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14 17:36:30
요즘 일부 언론들의 게임 때리기를 보면 어쩔땐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좋은 취지로 그랬거니 하며 웃어 넘기기엔 도가 지나치다. 지난 1월 방영된 KBS 추적60분 ‘살인을 부른 게임중독’에선 게이머를 마약중독자 취급하며,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인식을 심었다.
방송에선 게임하는 아이들의 뇌가 살인을 해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의 뇌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게임에 빠진 아이는 유형철 같은 잠재적인 ‘사이코패스’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보도가 나가자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네티즌들은 “게임하는 사람들은 모두 잠재적 범죄자인가”, “게임이 마약과 같다면 게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마약사범인가” 등의 비난이 줄을 이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13일 MBC 뉴스데스크에선 PC방서 게임에 몰두하는 초등학생들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PC방 전원을 차단해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는 억지설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PC방 전원이 차단 되자 짜증을 내는 사람들을 비추며 “폭력게임의 주인공처럼 난폭하게 변했다”라고 말한 기자의 멘트는 그 자체가 코미디다. 아니나 다를까. 보도가 나간 후 이번에도 네티즌의 비난이 봇물 터졌다. 네티즌들은 "기자 자신도 기사를 쓰던 중 노트북 전원을 꺼버리면 화를 낼 것 아니냐"며 억지보도를 비웃었다.
이렇듯 편파적이고 악의적인 보도를 보며, 문득 2차 대전 독일 나치의 선동가 괴벨스가 떠오른다. 괴벨스는 나치의 유명한 선동가로 언론과 대중연설을 통해 독일국민을 나치즘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그는 독일인의 마음에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키웠고, 홀로코스트라는 20세기 최대비극을 낳았다. 그는 '분노'와 '증오'를 대중선동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사용했다.
괴벨스는 유대교의 가축 도살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유대인은 야만적이고 잔인한 민족이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었다. 사소한 일을 과장하고 과거의 일을 금방 일어 난 것처럼 포장한다. 모든 정보를 단순화시키고, 끝없이 반복해 대중을 현혹시킨다. 그의 선동으로 독일 국민은 나치에 열광했고, 결국 폐망의 길을 걸었다.
최근 게임에 대한 언론보도가 괴벨스의 전략과 비슷하다. 언론은 '게임 = 마약, 게이머 = 잠재적 살인마'로 단순화 시켜 보도한다. 이 과정에서 근거 없는 실험이나 자료들이 대단히 신빙성 있는 자료로 둔갑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이슈화 시킨다.
게임의 순기능이 더 많은데도 역기능만 부각시킨다. 보도를 접한 부모들은 자녀를 망치는 게임을 증오하게 된다.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하는 책임도 게임 탓이고, 이유 없이 신경질 내는 이유도 게임 탓이다. 수면 부족으로 건강을 해치는 주범도 게임이다. 심지어 게임업계 종사자도 자기 자녀가 게임하는 꼴을 1분도 참지 못한단다.
게임관련 사건 사고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최근에 발생한 것인 냥 위기감을 조성한다. 게임에 빠진 사람은 언제든지 사고를 칠수 있고, 우리는 그들에게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사회전반에 스며든다.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유대인의 풍습을 야만적이라 묘사한 괴벨스처럼, 언론은 PC방 전원이 꺼져 당황하는 아이들을 '폭력게임 주인공'이라고 몰아부친다. 이쯤 되면 게임은 '사회악'이자 없애야 할 '공적'이 된다.
그리고는 여성가족부는 의기양양한 혁명군처럼 나타나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를 발표한다. 웃기는건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이 제법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 된다는 것이다. 게임을 향한 밑도 끝도 없는 증오심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란 희대의 넌센스를 만든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부모들의 증오심을 이용해 게임에 돌팔매질을 한다. 그러면서 교육 문제, 청소년 문제, 청년 실업문제 등 정작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는 슬쩍 덮으려 한다. 그러나 어설픈 괴벨스 선동은 오히려 비난과 조롱만 살 뿐이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소셜네트워크 시대를 사는 요즘 대중들은 반세기전 세상 물정에 무지했던 독일 국민이 아니다. 인터넷에 폭주하는 뉴스데스크 관련 각종 패러디가 게임판 괴벨스에 대한 대중의 '답'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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