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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길드워2, 유럽서 주목 받는 이유!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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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8-24 14:52:37

     

    한국 게임의 맏형인 엔씨소프트가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길드워2’가 독일게임쇼(게임스컴)에서 온라인게임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게임 돌풍을 일으켰다.

     

    영화로 비유하면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것과 비슷하다. 독일게임쇼는 작년 온라인게임만 분리해 전시됐던 게임컨벤션온라인이 축소된 후 독자적을 실시된 독일 유럽게임 전시회다. 올해는 비디오게임과 온라인게임업체를 합쳐 500여개 게임사가 참여했다. 이는 미국의 ‘이쓰리’와 중국의 ‘차이나조이’, 한국의 ‘지스타’를 넘는 세계 최대의 규모다.

     

    그만큼 전시회에 대한 공신력도 크다. 이번 전시회에는 블리자드, 닌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한 게임사들이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국내 게임사는 엔씨소프트가 유일하게 전시회를 꾸몄다. 엔씨소프트는 대규모 체험관을 설치하고, 온라인게임 ‘길드워2’와 ‘아이온’을 공개했다. ‘길드워2’는 입체로 플레이할 수 있는 쓰리디 체험관도 따로 마련했다.

     

    넥슨, 엔도어즈, 조이맥스 등 한국게임사는 비즈니스 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게임을 홍보했다. 엔씨소프트 체험관은 행사 첫날부터 관람객들로 북적이며 연일 문전성시다. 흥행 면에서 닌텐도, 블리자드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길드워2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워즈 온라인’ 같은 경쟁 작을 제치고 온라인게임부분 대상을 수상했다. 현지 언론들은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유럽시장에서 강력한 경쟁 작을 만났다”고 평가했다.

     

    엔씨소프트가 처음부터 유럽에서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다. 2004년 영국에 지사를 세웠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질 낫은 무료 게임처럼 여겨졌다. 한국에서 성공한 ‘리니지2’도 유럽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의 정서가 배어 있는 ‘리니지2’는 서양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전략을 바꿨다.

     

    무조건 한국식에 집착하지 않은 방향으로 선회했다. 외국 개발사 ‘아레나넷’을 인수해 외국인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만들었다.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는 미국, 유럽에서 600만 장 이상 팔려 흥행에 성공했다. ‘길드워2’는 전작의 성공을 추월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도 한몫했다.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을 수출 할 때 그 나라의 정서와 문화까지 반영한다. 한국에서 성공한 ‘아이온’을 유럽에 수출할 때는 그래픽, 스토리 등을 유럽인들의 정서에 맞춰 변형시켰다. 해마다 새 게임으로 눈길을 끄는 것도 차별점이다. 다른 게임사는 이미 공개된 콘텐츠를 전시해 다소 김빠진 모습이었다.

     

    소니, MS이 공개한 동작인식 게임기는 지난 6월 E3에 내놨던 버전과 다를 게 없다. 심지어 MS는 체험부스까지 E3와 똑같이 꾸며놓았다. 이번 행사의 기대주였던 블리자드는 작년에 공개했던 ‘디아블로3’를 선보였고, 닌텐도 같은 게임사도 닌텐도3D를 그대로 전시했다. 부스 규모만 컸지 콘텐츠 면에선 새로울 게 없는 전시회였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달랐다.

     

    엔씨소프트는 한 번도 선보이지 않은 ‘길드워2’의 체험판을 독일게임쇼에서 처음 공개했다. ‘길드워2’는 기존 게임들의 공식을 깬 파격적인 게임방식으로 주목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독일게임쇼를 유럽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매년 꾸준히 참가했다. 신작들을 가장 먼저 독일게임쇼에서 공개해 유럽게이머들의 신뢰를 쌓았다. 유럽쪽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유럽 인터넷 인프라는 전년도 대비 49% 성장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성장률 24%보다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유럽 온라인게임 사용자 규모도 작년에 이미 7600만 명을 넘었다. 온라인게임을 수출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오랜시간을 투자해 현지인들에게 친근감을 쌓아왔다. 엔씨소프트는 독일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미리 파악하고 꾸준히 투자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로 4번째 독일게임쇼에 참여했다. 초창기 독일게임쇼는 지금처럼 글로벌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은 작은 규모의 행사였다. 다른 게임사가 이슈 있는 게임전시회를 철새처럼 옮겨 다닐 때 엔씨는 독일게임쇼 한 우물만 팠다.

     

    "엔씨는 온라인게임을 잘만드는 회사"라는 인식을 꾸준히 현지인들에게 심었다. 때문에 유럽인들에겐 ‘엔씨소프트’는 한국게임사 보다 온라인게임을 가장 잘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부터 온라인 게임관을 따로 운영했다. 그만큼 온라인게임이 흥행이 된다는 인식이 커졌다. 그 일등공신 역시 엔씨소프트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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