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1-23 10:04:20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병가로 자리를 비우면서 세계 IT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애플과 경쟁사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것은 물론 차세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장 잡스의 부재에 따른 애플의 앞날에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애플은 지난 18일 2011년 1분기(2010년 10월~12월) 결산을 발표했다. 4분기 기준 과거 최고의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시가 총액은 마이크로소프트를 넘어 세계 최대 석유 회사인 엑슨 모빌에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잡스가 병가를 이유로 잠시 회사를 떠난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주가는 6% 가량 하락했다. 잡스가 결산 발표 자리서 “몇 가지 ‘익사이팅’한 제품이 애플을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자신의 부재와 상관없이 애플은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음에도 말이다.
잡스가 떠난 자리는 팀 쿡 COO가 대신한다. 팀 쿡은 잡스 못지 않은, 칼 같은 성격의 소유자라는 평가다. 외신을 살펴보니, 잡스의 부재로 애플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쿡이 잡스 못지 않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애플은 예전부터 관료적인 행정 능력보다 창조력과 아이디어, 이를 밀어붙일 수 있는 추진력을 리더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겨왔는데, 쿡은 애플이 어떤 회사여야 하는지에 대해 잡스를 제외하곤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 2004년과 2009년 두 번에 걸쳐 잡스가 잠시 회사를 비웠을 때 애플을 잘 이끈 데서 알 수 있다.
이번 잡스의 병가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주가 하락은 있을 수 있으나 향후 애플이 지금처럼 매력적인 제품과 전략을 펼칠 수 있다면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증권사 티콘더로가(Ticonderoga)의 담당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화이트는 "스티브 잡스의 병가에도 불구하고 1월 18일 발표된 지난 분기 애플 실적과 이번 분기 전망을 감안하면 애플의 목표 주가를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 역시 “애플에는 스티브 잡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머리말 기사에서 시가총액 세계 2위의 애플은 잡스의 요양 기간에 몇 가지 실수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간단하게 무너질 곳이 아니라고 언급했다. 그럼 외신들과 증권가가 잡스의 병가와 관계없이 애플이 잘 운영될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아이팟, MP3에서 애플리케이션 장치로 진화
이번 결산에서 애플은 불과 3개월 사이, 아이패드 733만대, 아이폰 1624만대, 아이팟 1945만대, 그리고 맥을 413만대 판매한 것으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부진한 것은 아이팟이다. 아이팟 판매 대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7% 정도 하락한 수치다. 그런데 이 수치를 곰곰이 들여다보면 지각변동이 있음을 알 수 있다.
= 새로운 아이팟 패밀리
사실 2년 전부터,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 나노보다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즐길 수 있는 아이팟 터치로 사용 흐름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 2009년부터 시작된 이 흐름은 지난해엔 더욱 더 가파르게 진행되어 1년 사이 아이팟 터치의 판매 비율은 27% 늘어나 아이팟 전체 판매량의 50%에 달한다. 2001년 아이팟이 등장했을 때, 이름이 왜 'iMusic'이나 'iJukeBox'가 아닌 '아이팟'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짧아 기억하기 쉬운 만큼 아이팟이 향후 음악 시장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데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결과는 예상대로다. 2001년 음악 재생 기능 외에는 별다른 게 없었던 아이팟은 그 후 게임이나 주소록, 캘린더, 사진, 동영상 재생 등 점차 기능을 추가하더니 전화까지 삼키면서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스마트폰으로 바꿔놓는 저력을 발휘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애플은 음악 재생 기능만 필요한 사용자들에게는 불필요한 기능은 없애고 철저하게 가격을 내린 아이팟 나노와 아이팟 셔틀을 제공하는 한편 대부분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30만개에 달하는 앱스토어의 애플리케이션을 아무런 제약 없이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아이팟 터치에 주력하는 사업 전환 중에 있다.
멈추지 않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의 성장세
아이팟 터치뿐만 아니다. 3개월 만에 733만 대를 판매한 아이패드는 어떠한가. 아이패드 대항마로 거론되는 7인치 갤럭시 탭의 한 달 전 세계 판매량은 60만 대로 월 평균 244만 대가 팔리는 아이패드의 적수로 보기엔 한참 뒤진다.
=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하는 잡스
한국은 물론 많은 기업들이 아이패드 도입을 계획 중이며 미국에서는 e북 서비스 ‘아이북스’에 이어 세계적 미디어 그룹 뉴스 코프레이션을 소유한 미디어 황제 로버트 머독과 함께 전자 잡지 사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이폰 역시 스마트폰 시장뿐만 아니라 휴대폰 시장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적지 않은 점유율을 자랑한다. 애플은 최근 3개월 사이 1624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으며 버라이즌을 통해 CDMA 아이폰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는 2월 이후 판매량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량이 버라이즌 공급을 통해 분기 판매량이 2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경쟁사와 달리 애플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제품을 추구하고 최고라 자부하는 제품을 만든 이상 그것을 최대한 팔려고 전력을 다하는 회사다. 경이적인 판매량을 기록하는 아이폰도 대부분 아이폰4 혹은 아이폰3GS로 단 2모델에 불과해 압도적인 비즈니스 효율을 자랑한다 (휴대폰 1대를 만들면, 그에 따른 연구 개발비와 제조비용이 소요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비도 단말기 마다 달라 라인업이 많아질수록, 비즈니스로서의 효율은 떨어진다. 제조사에 따라서는 10개 이상의 단말기를 개발, 공급하는 곳도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호레이스 데디우라는 블로거가 운영하는 시장조사 사이트 아심코(Asymco.com)에 따르면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은 6위에 불과하지만 적은 모델로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덕분에, 휴대폰 제조사 전체 이익의 절반 정도가 애플 몫이란다. 이미 아이폰은 다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제품인 셈이다.
맥 컴퓨터도 나름대로 값이 나가는 PC이면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413만 대가 판매되었다. 특히, 맥북 프로가 인기인데 노트북 맥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로 34% 성장했다고 한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발표한 2010년 1월 스스로를 모바일 기기 회사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는데 맥에서도 이를 이룬 것이다.
잡스의 부재, 영향은?
이 같은 흐름으로 잡스가 없는 1~2년 사이 애플에 미지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잡스의 업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부분에서 영향은 나름대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CEO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형태의 병가이고 멀지 않은 시기에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혹여 복귀 시기가 늦어진다고 해도 ‘3년’은 별 탈 없을 것이다. 굳이 ‘3년’을 언급한 것은 애플은 항상 3년 주기로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고 있기에 그러한 이미지를 유지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서다.
= 초기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 ‘애플 컴퓨터’에서 ‘애플’로 사명을 변경했다.
예를 들면, 1998년 애플은 아이맥의 디자인 중요성을 이유로 USB 채택을 서둘렀다. 그 후 3년 뒤인 2001년, 휴대형 MP3 플레이어 제조사로 변신한다. 다시 3년이 흐른 2004년에는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닌 음반 유통사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대표 제조사로 자리를 굳혔고 애플TV를 무기로 안방으로까지 진출한다. 그리고 2010년, 애플은 아이패드를 무기로 출판이나 영화, TV(미국)라는 거대한 미디어 시장에서 한층 더 거센 혁명을 야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애플은 거의 3년 주기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고 있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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