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테라, 서비스 한달의 명과 암! '화려한 그래픽, 부실한 스토리'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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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2-21 18:44:35

    오는 25일로 ‘테라’ 상용 서비스 한 달째다. 이쯤이면 한달간 비용을 지불한 유저들이 게임을 계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다.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만든 테라는 서비스 전부터 유명세를 탔다. 물론 게임도 잘 나왔다.

     

    완벽에 가까운 그래픽, 논타게팅의 독특한 조작법 등 테라는 많은 장점이 있다. 이런 게임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은 우리 게임 시장이 이상하다고 봐야 될 정도다. 아니나 다를까. 테라는 엄청난 인기를 모았다. 오픈 때 동시접속자 30만 명을 육박하더니, 상용화 이후 17만 명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작년 국내 게임시장을 속타게 했던, 흥행 가뭄도 보기 좋게 해소했다.

     

    여기까지 보면 장미빛 탄탄대로만 열린 듯 하다. 하지만 '테라가 성공한 게임'이라 속단기엔 아직 이르다. 롱런 가능성도 미지수다. 고레벨로 가면서 콘텐츠에 대한 불만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겉은 튼튼한 데 속을 보면 여기저기 부실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오픈 동접자 30만, 상용화 17만, 오픈 초 모든 서버가 매진 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 화려한 그래픽, 세밀한 표현이 아쉽다

    테라하면 그래픽이다. 테라의 그래픽은 말 그대로 혁명적이다. 넓게 펼쳐진 초록빛 들판, 잔잔한 물결이 흐르는 요정의 샘부터 거친 암석과 용암이 들끓는 던전까지... 몽환적인 판타지 세계를 모니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유명 화가의 풍경화를 보는 듯 화려하고, 운치마져 느껴진다. 어느 배경에서 스크린샷을 찍어도 그 자체가 바탕화면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디테일'이 살아있다. ‘테라보다 더 좋은 그래픽을 앞으로 볼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들 정도로 사람을 매료 시키는 힘이 있다.

     

    단지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테라의 강점은 최적화의 미덕이다. 전체적으로 최적화가 잘 되어 있다. 중간 정도 사양의 PC에도 옵션만 맞추면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다. 테라에 호의적이지 않은 안티들도 최적화 부분에선 하나같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사실 테라는 최적화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래픽 좋은건 알겠는데, 과연 내 컴퓨터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흥행의 암초로 지목됐다. 그러나 막상 나오자 게임사양에 대한 불만은 '쏙' 들어갔다. 이런 신뢰가 테라의 초반 흥행에 결정적인 몫을 했다. 블루홀스튜디오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큰 틀의 그래픽은 화려하지만,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쉬움이 남는다. 다양성이 떨어진다. 캐릭터의 갑옷이나 무기의 경우 다른 아이템으로 교체해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색깔만 조금씩 바뀔 뿐 외형상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꾸미기에 따라 천차만별의 개성을 연출하는 '와우’나 ‘아이온’의 '다양성'에 비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 논타겟팅 전투의 찰진 손맛! '착착 감기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조작법이다. 사실 필자는 게임을 시작하기전 각오를 단단히 했었다. 논타게팅 방식이라 해서 조작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논타게팅을 지향한 게임들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대중적인 인기보다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인기가 있었다. 나같은 조작치는 마우스 클릭이 제격인데, 무엇하러 바쁘게 키조작을 해야하는지 불만도 많았다. 

     

    그러나 괜한 걱정을 했었다. 누구라도 적응할 수 있는 직관적인 조작법은 단순한 마우스 클릭에선 맛볼 수 없는 ‘찰진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손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다. 창기사는 찌르는 맛, 광전사는 휘두르는 맛, 궁사는 쏘는 맛, 클래스 특유의 타격감을 살렸다. 때문에 캐릭터마다 바꿀때마다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찰진 손맛'을 구현했는지 개발자들의 정성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조작방식도 쉽다. <WASD> 이동키와 FPS 게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마우스 좌우측 버튼’을 적절히 안배했다.  연속기를 스페이스바로 지정해 두면 손가락을 찢어가며 스킬을 누르는 부담도 덜수 있다. MMORPG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찰진 ‘손맛’과 편리한 '조작'이 어우러진 결과는 ‘전투의 즐거움’이다. 오래 플레이 해도 지겹지 않다. 플레이 타임이 긴 보스 몬스터는 더 재미있다. 보통 10분 이상 걸리는 보스 몬스터에 맞서 회피와 공격을 조합해가며, 바쁘게 움직이는 전투방식은 시간가는 줄 모른다. 다른 게임 같으면 벌써 눈꺼풀이 반쯤 감길 법한데, 테라의 전투는 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섹시', '터프', '귀여움'... 캐릭터 백화점

    테라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다양한 종족이다. 게임은 캐릭터의 백화점을 보는 듯 하다. MMORPG의 주인공 격인 ‘인간’ 부터 중성적인 섹시함이 매력적인 ‘케스타닉’, 귀여움이 무기인 ‘포포리’와 ‘엘린’, 도도한 '엘프'까지 외모와 특성이 뚜렷하다.

