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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 환경미화원 채용기준 변경 두고 노조와 기싸움.. 시민들만 피해


  • 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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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5-29 08:11:08

    ▲28일 오전 경주시 성건동행정복지센터 앞에 적지 않은 재활용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사진=서성훈 기자

    [베타뉴스=서성훈 기자] 경주시가 환경미화원 신규 채용 시 실기(체력) 심사 비율을 낮추고 인·적성 검사 도입하는 등의 안을 검토하자 노조가 불공정하다며 반발, 2주 이상 지연 수거를 하는 방법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시내권역에서 일부 재활용 쓰레기가 제때 치워지지 않는 등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경주시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을 기존 실기(체력) 심사 70%, 서류심사 20%, 면접심사 10%의 비중으로 선발했다.

    시는 기존 채용기준이 체력 심사에 많은 비중이 있어 공정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체력 심사 비율을 낮추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주시는 기존 채용기준으로 선발한 결과 특정 세대의 운동선수 출신이 뽑혔다고 인지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미화원은 과도한 체력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며 “운동선수만을 뽑는 게 아닌 합격자의 범위를 넓혀 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천시의 경우 기초체력만 있으면 (체력심사에) 다 통과됐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경주시환경직분회 관계자는 경주시의 체력심사 비율을 낮추는 부분에 대해 “(환경미화원은) 무거운 쓰레기를 드는 직종이다. 체력이 필요하다”며 “소방서, 경찰서도 체력측정이 있지 않느냐. 그런 것들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변별력을 만들 것이냐”고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인·적성 검사 도입과 관련 “정신 이상자가 아닌 이상 다 같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경주시를 향해 “4명 뽑는데 40명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가족이 많거나 부모님이 65세 이상이라야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경주시민인데 시험도 못 쳐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쏘아붙였다.

    경주시와 환경미화원 노조(민주노총)가 지난 13일부터 27일까지 기싸움을 하는 동안 시민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기자가 28일 오전 경북 경주시 성건동 대로변을 확인한 결과 많은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또 경주시가 직영을 하고 있는 현곡면에도 재활용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경주시민 A(55, 충효동) 씨는 “터미널, 시내 상가, 성건동 할 것 없이 일부 쓰레기가 많이 쌓여 도시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았다”며 “경주시와 노조가 본인들의 주장만 나열하며 오랜 기간 다퉈 시민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의 바램과 달리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주시와 민주노총 경주시환경직분회는 28일 오전 재활용 차량을 증차하는 조건으로 쓰레기 지연수거 문제를 합의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채용기준 변경 문제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언제든지 다시 쓰레기 지연수거가 나타날 수 있는 실정이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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