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기자수첩] 인터넷 한글 파괴 문제, 이대로 좋은가?


  • 방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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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0-09 18:15:11

    올해로 한글날이 563돌을 맞았다.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날을 기준으로 정한 한글날은 세계 유일의 문자 기념일이다. 비록 현재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다.

     

    한글은 자타가 공인하는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언어다. 발음기관을 본따 만든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으며 활용도 또한 넓은 것이 장점이다.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문맹률이 1.7%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발음도 쉽게 문자로 옮길 수 있다는 것 또한 한글의 매력이다. 지난 8월 인도네시아의 소수 민족 찌아찌아족은 자신들의 언어를 표기하는 공식 문자로 한글을 채택하기도 했다. 한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한글을 가르치는 국가도 늘었다. 한글을 제 2 외국어로 채택하는 나라도 늘고 있다.

     

    그렇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둘러보면 안타까운 모습이 쉽게 눈에 띈다. 도저히 무슨 뜻인지도 짐작할 수 없는 말들이 난무한다.

     

    ◇ 늘어나는 인터넷 신조어, 축약어부터 외계어까지 = 요즘엔 인터넷 축약어를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터넷 축약어 사용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 등에서 조금 더 의사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데다 호기심을 동하게 하는 인터넷 용어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짧은 글 속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어 문자 메시지, 댓글 등 글자수가 한정된 곳에 특히 유용하다.

     

    깜놀(깜짝 놀라다), 흠좀무(흠 좀 무서운데) 같은 말은 애교 수준이다. 이뭐병, 정줄놓, 병맛 등 태생을 알 수 없는 비속어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아예 모음을 떼어내고 자음만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 ㄱㅅ(감사), ㄷㄷ(덜덜) 같은 간단한 감정 표현부터 ㅅㅈㅇㅇ ㅈㅈㄱ(사진없음 자작극) 등 일부 용어가 자음만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보다 더욱 심각한 언어 변질 사례도 적지 않다. 축약어를 쓴 것이 아닌데도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표기하는 것으로 보통 ‘외계어’라 부른다. 한글과 더불어 특수 문자를 섞어 쓰기 때문에 PC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문자 입력 방식에서 주로 쓰인다.

     

    아래는 청소년 문화 사이트 아이두넷(www.idoo.net)의 언어파괴 사례 게시물에서 발췌한 것이다.

     

    멀으싀믕。 걍 앙일ュ믕 大쟌아훀111 -> 모르시면 그냥 안 읽으면 되잖아요

    앞으르듯싸宇지말九궤속칀下궤지내-!! -> 앞으로도 싸우지 말고 계속 친하게 지내

     

    인터넷 축약어와 달리 입력이 오히려 불편함에도 이런 식으로 한글을 쓰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주로 젊은 층이 많다. 이렇게 쓰는 것이 더 멋있고 개성 있다는 것이다.

     

    ▲ 563번째 한글날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서 제막식을 올린 세종대왕 동상

     

    언어 파괴 현상은 인터넷, 온라인 게임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렇게 생겨난 인터넷 은어는 현실 세계에서도 종종 쓰인다. 심지어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심심찮게 나온다.

     

    언어 파괴 사례가 늘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부쩍 높아졌다. 소중한 우리말을 지켜 나가려면 보통 때도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을 온라인 상에서 펼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언어 파괴 현상에 대해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언어의 자정 작용 덕분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는 언어는 알아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신조어는 유행이 지나면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도 예로 든다. 안냐세요(안녕하세요), 방가(반가워) 등 PC 통신 시절의 축약어는 더 이상 쓰이질 않고 있다.


    베타뉴스 방일도 (idroom@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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