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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현대적인 서체 ‘함초롬체’ … “한글을 위한 가장 과학적인 폰트”


  • 김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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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3-09 15:17:03

    과학적인 한글을 위한 과학적인 폰트



    국보 70호 이면서 1997년 유네스코가 한글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하여 세계 기록 유산으로 지정한 훈민정음. 독창적으로 문자를 만들고 한 국가의 공용문자로 자리 잡은 유례가 없는 사건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한글만이 지니고 있는 독창성이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불가능했던 사례였기 때문이다.

     

    사람이 만든 유일한 언어이자 초성 19개, 중성 21개 그리고 받침에 해당하는 27개의 조합으로 구성된 한글은 전 세계 모든 언어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한다. 동시에 만들어진 배경 또한 남다르다. 대다수 백성들이 어려워 쉽게 배우지 못하는 중국어 표기를 대신하기 위한 고안된 문자인 것.

     

    언어란 과학인가? 지금까지의 모든 언어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글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작품이다. 언어란 단순히 의사소통을 넘어서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글에는 한 가지가 더 담겨 있다. 바로 과학이다. 고로 질문에 대한 정답도 한글은 과학이다.  

     

    한글의 위대함은 휴대폰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일명 엄지족이라 불리는 휴대폰 사용자 가운데 문자를 가장 빨리 완성시키는 이들 또한 한국인이다. 과학적인 구조를 지닌 언어이기에 가장 과학적인 휴대 단말기에서도 문제없이 구현되는 것이다. IT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대한민국이 한글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2010년 세종 25년에 완성된 오늘날의 한글 즉 ‘훈민정음’ 탄생만큼이나 주목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지런하고 곱다’라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 ‘함초롬’ 체가 등장한 것. 한글과컴퓨터가 ‘한컴오피스 2010’ 공식글꼴로 지정해 공개한 ‘함초롬’체는 총 2종으로 구성됐다.

     

    함초롬바탕과 함초롬돋음으로 나뉜 글꼴은 한글을 가장 미려하고 수려하게 표현하기 위한 모토로 개발됐다. 개발기간에만 2년 넘게 걸린 함초롬체는 단순 한글 표현을 위한 국문 폰트가 아닌 전 세계 모든 언어를 표현할 수 있는 유니코드 방식으로 구성됐다. 한글은 기본이며, 일본어, 중국은 물론 아랍어 까지 완벽하게 표현한다.

    개발에만 2년 걸린 공식 글꼴, 10년만에 교체


     

    한컴오피스 2010 공식서체로 모습이 공개된 ‘함초롬’체. 한글과컴퓨터는 기본 주요기능과 UI 등 사용자 요구에 맞춰 많은 변화를 이뤄낸 차세대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본 글꼴에 ‘함초롬’체를 지정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컴이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했던 한컴체를 출시한 이래 10년만의 결실이다. 또한 공식 글꼴로 지정된 한컴오피스 2010은 3년 만에 출시된 제품이다.

     

    한컴측은 모던한 조형미, 사용자 중심의 효율성, 미래지향성, 확장성을 고려한 전용서체 개발을 통해 공식글꼴을 변경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개발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 총 2년여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성된 ‘함초롬’체는 글꼴 전문 개발업체인 ‘윤디자인 연구소’에서 제작을 맡았으며, 동시에 한글과컴퓨터가 처음으로 독자 개발한 글꼴이라는 남다른 의미가 담겼다.

     

    개발된 글꼴은 함초롬바탕, 함초롬바탕 볼드, 함초롬돋음, 함초롬돋음 볼드로 총 4종이지만, 일반적인 분류 방식인 바탕과 돋음만 구분해 2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름을 정하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공개 응모를 통해 이뤄진 ‘함초롬’체는 학계와 산업계의 자문을 거칠 정도로 철저하게 계획됐다.

     

    그리고 2010년 초 검수 및 어플리케이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되었으며, 한컴측은 ‘함초롬’체 보급을 위해 힘든 선택을 내렸다. 상용 글꼴임에도 공개 배포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함초롬’체의 대중화에 무게를 둔 것.

     

     

    ‘함초롬’체의 주된 특징은

    ▲디자인 면에서 본다면 젊고 현대적인 서체로 사용자 중심의 효율성을 고려하여 디자인 되었으며, 영문구조 또한 유연한 곡선처리를 통해 현대적이고 모던한 스타일로 디자인 됐다.

    ▲형태면에서 본다면 글꼴의 초성을 통일하고, 적정자간을 유지하도록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으며, 직사각형 형태의 긴 글자체로 변화를 주어 한 줄당 들어가는 글자수가 늘어났다.

