총을 그 만큼 축소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특히 포럼은 “자사주 매입에는 회사돈이 투입되므로 자사주를 특정 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포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를 활용한 경영권 방어 필요성 주장은 끊이지 않고 나온다”며 “실체가 없는 경영권이라는 개념을 걷어내면, 그 주장의 근저에는 ‘현재의 지배주주가 경영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 마디로 이것은 “현재의 지배주주가 경영할 수 있도록 그 지분에 (회사 돈으로 샀지만) 자사주의 ‘덤’을 달라”는 주장과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더욱이 우리 정부와 법원은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지배주주에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에 이용하는 것을 허용해 왔다.

    법원은 자사주를 회사의 다른 자산과 똑같이 처분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왔고, 2010년 대법원이 같은 법리를 전제로 한 판결을 했다. 그러자 정부는 2011년 상법을 개정하여 자사주 처분시 신주 발행시와 같은 일반주주 보호 절차를 생략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30일 발표한 자사주 관련 제도 개선안에는 소위 ‘자사주 마법’, 즉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제3자 임의 처분이나 과다한 자사주 보유 등 더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공시 강화에 그치기도 했다.

    포럼은 “이는 직접 규제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포럼은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하므로 자사주라는 계정이 재무상태표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위치한 워싱턴주는 자사주 보유가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자사주 취득 즉시 소각해야 소각없는 자사주 매입은 이사회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무려 27조원 자사주 매입과 동시에 소각한 메타는 자기자본에 자사주라는 계정이 없다.

    포럼은 “선진국들은 자사주 소각으로 상장주식수가 계속 감소해 주주가치가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포럼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불허해야 한다”며 기업의 가치를 더 높게 보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일반주주의 지지를 얻어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호를 시장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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