     

    한 예로 자연 친화적이라는 설정이 붙어 있는 ‘포포리’와 ‘엘린’은 ‘자연의 친구’라는 종족스킬을 보유하고 있다. 이것을 사용하면 몬스터가 일정 시간 동안 선제 공격 하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다. 종족의 배경 스토리에 어울리는 게임 설정이 효과적으로 적용됐다.

     

    다른 종족은 모두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반면, ‘포포리’와 ‘엘린’은 비전투에 특화되어 있다. 대신 파티에서 모든 캐릭터가 전투만 하는 것은 아니라서 역할에 따라 적당한 종족을 선택하면 불편함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페가수스를 타고 비행하는 장면에서 테라 그래픽의 진수를 볼 수 있다. 평범한 PC에서도 이정도 풍경이 무리없이 돌아가니, 최적화 수준은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


    ▲ 부실한 스토리, 미완성 설정은 최대 약점

    이제 쓴소리 좀 해야겠다. 부실한 스토리는 테라의 치명적 약점이다.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이머들은 ‘전공을 세우길 원하는 캐릭터’로 ‘테라’ 세상에 던져진다. 오프닝에서 '우리 살아서 다시 만나세'라며 제법 비장한 각오로 시작하지만 그것이 전부다. 무엇을 위해 ‘전공’을 세워야 하나?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부족하다. 와우나 아이온처럼 유저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어쩔수 없이 싸워야 하는 필연적, 운명적 설정도 없다. 리니지나 열혈강호 온라인 처럼 든든한 원작이 받쳐주는 것도 아니다.   

     

    내가 누구를 위해 싸워야 하고, 어떤 적과 맞서야 하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스토리에 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 파티 중심의 플레이도 스토리 몰입의 장애물이다. 파티 플레이가 게임의 전부나 다름 없는 ‘테라’에서 게이머들이 일일이 스토리를 파악하면서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홈페이지의 배경 설정 역시 미완성 내지는 지나치게 축약된 부분이 많다. 개연성 없는 설정은 스토리 이해를 어렵게 한다. 한 예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테라의 세계관 설명은 A4용지 한 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다. 종족 소개도 엉성하다. 기존에 ‘포포리’와 ‘엘린’이 한 종족이었을 때 작성했는지는 몰라도 ‘엘린’의 종족설명이 ‘포포리’ 종족설명과 토씨하나 안틀리고 그대로다. 잘나가는 게임은 게임을 만들기 전, 배경스토리부터 점검한다. 월드오프워크래프트, 반지의 제왕, D&D 등 수많은 명작 게임들은 설정 자료만 해도 수십 권이 넘는다.

     

    스토리의 얼개가 엉성하다 보니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미션 중간에 연출된 컷씬도 겉돈다. 왜 이 장면에서 나와야 하는지 의아한 부분에서 컷씬을 남발한다. 그러다보니 유저의 눈을 끌만한 명장면도 없다. 불필요한 장면에서 컷씬을 남발하더니, 꼭 필요한 부분에선 텍스트로 슬쩍 넘긴다. 대부분 유저들은 컷씬이 나오면 스킵하기 바쁘다.

     

    차라리 각 도시의 유례, 종족 설명 등 게임을 배경지식을 컷씬으로 연출해 설명해 주는 게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부실한 스토리와 미완성 설정은 ‘테라’를 최고의 MMORPG로 만드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스토리는 온라인게임의 10년지 대계다. 이야기가 없는 온라인 게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와우는 말할 것도 없고, 리니지도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사이버 역사로 온라인게임 스토리텔링의 한 획을 그었다. 테라는 유저의 눈을 유혹하는 그래픽은 갖췄지만, 마음을 사로잡는 스토리가 부실하다. 뭔가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홈페이지에 나온 포포리와 엘린의 종족정보. 아무리 두 종족이 비슷하다지만, 종족정보를 보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 이런 성의없는 설정에 어느 유저가 공감할까> 


    ▲ 파티 강요하는 게임, 유저는 피곤하다!

    강제나 다름 없는 파티 퀘스트도 문제다. 레벨 30만 넘으면 파티 빼고는 진행이 불가능 할 정도다. 일정 레벨(주로 ‘비밀기지 퀘’라고 불리는 20레벨 초반 파티 퀘스트)이 지나면 메인 미션은 물론이고 NPC들이 주는 퀘스트 마저 파티가 기본이다. 하다 못해 경험치에 도움이 안되는 일반 퀘스트도 대부분 파티를 맺어야 깰수 있다. 도대체 개발자들은 뭐가 아쉬워 파티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아예 테라 자체가 파티플레이로 구성된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물론 솔로잉이 가능한 지역도 있다. 하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가이드를 써서 공지할 정도로 솔로잉 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게임이 상당히 피곤하다. 파티를 구하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파티에서 소외받지 않기 위해 눈치를 본다. 긴 기다림 끝에 얻는 짧은 파티 플레이는 유저들을 지치게 한다.

