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08-31 17:02:10
인수합병 바람이 게임업계 지형을 바꾸고 있다. 대부분 몇몇 큰 게임사가 작은 게임사를 인수 하며 규모를 늘리는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기업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는 넥슨이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을 만든 네오플을 인수하고, 올해엔 엔도어즈, 게임하이를 차례로 사들였다. 외국 인수합병 전문가를 자사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초빙할 정도다.
다른 대형 게임사들도 끼어들었다. 올 상반기만 CJ인터넷은 ‘시드나인’을, 네오위즈게임즈는 ‘씨알스페이스’를, 위메이드는 ‘조이맥스’를 각각 인수했다. NHN은 ‘드래곤네스트’를 만든 아이덴티티게임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게임업계 굵직한 인수 합병이 더 이루어질 전망이다.
게임업계 인수합병은 두가지 측면이 있다. 실력 있는 중소개발사가 큰 회사에 경영권을 내어주고 개발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대형 게임사들도 따로 서비스권을 따내는 번거로움 없이 게임을 안정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펀치몬스터’ 개발사 넥스트플레이를 인수하면서 게임의 품질을 높이고 부족했던 캐주얼게임 인력도 확충했다. 양사 모두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좋은 게임을 무사히 안착시켰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윈윈 사례다.
기업 인수를 통해 회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던전앤파이터’는 서비스초기 국내용 이었으나, 넥슨에 인수된 후부터 세계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었다. 넥슨은 기업인수를 통해 흥행이 검증된 게임들을 확보해 외국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무리한 인수합병은 부작용도 낳는다. 업체 간의 출혈경쟁이 심하다보니, 중소개발사들은 몸값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벌이기도 한다. 게임하이는 넥슨에 인수되면서 대규모 인원감축에 시달렸다. 전체직원의 25%가 권고사직 당했고, 신규프로젝트도 중단됐다. 게임하이 경영진이 회사 몸값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사장은 큰돈을 벌고 회사를 넘겼지만, 직원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했다.
게임 서비스권을 놓고 업체간 이해관계도 복잡해졌다. 한게임에서 서비스 중인 ‘아틀란티카’ 개발사를 넥슨이 인수했고, 한게임은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드래곤네스트’ 개발사를 인수 중이다.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세븐 소울즈’의 개발사 씨알스페이스는 네오위즈가 인수했다. 게임하이를 인수한 넥슨은 ‘서든어택’ 서비스권을 놓고 넷마블 과의 관계가 불편해졌다. 인수합병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게임 서비스권을 놓고 다툼이 빈번해 지고 있다. 결국 게임이용자만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업계 양극화 현상도 우려된다. 대형 게임사들은 서비스할 게임이 넘치는데, 중소 게임사는 변변한 게임하나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게임업체 매출을 보면 대형게임사들은 최대실적을 이어간 반면 중견게임사는 지난해에 비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중소 게임사들이 위축되면서 직원규모 10명 이하의 영세 게임사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자금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게임사들이 대형게임사에 속속 인수되면서 업계 양극화의 악순환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외국기업은 오래전부터 인수합병의 부작용을 겪어왔다. 한때 세계 최대 게임사로 군림했던 EA는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위기를 맞았다. EA는 맥시스, 웨스트우드, 오리진, 미씩엔터테인먼트 등 실력 있는 개발사를 돈으로 싹쓸이한 ‘공룡업체’다. 그러나 인수한 개발사들을 제대로 쓰지 못해 게임의 질이 떨어졌고,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결국 이에이는 작년부터 경쟁사 엑티비전블리자드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어줬다.
기업 인수합병은 두 얼굴을 가졌다. 잘하면 둘다 좋고, 못하면 둘다 다친다. '사람'이 재산인 게임사의 인수합병은 보다 '인간적'이어야 한다. 회사를 사고 파는 '거래'가 아닌, 사람을 얻기 위한 '인사'가 우선이다. 그만큼 경영자들의 책임감이 중요하다. 돈으로 다른 업체를 집어 삼키는 '진공청소기' 방식은 득보다 실이 많다. 적어도 게임판에서는 그렇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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