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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포스트 PC 시대 인텔의 ‘먹을거리’는?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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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09-07 14:59:14

    금속성 사운드의 딩동댕동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바로 그 회사! 컴퓨터의 표준을 사실상 이끄는 회사! 컴퓨터의 핵심인 CPU를 만드는 회사! 바로 인텔이다. 인텔이 쌓아 놓은 CPU의 성은 너무도 높고 견고해서 그 어떤 경쟁자도 아직까지 공략하지 못하고 있는 이른바 난공불락의 절대 지존이다.

     

     

    언제까지 태평성대를 누릴 것 같았던 인텔이 요즈음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비록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무려 80%가 넘는 시장 점유율로 절대 강자의 위치는 그대로이지만, IT시장의 주된 흐름이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 전자책 등 기존의 PC보다 더욱 작고 빠르면서 에너지 소모량에 민감한 제품으로 바뀌고 있는데 인텔이 여기에 잘 적응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 같으면 가장 먼저 고려될 대상이 인텔이었겠지만, 지금은 스냅드래곤을 앞세운 퀄컴, TI, 삼성과 이 분야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ARM 등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인텔은 그동안 PDA시절부터 나름대로 저전력 프로세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의 흐름에는 조금 뒤쳐진 느낌이다. 여기에 아톰으로 대표되는 저전력 프로세서는 넷북에서는 표준처럼 쓰이지만, 더 작은 기기에는 쓰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텔의 선택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원천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들을 합병해서 경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근원적인 변신을 꿈꾸는 것이다.

     

    첫째로 가장 최근에 인텔은 독일에 기반을 둔 인피니온 무선 사업부를 14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인텔이 휴대전화나 와이파이(WiFi), 4G와 같은 무선 기능을 프로세서에 통합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물론 이미 인텔은 무선 사업부를 가지고 있다가 매각한 적이 있어 이번 인수가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겠지만, 어쨌거나 센트리노시대처럼 칩셋 단위가 아닌 칩 단위에서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제품을 선보인다면 경쟁은 더욱 점입가경이 될 것이다.

     

    그보다 앞서 인텔은 보안 소프트웨어업체로 잘 알려진 맥아피도 인수했다. 예전에 안철수 연구소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회사의 인수를 통해, 인텔은 모바일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필요한 연결성과 보안문제 등에서 한결 발전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른 하나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이미 PC시장에서는 더 이상 큰 먹을거리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인텔이 잘 알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올해 스마트폰과 같은 PC를 대신하는 IT기기, 이른바 포스트-PC 장치가 전 세계적으로 무려 6,600만대가 팔리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PC수요는 5,500만대 수준이다. 이미 PC시장이 완전히 성숙한 시장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 확실하다.

     

     

    또 다른 변화는 좀 더 적극적이다. 통신과 보안을 다른 회사의 합병과 인수를 통해 해결했다면, 이제 근본적으로 OS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흔히 윈텔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텔은 하드웨어에만 전념했다. 또 다른 파트너인 MS는 당연히 소프트웨어를 책임졌다.

     

    이런 황금 분할을 흔든 것도 다른 아닌 모바일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지금의 스마트폰은 더 이상 윈도우기반이 아니다.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OS가 장악하는 시장이다. 물론 MS는 곧 윈도우 모바일 7을 내놓으며 반격에 나설 기세지만,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상이 약해진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선택한 또 다른 해결책은 인텔이 직접 소프트웨어, 그것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아직 경험도 부족하고, 스마트폰이라는 시장 특성상 노키아와 팀을 이루고 있지만, 인텔이 운영체제를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 인텔의 변화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미고(Meego)라는 이름의 운영체제는 당연히 인텔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스마트폰과 관련 기기에 쓰일 예정이다.

     

    참고로 MS역시 최근 윈도우 버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을 위한 프로세서를 인텔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ARM과 함께 만들고 있다. 이 정도면 윈텔이라는 단어는 이제 박물관에서 찾아야 할 판이다.

     

    이런 인텔의 변화는 모바일로 대표되는 IT기기의 변화가 프로세서 회사까지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으로 그런 변화가 좀 더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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