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10 19:22:54
3TB 하드디스크의 등장으로 불거진 용량 인식 문제 |
최근 웨스턴디지털(WD)이 3TB(테라바이트) 용량의 WD 캐비어그린 3TB 모델을 출시했다. WD 뿐만 아니라 다른 하드디스크 제조사들도 머지 않아 2.5TB 이상의 고용량 하드디스크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고속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고 주고받는 디지털 데이터의 용량의 급증함에 따라 저장 공간의 용량은 다다익선, 즉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시대가 됐다.
전에는 두서너대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해야 구현할 수 있었던 3TB라는 어마어마한 용량을 이제 1대의 드라이브로 해결하게 된 것은 정말 바람직한 일이다.
▲ 3TB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나와도 그 용량을 다 쓸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그런데, 3TB 용량의 하드디스크가 등장하면서 PC 업계에는 새로운 숙제가 하나 생겼다. 일부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PC에서 3TB 하드디스크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2/3정도인 2.2TB까지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먹고 새 하드디스크를 구매해 PC에 연결했는데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용량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난감한 일은 없다. 차라리 하드디스크가 초기 불량이면 제품을 교환하면 되고, 메인보드 이상이라면 A/S를 받으면 그만이다.
그런데 3TB 하드디스크를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메인보드 바이오스와 운영체제가 애초부터 정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당장 3TB 하드디스크를 문제 없이 쓰려면 이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운영체제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이같은 문제에 직면해 대표적인 메인보드 제조사 중 하나인 아수스(Asus)가 하나의 해결책을 선보였다. 최신의 메인보드와 운영체제가 아닌 시스템에서도 2.5TB나 3TB의 고용량 드라이브의 모든 용량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디스크 언럭커(Asus Disk Unlocker)’가 그것이다.
디스크 언럭커로 기존 시스템에서 3TB 용량 모두 쓴다! |
일반 PC에서 3TB 하드디스크를 장착했을 때 메인보드와 운영체제에서 인식하는 용량이 2.2TB에 불과한 것은, 기존의 바이오스 및 운영체제에서 드라이브 인식에 사용하는 MBR(마스터 부트 레코드)가 최대 2.2TB까지밖에 지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MBR은 애초에 32bit 운영체제까지만 고려해 만들어진 탓에 하드디스크에 32bit의 범위를 초과하는 데이터 저장 주소를 만들 수 없다. 즉 태생적으로 2.2T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정상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는 말이다.
▲ 구시대(?)의 MBR 때문에 3TB 하드디스크를 2.2TB까지밖에 쓸 수 없다
그나마 2.2TB 이상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예 3TB 하드디스크를 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3TB 하드디스크를 연결해도 2.2TB까지만 인식하고, 남은 용량은 쓰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드디스크 파티션을 MBR 포맷이 아닌 ‘GPT(GUID Partition Table)’ 포맷을 사용해야 하며, 운영체제와 메인보드의 바이오스 모두 이를 지원해야 한다.
▲ 32bit 윈도우 7에서 본 3TB 하드디스크. 총 용량은 인식되나 2.2TB까지만
쓸 수 있게 구분되어 있으며, 남은 부분은 볼륨을 만들 수도 없다
그런데 모든 운영체제와 메인보드가 이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운영체제의 경우 윈도우 비스타와 7 이상부터 GPT를 지원하고, 메인보드는 바이오스에서 GPT를 지원하는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를 채택해야 한다.
그것도 32bit 운영체제에서는 이들 조건을 만족한다고 해도 용량 확장용 드라이브로밖에 쓰지 못하며, 64bit 운영체제를 사용해야만 부팅용 드라이브로 쓸 수 있다.
어쨌든 간단히 결론을 내면 아직까지 상당수 사용자가 쓰고 있는 윈도우 XP에서는 특별한 방법 없이는 3TB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모두 쓸 수 없다는 말이다.
▲ 구형 보드는 물론, XP 사용자도 3TB 하드디스를 모두 쓸 수 있게 해주는 디스크 언럭커
그러나 아수스 메인보드 사용자들은 ‘디스크 언럭커’를 사용해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특히 UEFI를 지원하지 않는 기존 바이오스이거나, 윈도우 XP 사용자도 3TB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수스 디스크 언럭커의 장점이다.
