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0-18 08:57:45
개인사업자 대출 조정액이 해마다 급증하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중소기업이 외상인 매출채권 대금을 제대로 못 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고 손해 보는 정도도 악화되고 있어 중소기업‧소상공인 경기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 세종시을)이 금융감독원과 5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개인사업자119 대출 프로그램 지원 금액이 총 6조 2,1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5대 은행의 대출 프로그램 실행액은 1조 9,110억원으로 나타났다.이는 2020년도 대출액이 7,610억원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인 1조 1,500억원 규모로 급증한 수치이며, 대출 지원 프로그램 실행액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확인됐다.
개인사업자대출119는 만기에 채무상환이 어렵거나 3개월 이내 연체 중인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하는 은행 자율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세부적으로는 만기연장, 이자감면, 이자유예, 대환대출 등의 방식으로 개인사업자 차주의 상환부담 경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까지 조사된 대출119 프로그램의 실행 액수는 1조 2,430억원에 달했다. 이와 같은 흐름이 하반기까지 지속된다고 하면,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이 영세한 환경에 있는 소상공인 개인사업자의 경기 지표가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한편, 중소기업의 경기 상황 역시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지표도 드러났다. 강준현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SGI서울보증보험으로 제출받은 매출채권 신용보험 실적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으로 SGI의 보험금 지급액은 약 121억 6,8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보험금 지급액인 110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2021년에 기록한 보험금 59억원에 비해 3년 연속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채권 신용보험은 외상으로 거래한 물품, 용역대금을 판매기업이 회수하지 못해 생긴 손해를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매출채권 보험금 지급이 발생했다는 것은 매출채권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대위변제를 실행하고, 구매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해 보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대위변제 금액이 늘어난 건 그만큼 기업들이 외상으로 떼인 돈이 많아지는 현상을 방증한다.
그렇게 SGI보증보험이 대위변제를 해준 금액이 올해 8월에 이미 약 122억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10년 이내 대위변제 액수가 가장 컸던 때가 2015년으로 125억 4,500만원이었던 점과 비교해볼 때, 4/4분기를 포함해 남은 올해까지 이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대위변제 규모는 최근 10년 내 최악의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다른 문제는 구상권 청구를 통한 회수 규모는 급감하고 있어, 보증기관의 손해율 수치는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기준으로 SGI보증의 매출채권 보증의 손해율은 28.4%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위변제 발생액은 약 122억원인데 반해, 구상을 통해 보전된 액수는 2억 5천만원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 손해율 수치는 201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도에는 10.4%까지 낮아졌던 손해율이 지난해는 14.9%로 늘어났는데, 올해는 8월에 이미 지난해보다도 2배 가량 손해율이 급등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구상액이 16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8월까지 봐도 전년 대비 1/8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지난해만큼의 보전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으로부터 발생한 매출채권 대위변제의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8월까지 대위변제액 약 122억원 중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액수가 103억원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는 압도적 비중이었다. 뒤이어 개인사업자의 매출채권에서 발생한 보험금이 11억 7천만원으로 9.6%를 나타냈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대금을 내지 못해 보증사고가 발생하고, 구상을 통한 보전의 과정도 원활하지 못한 현상은 그만큼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매우 어렵다는 현실을 대변한다.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도 좋지 않은 데다 보증기관의 보증 이행까지 증가하면, 향후 대위변제 부담금이 올라 보험료가 상승할 여지도 있어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준현 의원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는 우리 경제의 토대를 구성하는 뿌리와 같은 존재”라며, “그런 개인사업자의 대출 조정 지원이 급증하고, 중소기업에서 초래되는 대위변제와 손해율도 급증하는 것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심각한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문제를 진단했다.
이어 “개인사업자의 대출 조정과 중소기업의 매출채권은 결국 각 경제주체의 자금 사정과 신용에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여기서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정부는 작금의 상황을 심각한 위험신호로 인식하고,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특단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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