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USB 3.0’ 속도는 초고속, 보급은 굼벵이?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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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0-12-13 09:00:52

    만약 USB라는 규격이 없었다면 지금의 컴퓨터가 얼마나 불편했을까?

     

    범용(Universal)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USB의 최대 덕목은 호환성에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가운데 USB 단자가 없는 컴퓨터는 찾기 힘들다.

     

    USB 규격이 나오기 전엔 이처럼 뛰어난 호환성을 갖춘 규격이 없었다. 병렬 단자에 프린터를 연결해 보고, 직렬 단자에 마우스를 달아 본 사람은 USB가 얼마나 편리한지 안다.

     

    너무도 편리한 USB는 그래서 또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그 때까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임무, 바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통로 역할이다. 흔히 USB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USB 메모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처음 메가바이트(MB) 단위로 시작한 USB메모리는 그 편리함에 이끌린 수많은 지지자의 환호 속에 이제는 누구나 쓰는 일반적인 저장장치가 됐다. 최근 생산을 중단한 플로피디스크의 보급 속도를 생각한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보급된 저장장치는 또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호사다마랄까? 아니면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일까? 그저 쉽고 편리하게 저장되는 것 만으로도 고맙던 USB 메모리에 좀 더 많은 용량을 원하면서 필연적으로 속도라는 덕목을 요구하게 되었다.

     

    본디 호환성에 중점을 두어 속도만큼은 느려 터졌던 USB는 2.0이라는 새로운 규격을 선보이면서 이론적으로 무려 40배 가까이 속도를 끌어 올렸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USB메모리는 그 절대 지위를 적어도 용량에서 만큼은 외장하드라는 새로운 물결에 내주고 말았다. 속도와 용량의 하모니에서, 그리고 값에서 USB메모리는 결코 외장하드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가바이트(GB)단위를 넘어서 테라바이트(TB)단위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의 욕심은 다시 한 번 속도에 대한 불만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480Mbps의 전송속도는 이제 커질 대로 커진 데이터를 옮기기엔 어느새 너무 부족한 대역폭이 된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선보인 것이 다름 아닌 USB 3.0이다. 사실 USB를 쓰는 다른 주변기기들, 예들 들면 프린터나 마우스나 속도가 느리다고 불만을 말하는 일은 결코 없다. 거의 절대적으로 USB 3.0은 외장 저장장치만을 위한 규격이다.

     

    이는 본질이 왜곡된 것이다. USB의 최대 장점이 호환성이지만, USB 3.0에 이르러서는 이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둔 까닭이다. 이미 전송속도에 불만이 많았던 외장하드 제조사들의 적극적인 협력과 압박에 의해 선보인 USB 3.0은 이론상으로는 USB 2.0에 비해 10배가 넘는 최대 5Gbps의 속도를 낸다. 괜히 슈퍼스피드라는 별명이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정도면 내장 HDD의 인터페이스인 SATA II의 전송속도인 3.0Gbps보다도 훨씬 빠르다. 물론 이는 이론적인 것이고 내장하드에 비해 적어도 인터페이스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으로 빨라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빠른 속도 때문에 USB 3.0의 운명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일단 USB 3.0은 달라진 환경에서 새로운 경쟁상대가 있다. 아직 초기라서 호환성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처음 선보이다 보니  USB 3.0을 써먹는 메인보드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은 그렇다고 치자.

     

    무엇보다 인텔의 배신 아닌 배신이 결정적으로 USB 3.0의 미래를 슬프게 만들고 있다. 단순한 CPU제조사가 아닌 PC의 표준을 사실상 좌우하는 인텔이 USB 3.0 대신 꺼내든 카드는 광섬유를 이용한 데이터 전송 케이블 '라이트 피크'라는 것이다.

     

    라이트피크는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한 데이터 전송 기술이다. 초당 최대 10GB까지 속도를 낼 수 있어 USB 3.0보다도 이론적으로 두 배가량 빠른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 쓰고 있는 USB 2.0보다는 무려 스무 배 빠르다는 얘기다. USB에서 호환성만큼이나 속도가 중요한 덕목이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속도는 이 바닥의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 번에 여러 대 PC와 동시 접속하는 것을 지원하고 USB뿐만 아니라 HDMI 입력 단자, 파워 케이블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용할 수 있어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아직 실용화는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미래에 대한 전망만큼은 장미빛 일색이다.

     

     

    반대로 USB 3.0이 제대로 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를 쓸 수 있는 칩셋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인텔이 이렇듯 애매모호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보니 그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 전통적인 하드를 위한 인터페이스인 SATA를 외장형으로 만든 eSATA 역시 새로운 강적이다. 물론 호환성에서는 USB를 따라오지 못하지만 안정성과 속도만큼은 전혀 뒤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FireWire 같은 인터페이스 역시 애플에선 여전히 소중한 덕목이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저버리는 기술은 IT업계에서는 찾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USB 3.0이 화려했던 선배들의 업적을 잇는 주축 선수가 될지, 아니면 새로운 규격에 자리를 내어주고 지금처럼 마우스나 프린터 등 속도 느린 친구들의 골목대장 역할에 머무를지, 조금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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