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3-23 15:18:50
PC의 핵심 부품인 파워서플라이는 최근 PC 시장의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일부 하드웨어 관련 사이트 및 커뮤니티에서 진행됐던 각종 벤치 테스트 결과가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에 베타뉴스가 22일, 사무실 내 회의실에서 국내 파워서플라이 업체 관계자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현재진행형인 파워서플라이 이슈에 대한 업체 입장에서의 생각과 대처방안,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 등을 논의해 보는 좌담회를 가졌다.
참고로 어느 특정 업체의 주장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참석 업체 및 참석자 정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으며, 참석자 대부분이 동의한 의견만 담았음을 미리 밝힌다.
▲ PC 업계에 파워 관련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속 제품은 기사 내용 및 사실과 관계없음)
◆ 파워서플라이 이슈는 왜 끊이지 않고 계속 불거지는가 =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파워서플라이 업체 관계자들은 관련 이슈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이유로,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과 관심이 그만큼 커진 것을 들었다.
과거 ‘전원만 켜지만 그만’이었던 파워가 어느덧 PC의 정상적인 작동과 안정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소한 문제도 쉽게 커다란 이슈거리로 확대된다는 것.
특히 잊혀질 만 하면 다시 이슈화가 될 사건이 터지거나, 한 곳에서 터뜨리면 다른 곳에서도 따라서 터뜨리는 바람에 파워 이슈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 테스트 및 벤치마킹 테스트 결과를 보는 파워 업계의 시선 = 일부 미디어 및 커뮤니티에서 진행된 각종 벤치마킹 및 테스트 결과에 대해 파워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는 좋지만, 테스트 과정과 그 결과에 따른 평가 방식은 분명 무리한 점이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각종 테스트 및 벤치마킹이 단순히 사실 전달의 수준을 넘어 ‘제품별 순위 매기기’ 및 ‘특정 업체 죽이기’등 바람직하지 못한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을 지적했다.
물론 업계 관계자들도 벤치마킹 및 테스트의 긍정적인 부분은 인정했다. 파워 문제가 처음으로 업계의 이슈가 된 이래 국내 유통되는 파워 제품의 품질이 2~3년 전에 비해 대폭 상향 평준화되면서 ‘불량 파워’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것.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다수 파워가 ‘일반적으로 쓰는데 큰 문제 없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테스트까지 무리하게 동원해 좋은 제품과 그렇지 못한 것을 억지로 구별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그들은 하나같이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제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가격이 싸거나, 하드코어급 시스템을 꾸미려는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제 어떤 브랜드의 파워를 쓰더라도 PC를 충분히 정상적으로 쓸 수 있는 시대가 왔다”라며 “실제로 일반적인 파워 사용 환경과 다소 거리가 있는 테스트 결과로 억지로 순위를 매기면 상위 업체를 빼놓고선 다 나가떨어지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선택의 기회를 뺐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 끊임없는 파워 이슈, 해결책은 무엇인가 = 한편, 그러한 폐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 관계자들은 파워 관련 이슈를 방지할만한 해결책을 쉽게 제시하지 못했다.
그들은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정해진 기준’이 없음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입력 대비 출력 효율, 정격 출력의 척도, 필수 부품 및 보호기능 유무 등에 대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딱히 정해진 ‘기준’이 없다보니, 제조사 및 제품마다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파워서플라이를 만들게 된 다는 것.
‘80플러스’ 인증만 하더라도 110V 전압이 표준인 미국을 기준으로 테스트된 것이라 국내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다소 문제가 있고, 이를 인증하는 기관 역시 공인되지 않은 사설 인증기관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차라리 “국내만이라도 법이나 규정으로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 있다면 업체 입장에서도 편하고, 소위 ‘뻥파워’의 등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에 참석자들은 동의했다.
또 ‘기준’의 부재가 소비자들에게 파워서플라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그들은 강조했다. 파워서플라이의 성능이 출력, 효율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가운데, 하드웨어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의 벤치마킹 테스트 결과가 잘 모르는 소비자들에게 100%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그 결과 국내 파워 시장은 전 세계 시장을 기준으로 ‘가장 앞서가는 시장’이 아닌 ‘가장 유별난 시장’이 되고 있다고 그들은 지적했다. 사실 대부분의 파워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준으로 지극히 정상인 제품이 국내에서는 ‘안좋은 제품’으로 비춰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 차원의 확실한 ‘기준’ 부재, 자칫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벤치마킹 및 테스트 결과 및 판단, 세계적인 트렌드에서 동떨어진 국내 소비자들의 잘못된 선입견 및 오해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파워 관련 이슈는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참석자들은 의견을 모았다. 업계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 소비자들의 ‘데이터 맹신’아닌 냉정한 판단 필요 = 이날 참석한 파워 업계 관계자들은 마지막으로 몇 가지 당부의 말을 남겼다. 파워서플라이 역시 수명을 갖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사용 중 언젠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리고 파워서플라이 제품들의 품질이 과거에 비해 상향평준화된 이상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닌 적정 가격대의 파워라면 대부분 그만한 성능과 품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 베타뉴스와 같은 관련 미디어들도 책임감을 갖고, 무작정 수치로 나온 데이터 결과만으로 좋고 나쁨을 가르는 식의 평가를 지양할 것도 당부했다.
일반적인 PC 사용 환경에서는 테스트 상황과 같이 100% 풀 로드나 과전압/과전류 등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런 결과가 여과 없이 나가면 소비자들이 ‘테스트 조건=일반 사용 조건’이라고 잘못 오해할 수 있다고 그들은 설명했다.
물론 정말로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대다수 파워 업체들이 더이상 숨기기에 급급하지 않고, 공개적인 리콜을 진행하거나 문제점을 개선한 제품을 선보이는 등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파워 업체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결국 이날 좌담회의 결론은 지속적인 파워 관련 이슈는 관련 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것으로 맺어졌다. 소비자들도 무조건 파워 이슈를 색안경만 끼고 볼 것이 아니라 일단 거리를 두고 좀 더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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