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07 15:06:08
[미국 뉴욕 / 백민기 특파원]
한국에서 연극영화과를 다니다가 러시아에 유학을 갔다고 들었는데 그 계기와
이후 미국에 오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동안 굉장히 많은 의문을 가졌다. 훌륭한 학교에서 열심히 연기에 대해 배웠지만 항상 ‘무엇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욕심이 커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어릴 때부터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는 성격이었다. 그러던 중 다니고 있던 대학교와 러시아 쉐프킨 연극대학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조금 더 큰 세상을 보고 배운다면 당시 내가 가지고 있던 배우로서의 모든 혼란과 고민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다.
처음에는 1년만 계획하고 교환학생으로 갔는데 쉐프킨 연극대학교의 시스템이나 러시아의 예술적인 기운을 뒤로 하고 도저히 한국으로 떠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곳에 남아 졸업하기로 결심하고 공부를 더 했다.
그러나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한국을 떠났으니 조금 더 넓은 세상에서 모험하고 싶어졌다.(웃음) 이미 ‘평생을 연기하며 살겠다’는 결심은 굳게 다졌고, ‘배우로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고 성공하기에 어디가 가장 좋을까?’고민하다가 결국 이 곳 미국까지 오게 됐다. 어쩌면 가장 흔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웃음)
미국에서 연기한 작품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작업을 하면서 있었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정말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배우 친구가 자기가 하는 작품을 소개시켜주면서 뉴욕에서 첫 연극 공연을 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대학로처럼 이 곳에도 소극장들이 곳곳에 많이 위치해 있다. 그런 소극장들에서는 주로 창작극이나 실험극 같은 소규모의 작품이 올려진다. 주로 오프오프브로드웨이(off-off-Broadway) 범위에 속하는 극장들이 대부분 그런 극장들이다.
이후 소개를 통해 점차 오디션을 보면서 이제까지 세 편의 다른 작품들에 참가했고, 그 중 최근 두 작품들은 극장 측의 러브콜을 받아 조금씩 수정하고 더욱 연습해서 한 번씩 더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캄메르스피엘!!’(Kammerspiel!!, 감독 및 각본 Jonny Cigar) 이란 작품과 ‘비하인드 더 불스아이’(Behind The Bullseye, 감독 및 각본 Kevin Doyle). 이 두 작품인데,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아직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비하인드 더 불스아이’ 공연이 시작되는 첫 날,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서 기자님이 오셔서 우리 작품의 리뷰를 써주셨던 것이다.
물론 우리 주최 측에서 여러 미디어에 광고했지만 그런 작은 창작극이 뉴욕 타임스에 리뷰가 나오기는 아주 힘든 일이다. 당시 함께 연기하던 배우들 중에 아무도 이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운이 좋았는지 하필 우리 작품이 선택된 것이다. 그 리뷰를 통해 ‘나탈리 김’이라는 내 이름도 함께 나오게 됐다. 아쉽게도 내 연기에 대한 평은 아니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이름을 잠깐 언급한 것이지만 뉴욕 타임스 기사에 내 이름이 배우로서 나와 있는 것을 보니까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감동적이었다.(웃음)
한국, 러시아, 미국 삼국의 작업 시스템에 대한 차이점과 각 나라에서 연기하며 느낀 점은?
글쎄, 한국에서 러시아로 갔을 때는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현대연극의 시발점이고 모든 시스템이 굉장히 잘 되어있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그 것을 직접 몸으로 체험하니 느낌이 달랐다.
러시아는 아직까지도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극장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매 시즌 레퍼토리가 있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작품들을 연습해서 그 레퍼토리를 돌아가면서 시즌 내내 공연하는 방식이다.
그에 반해 한국과 미국은 거의 같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런 것 같다.
한국은 공연 문화에 있어서 굉장히 크고 좋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로 공연 문화와 영화에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여기 자체가 너무 크고 이미 정형화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다른 새로운 것들이 들어오기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이미 아주 많은 훌륭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해외에서 가져오고 또 초청 공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관객들이 그런 좋은 공연들을 접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고, 공연 예술에 대한 시각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평소 존경하는 배우가 있다면? (국내외 배우 남자, 여자 각각 1명씩) 그 이유는?
한국에 있을 때는 남자 배우로는 최민식 선배님, 여자 배우로는 전도연 선배님을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 같다. 외국 배우로는 남자 배우는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 여자 배우는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라고 감히 말씀 드린다.
이 질문은 어디를 가나 항상 받는 질문인데 대답할 때마다 참 힘든 것 같다. 솔직히 가장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배우보다는 그 때 그 때 작품에서의 배우들을 더 보고 생각하는 편이다. 대 선배님들의 연기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잘 듣고 잘 반응하는 모든 배우들을 존경한다. 앞에서 언급한 배우들(최민식, 전도연, 로버트 드 니로, 메릴 스트립)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웃음)
나탈리 김처럼 유학 또는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의 배우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여러 장르 중에서 가장 최근에 본 작품 혹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다시 한 번 말씀 드리면, 언제나 ‘가장 좋아하는’에 대한 질문은 나 자신에게 잘 안 맞는 것 같다.(웃음) 최근 본 작품 중에서 굳이 뽑자면 영화 <줄리 앤 줄리아 : Julie & Julia>인 것 같다. 무조건 메릴 스트립(Meryl Streep)이 주인공이라 그런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넓게 보자면 개인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 여운이 남고 생각하게 되는 작품 중에 <디 아워스 : The Hours>라는 영화가 있다. 너무나 훌륭한 배우들이 연기했고, 실제 인물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스토리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평소 굉장히 좋아하는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조금 우울한 영화이기도 하지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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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타뉴스 백민기 (kawaijulia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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