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2-21 09:20:47
요즈음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패드나 겔럭시탭 같은, 이른바 태블릿PC를 쓰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지어 며칠 전 회의에는 무려 세 명의 직원들이 태블릿PC를 들고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스마트폰은 기본, 태블릿은 옵션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분명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루이스 머독이라는 언론 재벌은 분명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지난 2월 2일, 세계 최초로 더 데일리(The Daily)라는 아이패드 전용 디지털 신문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루이스 머독이 소유하고 있는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은 세계 최대의 미디어 복합기업으로 신문, TV, CATV, 위성방송, 출판 등 거의 모든 미디어를 가지고 있다. 주요 업체만 살펴보아도 더 선, 월 스트리트 저널, 뉴욕 포스트 등의 신문사와 폭스 방송, STAR TV,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같은 방송국, 여기에 20세기 폭스, 하퍼출판사 등이 대표 선수다. 요즈음은 페이스북에 밀렸지만 한동안 인기 몰이를 했던 마이스페이스 같은 인터넷 미디어도 포함된다.
오직 아이패드만을 위한 완벽한 디지털 신문
먼저 더 데일리라는 아이패드용 디지털 신문을 살펴보자. 가장 특이한 점은 일반 신문처럼 매일 발행된다는 점과, 인쇄매체는 물론 다른 웹 등으로는 볼 수 없고 오직 아이패드로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매일 100쪽 이상의 뉴스는 물론, 각종 스타일, 엔터테인먼트, 오피니언, 스포츠 등 기존 신문에서 다루던 거의 모든 뉴스를 말 그대로 디지털로 볼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디지털의 장점을 살려 회전할 수 있는 사진과 HD급 동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대폭 보강한 데 있다. 여기에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도 연동되고, 속보의 경우 바로 바로 업데이트를 통해 기사로 올릴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기사는 유명 아나운서의 음성지원도 된다. 물론 아직은 한국어 서비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점점 줄어드는 종이 신문 구독자
그것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유로라는 점이다. 그동안 인터넷신문은 사실상 공짜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부 언론에서 유로화를 추진했지만 그 때마다 실패했던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인터넷 신문의 유료화 실패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머독은 인터넷에 걸맞은, 다시 말하면 디지털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고품질의 미디어를 생산하고, 이에 합당한 비용을 받기로 결심한 듯 싶다.
현재 더 데일리의 구독 비용은 1주일 99센트, 1년 39.99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일 년 약 5만 원 정도인데 과연 이 비용을 기꺼이 낼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무료 구독기간은 2주일이다.
물론 이런 결정에는 그만큼 아이패드가 많이 팔렸다는 것도 결코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더 데일리는 1차로 약 200만 명의 구독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일 년에 구독료만으로도 약 8천만 달러의 매출이며, 구독료보다 훨씬 규모가 큰 광고료까지 합친다면 엄청난 시장이다.
여기에 당분간은 힘들겠지만 안드로이드, 웹OS, 윈도우 등 다른 태블릿PC까지 플랫폼을 넓힌다면 구독자와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머독이 노리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이다.
고품질로 승부한다는 전략
실제로 머독은 초기 투자비용만 무려 3천만 달러를 썼다. 여기에 뉴욕포스트 편집국장 출신의 제시 안젤로가 초대 편집국장을 맡았고, 머독이 소유한 여러 언론사들에서 그야말로 정예 멤버들만을 뽑아 무려 100여명의 기자들로 편집국을 꾸렸다. 초기 투자비용은 물론 매주 들어가는 비용만 약 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5-6억을 쓴다. 잘 만들고 많이 벌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더 데일리를 살펴본 많은 이들은 화려함의 극치라는 말을 한다. 한마디로 어지간한 월간지 수준의 컨텐츠를 주간지 정도의 편집으로 매일 매일 뿌려댄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기사의 질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규모의 경제를 이룬 영어권 미디어의 장점이기도 하고, 기술적으로는 종이와 인쇄비를 절감되는 만큼 대신 그만큼 투자해서 살만한 상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로도 볼 수 있다.
작년 정보기술 잡지 실리콘 인사이더의 분석에 따르면 뉴욕타임즈는 신문 생산에 해마다 8억 4400만 달러를 쓴다. 이 가운데 6억 5천만 달러가 신문 인쇄와 용지 구입, 그리고 배포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뉴욕타임즈 구독자는 약 83만 명으로, 달리 계산하면 약 300달러쯤 하는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DX2를 무료로 뿌려도 약 3억 달러 정도면 되므로, 이론적으로는 공짜로 킨들DX2를 주더라도 반년도 안 돼서 본전을 뽑는 것은 물론, 매년 인쇄, 종이, 배포에 들어가는 무려 6억 5천만 달러의 비용은 고스란히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많은 신문, 잡지사들이 전자책, 디지털 미디어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종이매체만의 고유한 매력은 결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우리 시장은 과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시장이다.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지도 않지만, 설사 한국어 서비스가 된다고 하더라도 더 데일리는 영어권 사람들의 관심사를 그저 번역한 화려한 디지털 잡지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시장은 상대적으로 매우 좁아서 당분간 이런 일간지는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태블릿을 써보면 알겠지만, 태블릿 신문은 일간지보다는 주간이나 월간처럼 분석 기사나 읽을거리 콘텐츠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속보성에서는 일간 신문에 뒤지지만, 태블릿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편집과 기술을 보강한다면 기획기사나 라이프 기사 등에서는 괜찮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모 일간지의 스마트폰이나 패드 부분의 전문 인력은 많아야 5명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 신문은, 기존 매체 중심의 조직을 유지하면서 결코 많지 않은 디지털에 대한 투자비는 빨리 회수하기 위해 설익은 유료화 정책으로 번번이 실패한 것이 사실이다.
과연 더 데일리라는 물 건너 외국의 디지털 매체가 몰고 오는 변화에 우리 언론사, 우리 신문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신문은 물론 종편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여전히 자전거로 독자를 유혹하는 기존 신문에 지금의 컨텐츠라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재대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 공짜 독자의 너무 무리한 욕심인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제대로 볼 수 있는 유료 신문이 있다면 자전거나 상품권 쯤은 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마음이 있는데 말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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