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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HP “잉크 용량 낮춘 것은 소비자 편익 위한 처사”


  • IT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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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2-08 13:15:29

    베타뉴스는 최근 잉크젯 프린터의 기본 카트리지 용량 문제에 대해서 몇 차례 기사로 다룬 바 있다.

     

    기사의 내용은 일부 잉크젯 프린터 제품의 경우 기본 잉크 카트리지 용량이 판매 제품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베타뉴스가 이와 같은 기사를 기획한 이유는 간단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프린터를 구매할 때 들어있는 초기 잉크 카트리지와 별매 잉크 카트리지의 용량이 다른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캐논 제품의 경우 별매 카트리지와 동일한 용량이 제공되는 것에 반해 HP 제품에서는 기본 잉크 카트리지 용량이 절반, 심지어는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례가 적잖이 보고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잉크젯 프린터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물론 성능과 값 등 제품 구입을 결정짓는 요소는 얼마든지 있지만 이러한 부분 역시 제품 선택에 영향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 HP 프린터의 기본 잉크 카트리지 논란은 꽤 오래 전부터 불거진 문제다

     

    ◇ 기본 잉크 용량 개선? HP 담당자의 착오로 인한 해프닝 = 베타뉴스가 초기 잉크 문제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자 HP의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되는 프린터는 시중에 판매되는 카트리지와 동일한 용량이 제공된다”며 기사 정정을 요청했다.

     

    이에 베타뉴스는 해당 제품에 대한 출력량 직접 테스트 해보았다. 베타뉴스가 직접 해당 프린터 신품 및 별매 잉크를 구해 테스트 한 결과, 초기 잉크 카트리지는 별매 제품에 비해 1/3도 채 되지 않는 출력량을 보였다.

     

    관련 기사 ▶ 정말 개선됐나? 용량 부족 문제 여전한 HP 기본 잉크 카트리지

     

    베타뉴스가 직접 테스트를 거쳐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를 보도하자 HP 담당자가 베타뉴스를 방문해 사과하기도 했다. HP 측 관계자는 “담당자가 제품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내용 전달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말을 꺼냈다.

     

    ◇ 다양한 HP 잉크 카트리지 정책, 정말 소비자 위한 것일가? = 대체 HP 잉크 카트리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길래 담당자마저도 잘못 알고 있던 것일까. HP 제품 담당자로부터 이에 대한 해명을 들을 수 있었다.

     

    HP 관계자는 베타뉴스가 기사에 언급한 제품을 비롯해 데스크젯 일부 제품에 인트로덕토리(Introductory)라 불리는 초기 잉크 카트리지가 들어간다는 말을 먼저 전했다. 해당 카트리지는 테스트 및 설정용으로 제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인쇄를 하려면 잉크 카트리지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HP 제품에 인트로덕토리 잉크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전했다. HP 관계자가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은 바로 여기에서 오해가 생긴 것이다.

     

    21번 및 22번 잉크 카트리지를 쓰는 HP 제품의 경우 인트로덕토리 잉크 카트리지를 쓰지 않으며 또 데스크젯 제품군과 같은 60번대 잉크 카트리지를 쓰는 제품이라 하더라도 포토스마트 제품군의 경우엔 인트로덕토리 잉크 카트리지를 쓰지 않고 있다고 HP 측 관계자는 말했다.

     

    HP의 전 제품군을 두루 알지 않는 이상 이러한 차이를 소비자가 알고 제품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소비자가 어떤 제품에 어떤 잉크 카트리지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HP 관계자는 HP가 사용자들의 성향에 맞춘 다양한 제품군을 갖춤으로써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라며 말을 돌렸다.

     

    일단 데스크젯 제품군의 기본 잉크 카트리지 용량이 적은 것은 소비자에게 조금 더 제품을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프린터를 자주 쓰지 않는, 즉 적은 양의 문서를 출력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는 것이 HP 측의 주장이다.

     

    물론 HP의 이러한 주장엔 충분한 일리가 있다. 또 잉크젯 프린터의 값이 워낙 내린 탓에 기계만으로 이윤을 내기가 쉽지가 않다는 고충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잉크젯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비슷한 값을 가진 캐논 제품의 경우 기본 잉크 카트리지 용량이 별매 제품과 다를 바 없다는 점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만약 캐논 제품의 기본 잉크 카트리지 용량이 HP 제품만큼 적었더라면 더 싼 값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캐논 프린터는 아직까지 이런 편법을 쓰고 있지 않다.

     

    기본 잉크 용량에 대해 소비자가 불만스러워 한다는 말이 나오자 HP 관계자는 “잉크 유지비에 민감한 이들은 값 싼 제품 대신 잉크 어드밴티지 또는 오피스젯 제품군을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많은 양의 문서를 출력하는 이들은 이러한 제품을 구입해야 유지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데에 있다. 보급형 제품 정도의 성능으로 충분한데 굳이 비싼 상위 제품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성능 차이 이상으로 유지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소비자는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HP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대리점 관계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 소매점의 경우 마진 또는 재고 처리 문제로 값이 싼 제품을 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프린터 공식 대리점을 통하면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HP 공식 대리점의 경우 일반 소매점보다 판매가가 다소 높은 편이다. 당연히 안내를 받고 제품을 올바르게 구입하는 이들도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소비자를 위해 제품군을 다양화 했다면 왜 소비자는 이를 모른 채 피해를 봐야만 할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HP 프린터 알고 사면 효율적, 모르고 사면 덤터기? = 결국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HP의 잉크 카트리지 문제는 소비자가 쉽게 인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HP 외에 타 업체도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이겠지만 유독 눈에 띄는 것이 HP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HP측의 주장대로라면 소비자는 사용량에 따라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사용 패턴에 맞는 제품을 고르면 효율적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몰랐다고 해서 막대한 잉크 유지비라는 암초를 만나는 것은 조금 지나친 것이 아닐까.

     

    역시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서 적절한 제품을 구입하거나 아니면 모르고 구입하던지 해야 한다. 물론 현실은 한없이 후자에 가깝다.


    베타뉴스 IT산업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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