     

    파티플레이도 자체도 피로감을 안겨준다. 테라의 특성상 완벽한 파티구성이 갖추어져야 사냥이 쉽다. 아이온에선 수호성이 탱커에 특화된 캐릭터지만, 때에 따라 검성과 살성이 탱커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테라는 오직 창기사만 탱커를 할 수 있다. 창기사를 대체할 클래스가 없다. 때문에 창기사, 사제가 없으면 파티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검투사, 무사 같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아쉬울 것 없는 데미지 딜러들은 늘 천덕꾸러기 신세다. 무사를 조종하는 한 유저는 “파티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 차라리 혼자서 사냥하는 게 마음 편하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사람이 적은 서버의 경우 파티를 찾지 못해 몇십분을 헛돌다 게임을 접는 경우도 많다. 채팅창은 유저간 정보 공유보다 파티 구하는 호객행위로 도배되어 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파티모집 창만 멀뚱히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간다.

     

    파티 플레이는 취향의 문제다. 누구나 파티 플레이가 즐거울 수는 없다.  솔로잉이냐, 파티 플레이냐는 유저의 자유다. 파티 플레이가 적성에 안맞는 유저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 게임은 파티에 최적화 됐으니 무조건 파티를 맺어!'라고 강요하는 건 개발자의 오만이다.

     

    하지만, 파티 플레이가 '권장'의 수준이 아닌 '강요'의 수준이 된다면, 그것은 유저의 스트레스로 고스란히 치환 된다. 아이온의 경우 솔로잉을 즐기는 유저들을 위해 각 레벨에 맞는 솔로 던전을 추가했다. 게이머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교도 신전 앞 파티를 구하는 캐릭터들, 파티를 강요하는 게임플레이는 유저들을 피곤하게 한다>


    ▲ 만렙은 속출하는데, 약속된 콘텐츠는 언제쯤?

    필자는 게임을 평할 때 콘텐츠 양을 기준 삼지 않는다. 온라인게임에서 콘텐츠 부족을 지적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부으라는 것'과 다름 없다. 콘텐츠의 많고 적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라의 콘텐츠는 이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테라는 일정한 가격을 지불해 게임을 하는 정액제 게임이고, 이런 게임이 상용화 한 달이 넘었는데 약속한 콘텐츠 마저 오리무중인 것은 분명 지적받아 마땅하다.

     

    우선 미완성 콘텐츠가 너무 많다. 오픈베타테스트에서 잠깐 테스트했던 전장이나, 테라의 핵심 콘텐츠인 ‘정치시스템’은 언제 업데이트 될지 '함흥차사'다. 이것들은 게임진행에 필요한 기본 시스템이다. 최소한 여기까지는 완성한 후에 다음 업데이트로 넘어갈 수 있다.  평범한 인던, 평범한 길드, 평범한 PK만으로는 고레벨 게이머들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없다.

     

    한 달 전, 호기심으로 게임을 했던 초보들이 이제는 미주알고주알 불평을 늘어놓는 하드코어 유저가 됐다. 없던 콘텐츠도 만들어내야 할 판에 기본으로 갖춰야 할 콘텐츠도 기약이 없으니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이미 많은 게이머들이 만렙 이후 즐길 거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던전 몇 개 추가하는 건 해결책이 아니다. 고렙 민심(?)을 안정시키려면, 기존에 약속한 전쟁과 정치 콘텐츠가 내놔야 한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언제 나올지 약속이라도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기대를 가지고 게임을 할 것이 아닌가. 지금처럼 원칙도 규칙도 없는 무한 필드전이 계속 이어지는 한 유저들은 분명 싫증을 내고 게임을 떠날 것이다.

     

    ▲ 유저들의 열정! 테라를 붙잡는 '힘'

    필자가 테라의 롱런 가능성을 믿는건, 유저들의 열정이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테라 유저들은 절대 조용한 사람들이 아니다. 활동적이고 열정이 넘친다. 정치 콘텐츠도 안 나왔는데 벌써부터 길드끼리 연합을 만들고, 이권을 챙기며 자기들 끼리 정치를 한다. 마을에 제대로 된 상점 하나 없는데 미리부터 물가가 치솟고 경제가 꿈뜰 거린다. 공성전은 없지만 여기저기서 유저간 필드전쟁이 벌어져 게임을 들썪이게 한다.  

     

    테라 유저는 '리지니', '와우', '아이온'을 접하며 이미 성숙한 수준에 오른 '성인게이머'들이다. 한마디로 MMORPG를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아룬 서버에서 벌어진 ‘디시전쟁’ 같이 유저들은 벌써부터 그들 만의 히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게임 스토리의 공백을 자신들의 이야기로 채워 나가고 있다.

     

    한게임은 유저들의 열정에 보폭을 맞춰야 한다. 유저가 두발짝 내디디면, 적어도 한보 반은 쫓아가야 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그때부터 테라의 내리막길이 시작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없다. 유저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비스 한달, 이들의 열정이 식기전에 다시 한번 불을 지펴야 할 때다.

    <테라 유저들은 열정이 넘친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테라가 성공의 마지막 관문이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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