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0-12-28 14:58:35
올해 게임시장을 표현하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다. 변화가 왕성한 외국은 진보가 대세였다면, 한국은 인기작들이 득세하는 보수성을 유지했다. 외국에선 작은 게임사가 큰 게임사를 뒤엎는 역전극이 벌어진 반면, 국내는 큰 회사가 작은 회사를 사들이는 인수합병 사람이 심했다. 올해 게임시장에서는 어떤 게임이 뜨고 지며 업계의 지형도를 바꿨을까?
▲ 닌텐도 ↓ 아이폰 ↑. 게임제국 닌텐도의 위상이 흔들렸다. 2008년, 매출 2조원 가까이 벌어들인 닌텐도가 2009년 말부터 순이익이 50% 급감하더니 올해 7월에는 252억 엔의 적자를 봤다. 닌텐도는 휴대용게임기 닌텐도DS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회사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달렸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도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아이폰이 나오면서 닌텐도의 아성은 위협받기 시작했다. 닌텐도DS는 게임기 하나에만 집중했지만, 아이폰은 전화, 인터넷, 게임 등 여러 기능이 통합된 기기다. 아이폰의 터치스크린은 닌텐도디에스보다 게임을 조작하기 더 쉽게 제작됐다.
아이폰은 앱스토어를 이용해 다양한 게임들을 싸게 즐길 수 있지만, 닌텐도는 게임사 위주의 고가정책을 고수했다. 그 결과 올해 아이폰용 게임은 줄줄이 대박을 쳤다. ‘앵그리버드’는 5천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 가장 성공한 게임으로 등극했다. 위기감을 느낀 닌텐도는 주력상품 닌텐도DSI의 가격을 인하하는 굴욕을 겪었다. 닌텐도가 주장한 ‘선택과 집중’의 기능이 스마트폰의 ‘통합과 다양성’의 기능에 밀린 것이다.
<서비스 불안정으로 발매가 연기된 파이널판타지14>
▲ 파이널판타지 ↓ 문명 ↑. 일본게임의 상징 ‘파이널판타지’가 체면을 구겼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지난 20년간 1억장 넘게 팔린 최고의 베스트셀러게임이다. 그러나 최신작 파이널판타지 13편은 조악한 게임방식으로 이용자들의 혹평을 받았고, 이어 나온 14편까지 게임상 오류로 서비스가 연기됐다. 그래픽만 강조한 나머지 게임이 너무 단조롭다는 평가다.
파이널 판타지는 한국 이용자에게도 외면했다. 연이은 부진으로 개발사 스퀘어에닉스의 내년 실적도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올해 한국에선 문명 신드롬이 거셌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문명폐인’, ‘간디 페러디’ 등 사회적 이슈를 낳았다.
한번 시작하면 밤 세는 줄 모르는 특유의 중독성으로 이용자들의 잠을 빼앗았다. 게임 속 캐릭터 간디의 대사는 인터넷 유행어로 퍼질 정도다. 볼거리에만 치중했던 파이널판타지는 지고, 짜임새 있는 콘텐츠를 내세운 문명5는 떴다. 파판의 부진으로 올해 일본게임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 신작↓ 구작↑. 한편 한국게임 시장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같은 10년 된 게임의 인기는 치솟고, 새로 진입한 신작들의 성적은 변변치 못했다. 리니지는 대규모 콘텐츠 추가로 동시접속자 15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메이플스토리는 40만 명의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올해 나온 신작들은 기존 인기작의 벽을 넘지 못하고 속속 무너졌다. 동시접속자 5만 명 이상 돌파한 신작게임들이 없을 정도다. 한국 역사를 소재로 해 발매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패온라인’은 불안정한 서비스로 일주일도 못 돼 중단 됐고, 액션대작 ‘미소스’도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 중소업체↓ 대형업체↑. 업체간 인수합병 바람이 거셌다. 대부분 넥슨, 엔에이치엔, 씨제이인터넷 같은 큰 회사가 작은 게임사를 삼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큰 회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다 보니 중소 게임사들이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팜빌’을 성공시킨 신생회사 ‘징가’가 세계 2위 게임사 ‘이에이(EA)’의 앞질렀던 외국에 비해, 한국 시장은 너무 정체됐다는 우려도 있다. 여기에 청소년셧다운제 도입, 게임심의료 인상 등 규제 위주의 정책도 올해 한국 게임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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