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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허물고 아파트 건립?...여론 무시한 부산 구덕운동장 재개발 논란 가속화


  • 정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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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4-06-11 09:44:36

    ▲ 구덕운동장 전경. © (베타뉴스 DB)

    ■ 2019년 100억 들여 조성한 체육공원 없애고 아파트 건립?

    부산시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초고층 아파트로 채우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오다 주민들의 강한 반대 목소리에 맞닥뜨렸다. 특히 부산시의회는 국토교통부의 공모 사업 신청 과정에서 사전에 시의회 의견 청취가 이뤄지지 않았던 절차상 문제와 더불어 주민의견 수렴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928년 9월 부산 공설운동장으로 출발해 1982년 6월 이름이 바뀐 구덕운동장은 1940년 11월 동래고보와 부산상고 학생들의 민족의거인 '노다이 사건'이 있었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1971년 구덕체육관 건립 1973년 구덕 야구장 준공,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축구 예선 경기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도 1982년부터 1985년까지 구덕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했고 1984년에는 여기에서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기도 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유도, 태권도, 축구 경기가 열렸고 부산교통공사와 부산 아이파크가 홈경기장으로 쓰던 역사적인 시설이다.

    문제는 올해 초 시는 2019년 100억 원을 들여 조성한 체육공원을 없애고 구덕운동장 복합재개발 사업에서 아파트를 건립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지난달 공청회에선 아파트를 530세대·3동·38층보다 늘어난 850세대(4동·49층)로 확대 추진하려고 해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이에 지난 6일 서구 주민은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건립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근 한 재개발구역 조합원 A 씨는 "얼마 전 아파트 동 호수 추첨이 있었고, 고향인 대신동으로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십수 년간)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끝까지 참아왔다. 하지만 이제 시공사와 분양계약 등이 남아 있는데, 이런 날벼락 같은 졸속 개발이 이뤄진다면 오랜 시간 참고 기다려온 우리 조합원들까지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대신동 주민 B 씨는 "100억 들여 조성한 체육공원을 없애고 아파트를 짓는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가 한 것인지 궁금하다"라면서 "지금의 체육시설로 주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허물고 주민이 반대하는 아파트를 지어 어떻게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샹 시키겠냐"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앞서 시는 2017년 9월 기존 부지의 야구장과 체육관을 철거하고 사업비 110억여 원을(국비 31억5000만 원, 시비 78억5000만 원) 투입해 착공했으며 2018년 준공을 몇일 앞두고 공사가 중지되기도 했으나 테니스장을 줄이고 시민 휴게 공간 늘려 2019년 3월부터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3만5643㎡ 부지에 풋살장 2면, 테니스장 3면, 다목적구장 5면, 게이트볼장 2면, 농구장 1면, 주차장 200면, 주민 쉼터 등) 개장 당시 시 관계자는 "구덕운동장이 시민 품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지역 생활체육 활성화와 시민 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는 인터뷰를 남기기도 했다.

    ■ 부산시의회서 시 행정 질타.."공모 신청에 급급, 여론 무시"

    지난 10일 오전 열린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선 부산시의 일방적인 구덕운동장 재개발 절차를 놓고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시의회 건교위 소속 서지연 시의원은 "부산 시민의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고 공공의 자산이 사용되는데, 일대 부지가 아파트로 개발되면 특정 세대가 이를 사유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계발 과정에서 시민과 시의회가 부재한 행정절차 위반이 드러났고, 향후 민간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누리는 특혜 시비도 피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 의원은 부산시가 사업 진행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고 비난했다. 서 의원은 "지난 2월 국토부 도시재생사업에 공모하기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와의 업무협약이 해당 상임위 동의 절차를 건너뛴 채 이뤄졌다"며 "협약은 애먼 행정문화위원회에서 받더니 이제 와서 본 추진사항을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건교위 소속 김재운 시의원 역시 "최근 열린 주민공청회도 형식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지난 7일 사업 공모 신청 전에 (주민 대표 기관인) 의회 의견 청취도 안하고 행정 절차도 미흡할 뿐만 아니라 예산 집행과 사업에 대한 설득력이 매우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시의원들과의 협의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시의원들은 정확한 협의 절차가 없었다고 항의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부산시는 "정부 공모 사업에 최종 선정되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아파트 규모를 조정하고, 공공 시설을 확대하는 부분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타뉴스 정하균 기자 (a1776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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