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

‘고개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美 1분기 GDP 1.6%…전망치 대폭 하회


  • 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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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4-26 14:05:37

    꺾이지 않는 물가, 성장은 둔화 조짐..깊어지는 연준 고민

    미국이 지난 1분기 2년 만에 1%대 성장이 전망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마저 기대와 달라 금리 인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 각국 금융당국이 가장 싫어하는 상황이 미국 경제에 나타날 조짐을 보였다. 경제성장은 지체되면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사진은 뉴욕증권거래소.  이하사진=©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4분기(3.4%)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했고,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 낮았다.

    미국 상무부는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한 이유에 대해 “개인 소비와 수출, 주(州) 정부와 지역 정부 지출 증가세가 감소했고, 연방정부의 지출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무부 발표 이후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6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 넘게 빠졌다. 성장률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석이 가능하지만, 물가 역시 큰 폭으로 오른 점이 걸림돌이다.

    경제성장이 부진하면 물가라도 둔화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지표와 함께 전 분기 업데이트된 가격지수가 나왔는데 3.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4분기의 1.8%를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1분기에 3.7% 증가했는데 전문가 예상치(3.4%)보다도 높았다.

    이러한 미국 경제 지표들을 토대로 미국에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조성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졌다.

    ▲ ©세계 각국에서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중동 내 갈등 확산으로 유가 급등 시 물가 파급 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신선식품 매장 모습

    성장지표가 둔화하면 성장을 부추기기 위해 금융 당국이 금리를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성장률만 낮게 나왔다면 최근 움츠러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다시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물가까지 높게 나오면서 이런 기대는 하기 힘들게 됐다.

    물가가 높으면 금융당국은 이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게 정석이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신호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함께 나타나는 모양새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시점은 안갯속이다. 시장이 당초 올해 상반기로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최소 하반기로 미뤄지고,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여기에 추가로 이란과 이스라엘 갈등으로 인해 불안정한 국제 유가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에너지 쇼크가 현실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을 더욱 강하게 유발하면서 장기간 고금리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베타뉴스 박은선 기자 (silve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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