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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터가 9천 5백원? 과열 경쟁에 멍든 잉크젯 프린터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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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8-11 18:25:57

    컬러 잉크젯 프린터를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값에 살 수 있다?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9천원 선에 살 수 있는 컬러 프린터가 시중에 등장했다.

     

    대형 오픈 마켓에 올라온 한 컬러 잉크젯 프린터는 판매가가 9천 5백원에 불과하다. 물론 멀쩡한 새 제품이다. 소위 말하는 ‘최저가 낚시’도 아니다. 대체 어떻게 이런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일까.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온다. 해당 제품은 잉크 카트리지를 빼고 판매한다.

     

    비단 이 제품만이 아니다. 값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잉크 카트리지를 빼고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은 다른 프린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인터넷 가격 비교 서비스의 경우 아예 제품 가격을 잉크 없음, 잉크 포함, 무한 잉크 세 가지로 나눠 표기하고 있다. 심지어 기본 잉크 카트리지 대신 재생 잉크 카트리지를 넣어 싸게 판매하는 제품도 보인다.

     

     

    ◇ 잉크 뺀 잉크젯 프린터, 재생 잉크로 또 타격 = 잉크젯 프린터에 잉크 카트리지를 빼고 판매한다니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체 이처럼 이상한 유통 시장이 형성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근본적인 원인은 컬러 잉크젯 프린터의 지나친 가격 경쟁에 있다. 현재 잉크젯 프린터 가운데 싼 제품은 3~4만원 선에 판매된다. 복합기 제품도 5~6만원이면 쓸 만한 제품을 살 수 있다. 값이 워낙 싼 탓에 잉크를 사면 프린터를 덤으로 준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말 그대로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됐다. 일부 유통 업체가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한 것이 이젠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됐다. 잉크를 아예 빼거나 재생 잉크를 넣어 파는 것이 오히려 남는 장사라는 소리다.

     

    이렇게 잉크를 빼고 판매하는 제품을 싸게 산 뒤 잉크를 따로 사려면 그 값만 5만원이 넘는다. 당연히 정품 잉크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잉크 미포함 제품을 싸게 구입한 소비자는 자연스레 값 싼 재생 잉크에 손을 뻗을 수 밖에 없다. 프린터 값이 워낙 싸니 망가지면 또 사면 된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결국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나친 경쟁은 화를 부른다. 이제 잉크젯 프린터가 잉크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세상이 됐다. 프린터를 싸게 파는 대신 잉크 카트리지로 수익을 창출하려던 프린터 제조사의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과열 경쟁에 남은 것은 잉크젯 프린터의 가치 하락 뿐이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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