아수스 메인보드 사용자는 우선 디스크 언럭커 홈페이지(event.asus.com/mb/2010/Disk_Unlocker/)에 가서 자사의 제품이 이를 지원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신의 제품이 지원하는 모델이면 자신의 운영체제 종류에 맞는 디스크 언럭커 버전을 다운받으면 준비가 완료된다.
▲ 아수스의 디스크 언럭커 지원 메인보드 리스트
일단 GPT를 지원하는 윈도우 7 및 비스타(SP1 이상) 사용자들은 디스크 언럭커를 다운받고 설치한 다음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하면 된다.
3TB 하드디스크가 PC에 설치되어 있으면 디스크 언럭커의 하드디스크 선택 목록에 해당 하드디스크가 표시되며, 선택 후 ‘Create(생성)’ 버튼을 클릭하면 된다.
▲ 디스크 언럭커 실행화면. 'Create(생성)'버튼을 클릭하면 쓰지 못하던
남은 용량을 새로운 가상 드라이브로 만든다.(오른쪽 빨간색 박스)
이 과정을 거치면 2.2TB를 뺀 나머지 쓸 수 없었던 용량을 가상 드라이브 형태로 만들어 모두 쓸 수 있게 된다. 단일 파티션으로 3TB 용량을 모두 쓸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원래 불가능한 환경에서나마 남은 용량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쓰지 못했던 용량이 새로운 드라이브로 전환되어 쓸 수 있게 됐다
더욱 상황이 열악한 윈도우 XP에서는 추가 과정이 필요하다. 디스크 언럭커 프로그램 사용방법은 똑같지만, 그 전에 드라이브를 정상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전용 드라이버를 설치해야 하기 때문.
드라이버를 설치하는 과정도 까다롭다. 마찬가지로 아수스 홈페이지에서 XP용 디스크 언럭커 패키지를 다운받고, 그 안에 들어있는 제작 툴과 비어있는 3.5인치 디스켓을 이용해 ‘드라이버 디스켓’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윈도우 XP를 새로 설치하면서 드라이버를 읽어들일 때 ‘F6’키를 눌러 디스켓에 담긴 드라이버를 함께 설치해 주면 된다.
요즘엔 거의 사용하지 않는 3.5인치 디스켓과 드라이브를 사용해야 하고 윈도우 XP를 새로 설치할 때만 드라이버를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번거롭기 짝이 없으나, 가장 지원 환경이 열악한 XP에서 3TB 하드디스크를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 노력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아수스 디스크 언럭커는 아수스 메인보드에서만 작동하며, 내장형 하드디스크뿐만 아니라 USB 방식의 하드디스크까지 지원한다.
기존 제품 사용자를 고려한 아수스의 배려 |
사실 3TB 하드디스크의 용량 인식 문제는 PC의 시스템 환경이 32bit에서 64bit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발생하는 과도기적인 문제다.
즉 시스템의 발전 속도에 비해 하드디스크 용량 증가 속도가 훨씬 빨라서 발생한 문제인 만큼 하드디스크 제조사나 운영체제 개발사, 메인보드 제조사 등 누구 하나 탓할 수는 없다.
어쨌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업체들은 협력을 통해 다양한 대처법을 내놓을 것이다. WD도 이번 3TB 하드디스크를 출시하면서 UEFI를 지원하는 전용 SATA 컨트롤러를 함께 제공하는 등 우선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다른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아수스의 디스크 언럭커같은 대용량 드라이브 인식 솔루션을 빠르게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수스는 한 발 빠르게 3TB 하드디스크 등장에 대처함으로써 ‘디스크 언럭커’라는 대응 수단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3TB 하드디스크 사용에 있어 사각지대나 다름 없는 윈도우 XP 사용자까지 배려했다는 것은 아수스가 그만큼 자사의 기존 제품 사용자까지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아수스 디스크 언럭커는 자사의 기존 제품까지 고려한 '서비스'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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