    ▲가독성, 심미성면에서 본다면 출력물뿐만 아니라 모니터 화면에서도 글자를 선명하게 보이는 ‘힌팅’기술이 적용돼 가독성은 향상되었으며, 글자를 확대 했을 시에도 글자가 깨지거나 흐려지지 않고 미려하게 표현된다. 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을 토대로 한 ‘함초롬’체는 실 사용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먼저 정사각형 기존 글꼴형태에서 직사각형 형태로 변한 결과 기존 돋음체로 작성된 274쪽 17줄 분량 텍스트를 ‘함초롱’돋음으로 변경했을 경우 269쪽 7줄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자간이 줄어들어 조판시 같은 공간에 더 많은 글자를 담을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깔끔하고 보기도 편해 리포트나 보고서는 물론 일반 블로그나 문서에도 작성하기 좋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인터뷰] “대한민국 국민서체로 당당히 이름 올릴 것”

     

    윤디자인연구소 총책임 디자이너 박윤정 실장
    바탕체 담당 디자이너 박성훈
    돋움체 담당 디자이너 김우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오피스웨어 한컴오피스2010. 여기에 들어가는 대표 글꼴인 함초롬체는 그 분량도 방대했다. 광범위한 사용자를 타깃으로 한 글꼴인 만큼 개발과정에서 다가온 부담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컴체 이후 10년 만에 바뀐 글꼴 이름 또한 순수 한글로 지어질 정도로 남다른 의미가 담긴 개발이었다” 윤디자인연구소 박윤정 실장

     

    2008년부터 총 2년여의 개발 기간이 소요된 방대한 작업은 글꼴 전문 개발업체인 윤디자인 연구소에서 이뤄졌다. 윤디자인 고딕 등 다양한 대표 글꼴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글꼴 개발회사로 인정받고 있는 이곳에서도 ‘한초롬’체 작업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KS규격이 아닌 6만자가 넘는 전 세계 언어를 타깃으로 사용되는 유니코드 글꼴을 하나하나 개발하다 보니 총 8명에 달하는 디자이너가 매달렸다는 것. 총력을 다했지만 2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소요됐다.

     

    이 같이 방대한 작업을 전두 지휘한 총 책임자는 윤디자인연구소 박윤정 실장. “순수 한글이름을 단 서체가 별로 없다. 전용서체와 달리 유니코드에서는 처음 있는 일. 남다른 의미가 있는 서체라고 봤다. 이번 프로젝트를 팀원에게 분배하면서 하고 싶다고 아무나 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하고나면 배우는 것이 많은 프로젝트라고 격려하며 진행했던  것이 기억난다”며 ‘함초롬’체 개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인터뷰에는 고딕체를 담당했던 김우리 디자이너와 바탕체를 담당했던 박성훈 디자이너도 함께 했다.

     

    이들은 한컴오피스 2010의 기본이 되는 글꼴을 새로 만드는 것이며, 서체로 인해 한컴오피스2010에서 전해지는 느낌자체가 현대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데 무게를 뒀다고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또한 UI 디자인하면서도 디자인 안에 글꼴이 들어갈 수 있으니까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심혈을 기울인 서체라고 설명했다.

     

     

    바탕체를 담당했던 박성훈 디자이너는 “바탕체는 기존 붓글씨가 기본이 된 서체이나 함초롬 바탕에서는 붓글씨 형태를 배제하고 심플하게 제작한 것이 큰 변화다”고 달라진 점을 알렸다. 이어 “기존 글꼴은 구조적으로 봤을 때 딱 네모꼴 형태였고 박스 안에 글자가 배치되는 형태였으나 함초롬 바탕은 세로형태의 사각형으로 디자인했으며 좀 더 발전된 형태라도 보면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기존 명조와 비교해 출력해보면 심플하게 정리되는 점이 달라졌다”며, “모음 획의 가로획도 기존에는 앞에도 돌기가 있고 뒤에도 있으나 특히 앞부분을 과감하게 생략. 절제할 부분은 절제하고 살릴 부분은 살려서 바탕꼴 스타일이긴 하지만 좀 더 현대적인 미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체적인 분위기에서의 ‘함초롬’체 주요 변화는 무엇일가? 박 실장은 “윤디자인이 생각하는 현대적인 미감은 복잡한 요소는 절제하고 심플하게 정리하는 것”이라며, “바탕과 돋음 두 가지다 심플하게 정리하고 절제하는 것을 콘셉트로 가지고 개발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죽 “현대적인 미감에 맞춰서 강조할 부분은 강조하고 삭제할 부분 삭제했으며, 복잡한 요소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치부하고 최대한 심플하게 개발했다”고 밝혔다.

     

     

    ‘함초롬’고딕을 책임진 김우리 디자이너는 “고딕 같은 경우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서체 자체가 공간 배분이 그렇고 들쑥날쑥한 부분이 많아. 출력 했을 경우 피로도가 쉽게 오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화면상이나 출력했을 때도 공간 배분 등 안배를 잘해서 출력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디자인했다”고 달라진 점을 알렸다.

     

    이 외에도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먼저 ‘함초롬’체는 전 세계 언어를 다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개발 기간도 2년으로 오랜 시간이 요구됐다. “쉽게 말하면 글자가 많았다는 것.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니코드 체계에 맞춰서 개발하다보니 KS코드에 호환되는 기존 코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용량이 늘어났다. 함초롬체는 유니코드 체계에 맞춰서 전 세계 언어를 모두 구현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한글 디자인에 맞춰서 한자 디자인도 새롭게 했다.”며, ‘함초롬’체 하나면 들쑥날쑥한 느낌 없이 표준화된 문서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베타뉴스 김현동 (cinetiq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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