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칼럼

[칼럼] 스타크래프트2 PC를 기다리며…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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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7-26 15:51:20

    당신은 언제 컴퓨터를 새로 사거나 또는 업그레이드 하는가? 이에 대한 정답은 “내가 필요할 때”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필요할 때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학교 또는 회사에 들어가서, 누군가는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와서,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금 쓰고 있는 프로그램이나 게임이 더 이상 제대로 돌아가지 않아서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동기부여의 주 요인 가운데 하나는 다름 아닌 게임이다.

     

    윈도우 비스타의 처절한 실패로 새로운 운영체제가 PC시장에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공식은 무참히 깨졌다. 와신상담 끝에 선보인 윈도우7은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을 뿐이다. 노트북처럼 처음부터 윈도우7이 설치되어 나오는 경우를 제외하고, 윈도우7에 대한 목마름으로 새로운 PC를 구입하는 경우는 MS의 바람과는 달리 아직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윈도우7 제품에 윈도우XP를 설치해서 보내줄 수는 없느냐는 문의가 여전히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새로운 돌파구는 무엇일까? 많은 하드웨어 업계에서는 게임, 그것도 이른바 대작 게임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가장 기대하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번 7월 27일에 공개되는 스타크래프트2이다.

     

     

    물론 게임 역시 과거에 비해 하드웨어 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게임을 하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 PC였지만 요즘은 콘솔 게임기와 휴대용 게임기, 그리고 스마트폰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이 늘었다. 즉 새로운 대작 게임이 나온다 하더라도 굳이 PC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이 줄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크래프트2가 갖는 상징성은 대단하다. 스타크래프트가 있었기에 오늘날 PC방이 있고, 프로게이머가 생겼다. 애들 장난으로만 생각하던 게임을 첨단 IT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데에는 스타크래프트를 빼놓고는 결코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2가 불경기인 하드웨어 산업에 기폭제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 역시 그래서 클 수 밖에 없다.

     

    게임 개발사인 블리자드 역시 엄청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책정된 마케팅 비용이 이미 100억이 넘는다는 소문이 결코 거짓은 아닌 듯 싶다. 얼마 전에는 항공기를 온통 스타크래프트의 이미지로 뒤집어 씌워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하더니, 이제는 공중파 3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광고를 볼 수 있다. 최근 2-3년 내 게임 단독 TV 광고는 사실상 일부 케이블 방송에서나 어렵게 찾아 볼 수 있었던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그렇다면 스타크래프트2의 하드웨어 사양은 어느 정도일까? 올해 초에는 이런 저런 루머가 있었지만 블리자드가 공식 배틀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예상보다 그리 높지 않다. 권장 사양은 듀얼 코어 2.4GHz의 CPU, 지포스 8800 GTX 또는 라데온 HD 3870 이상의 그래픽 카드, 그리고 2GB 이상의 램을 요구한다.

     

    이 정도 사양이면 `아이온`이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보다는 조금 높은 사양이다. 물론 이 사양은 말 그대로 권장사양이므로 좀 더 쾌적한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더욱 높은 사양에 대한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드웨어에 관계된 이들이라면 좀 더 높은 사양으로 하드웨어 시장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쿼드 코어 급 CPU를 쓰거나 그래픽 사양을 높였으면 하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 정도 사양 역시 기존 스타크래프트에 비해서 상당히 높아진 것이라, 업그레이드가 부담스러운 이들로서는 불만 아닌 불만이 생길만한 요구 사항이긴 하다.

     

    사실 그보다는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좀 더 피부에 와 닿는 하드웨어가 나왔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아이온과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던 모 회사의 노트북은 아이온 CD가 들어있다는 것 말고는 별 다른 메리트가 없었다. WOW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던 데스크톱 역시 게임을 형상화 한 커버를 붙여 좀 색다른 분위기를 낸 것 빼고는 기존 PC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아직도 하드웨어는 초보적인 마케팅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새로 선보이는 스타크래프트2 PC엔 기본으로 게임이 설치되는 것은 물론, 게임의 가중치나 다른 PC에서 볼 수 없는 아이템을 쓸 수 있거나, 아님 아주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등의 특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고객들이 그저 바탕화면이나 바뀐 PC에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 입장에서는 수많은 게임이 있는데 굳이 스타크래프트2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가 하는 억울함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 그대로 국민 게임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은 게임의 후속작이라면, 그리고 그런 후속작과 공동으로 마케팅을 진행하는 컴퓨터나 하드웨어라면 단지 하드웨어 한 대 더 팔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고객이 원하는 진정한 가치를 채워준다면 모처럼 선보인 대작은 하드웨어 시장을 기름지게 하는 윤활유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을까 싶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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