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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몬다 파장에 메모리 가격 ↑, '들썩이는 용산 시장'


  •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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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2-04 18:39:37

     

    지난해 시작된 미국발 경기 불황으로 인한 환율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DDR2 메모리는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면서 소비자들은 PC를 구매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나는 28일을 기점으로 메모리 가격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치솟기 시작했다.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1만원대까지 추락한 메모리를 무려 3만원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국내 최대의 전자메카라고 불리는 용산 전자상가도 메모리 급등현상에 전반적인 매출 감소와 동시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동안 최저가 판매로 큰 인기를 끌었던 오픈마켓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메모리를 판매하는 업체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인한 환율 급등과 반도체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 또한 구매 보다는 단순히 가격을 알아보거나 메모리 매입에 관련된 상담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 치킨게임 패배한 키몬다, 메모리 가격 하락은 이제 끝 = 메모리 급등현상은 단순히 경기 불황에 의한 환율 상승으로 발생한 현상이 아닌, 수년간 벌여왔던 반도체 제조업체들과의 과도한 ‘치킨게임’이 결정적인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른 피해자는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5위를 달리고 있는 독일의 ‘키몬다(Qimonda)'로 밝혀졌다.

     

    관련기사 ☞ 키몬다 파산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 끝나나? 폭등만 남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반도체 가격 전쟁의 끝을 알리듯 급등세로 돌아서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국내 메모리 시장을 순식간에 잠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EK메모리 마케팅 담당자는 “그동안 지속돼왔던 메모리 가격하락은 수요 감소의 원인도 컸지만, 무엇보다 제조 원가를 밑도는 가격인하와 극심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과도한 치킨게임을 벌여왔던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키몬다의 파산 신청을 시작으로 점유율이 낮은 일부 업체들 또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라며, “키몬다가 회생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메모리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내 메모리 시장, ‘내리막 길은 쉽게 보이지 않을 듯’ = 키몬다의 파산 신청으로 인한 국내 메모리 시장은 그야말로 지옥같은 현실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소비자들이 크게 줄면서 매출 감소가 극심하게 드러나는 용산 전자상가의 업주들은 하나같이 "불황으로 인한 환율 폭등에 메모리 가격 급등까지 겹치면서 희망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고 PC 시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치킨게임에서 대승을 거둔 삼성이 오는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공격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메모리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메모리를 고가에 판매하려는 문의가 더 많다고 덧붙였다.

     

    2009년 1월 20~31일 메모리 가격 변동 추이 (자료제공 - 컴퓨존)

     

    한편,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31일까지 메모리 가격 변동 상황을 살펴본 결과, 퀴몬다 파산 신청이 시작되기 전인 20일과 21일에는 가격 하락폭이 거의 없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 연휴가 끝나는 28일에는 삼성과 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함을 시작으로, DDR2 1GB PC6400 모델은 2,000원, DDR2 2GB PC6400는 5,000원 가량으로 크게 올랐으며, 지난 2일에는 DDR2 2GB PC6400이 35,000원까지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컴퓨존 영업부 이광영 과장도 “설 연휴가 끝나는 28일부터 메모리 평균 가격은 기존보다 눈에 띌 정도로 크게 올랐다"라며, "2GB DDR2 PC-6400 메모리가 5,000원 가까이 폭등하면서 가장 큰 가격차를 보여주었으며, 다른 모델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차후 공급 수요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세가 점쳐지고 있는 오는 4분기를 기점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과는 달리, 업체들의 구조조정과 감산 효과에 따른 수요 회복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은 확답을 내리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치킨게임은 후발업체들을 퇴출시켜 시장을 장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라며, “메모리 시장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한 피말리는 경쟁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김영훈 (rapto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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