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6-08 15:59:53
온라인게임을 하는 근본적 이유를 따져보자. 남 신경 안 쓰고 혼자 즐기려면 비디오 게임하면 된다. 사람들이 온라인게임 상에서 서로 부대껴가며 꾸역꾸역 레벨을 올리는 이유는 소통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타인과 말하고 싶고, 어울리고 싶고, 우월해지고 싶은 욕망은 온라인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원초적 본능'이다. 그래서 온라인게임은 소통이 전제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 게시판, 대화창, 파티, 길드 등 어떤 요소도 '소통'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최근 온라인게임에 소통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게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난 것이다. SNS가 디지털 소통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도입하는 게임들이 늘고 있다. 작년 MMORPG 메르메르 온라인이 처음 트위터를 도입한 후 게임과 SNS이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소통은 개발자와 게이머의 관계를 변화시켰다. SNS는 게임사와 이용자 간에 다양한 의사소통수단으로 사용됐다. 게임사는 트위터를 이용해 게임의 개발 과정을 알리고 이용자들의 의견을 듣는다. 하반기 기대작 ‘아키에이지’는 트위터를 이용해 이용자와의 소통을 전개하고 있다.
개발된 상황을 수시로 공개하고 트위터에서 이용자들의 평가를 수집에 게임에 반영했다. 게시판의 일방적 비판보단 발전적인 조언들이 많다. 보다 넓은 틀에서 개발사와 게이머가 소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극적인 공지나 원색적인 비난은 줄었다. 좋은 게임을 위해 양자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늘었다.
게임과 게임의 벽도 허물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2 배틀넷에 페이스북을 연동시켰다. 스타크래프트2 이용자들은 자신의 게임의 결과를 페이스북에 올릴 수 있으며, 함께 게임을 즐길 친구도 찾을 수 있다. ‘디아블로3’,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2’ 등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이 페이스북에 통해 연동된다.
‘디아블로3’를 이용자와 ‘스타크래프트2’ 이용자가 하나의 게임을 하듯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게임의 커뮤니티 범위를 확대시켰다. 게임하면서 실시간으로 다른 게임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내가 ‘와우’을 하고 있는데, ‘아이온’을 하는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면 바로 달려가 도와줄 수 있다.
게이머의 사회참여까지 이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이온’이다. 아이온은 일찌감치 게임 내에 트위터를 도입했다. 지난 6.2선거에서 ‘아이온’ 이용자들은 게임에 도입된 트위터를 이용해 투표참여 운동을 펼쳤다. 엔씨소프트 GM이 트위터에 투표참여 공지를 올렸고, 이용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다시 올리면서 참여도가 높았다.
얼마 전 한 응급환자가 희귀혈액형을 구한다는 소식도 트위터를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됐다. 그 덕분에 환자는 안전하게 수혈을 받을 수 있었다. 유일한 소통 수단이었던 ‘대화창’과 ‘게시판’의 한계를 뛰어 넘는 혁신적인 소통방식이다. SNS를 만나면서 게임에 국한된 소통이 게임 밖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게시판에서 맴돌았던 의견들은 트위터를 통해 날개를 달고 널리 전달 됐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게임속 사정을 손바닥처럼 알게 됐다. ‘아이온’은 게임과 SNS가 만나면 어떤 시너지가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실험이다.
온라인게임과 SNS의 동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통의 확대는 게임의 영역을 확장시켰다. 게이머의 목소리는 게임뿐만 아닌,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게임유저의 소통은 게임세대의 소통으로 이어지고, 사회 전체의 소통으로 번진다. 6.2선거때 게이머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간 이유? 위급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앞 다투어 병원에 달려간 이유?
게임과 SNS가 만날때... 해답은 여기에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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