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PC 속도 결정짓는 메모리, 어떻게 발전해 왔나?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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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3-29 23:00:07

    인텔 샌디브릿지와 AMD 퓨전, ATI와 엔비디아의 그래픽 카드 칩셋 싸움으로 시끄러운 요즘 PC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유난히 조용한 부품이 있다. 그렇다. 바로 메모리 분야다. PC용 메모리의 탄생에서부터 가까운 미래에 어떤 제품이 시장을 주도할지 전망해 본다.

     

    현재 PC용 메인 메모리는 주로 DRAM이 사용된다. DRAM이 처음으로 제품화된 것은 1970년이다. 인텔이 내놓은 ‘인텔 1103’이라는 1K킬로비트 용량의 DRAM이 최초다. 반도체 제조사는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키웠는데 특히, 일본 제조사들이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인텔은 아이러니하게도 1985년 DRAM 사업에서 철수한다.

     

    = 최초의 DRAM 'Intel 1103'

    고속화로 접어든 486 시대, 메모리와 CPU간 속도 점차 커져

    PC에서 쓰이는 DRAM은 초창기 IBM PC에서 286 기반의 ‘PC/AT’를 거쳐 386 호환 PC에 이르기까지 가격과 용량 문제를 제외하곤 속도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속도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때는 인텔 486이 등장하고 나서다.

     

    486 시대가 열리면서 메모리 성능은 단숨에 곤두박질한다. CPU 버스폭은 32비트로 향상되고 버스 클록은 일반적으로 25~33MHz, 높게는 40~50MHz가 기본이었다. 이를 문제없이 커버하기 위해서는 20ns의 액세스 타임을 제공하는 고속 DRAM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시 주류 메모리의 액세스 타임은 60~70ns에 불과했으며 40ns 제품조차 고가에 판매됐다. 당시 기술로는 이 같은 고속 메모리를 만들기에 수율이 그리 좋지 못했다.

     

    CPU와 메모리간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86 이전부터 주요 DRAM 칩에 탑재되었던 ‘Fast Page Mode’라는 메모리 액세스 기술이 PC용 칩에 적용되기 시작한다. 이를 최초로 지원한다고 발표한 곳은 SiS와 Opti였으나 실제 제품을 출시한 곳은 인텔이며, 제품명은 ‘Intel 420 TX’이다. 결과적으로 고성능 386 PC와 대부분의 486 PC는 Fast Page Mode를 지원하기 시작한다.

     

    EDO DRAM, Burst EDO DRAM를 거쳐 SDRAM 등장

    1005년 Fast Page Mode를 이어 보다 빠른 속도의 ‘EDO(Extended Data Output) DRAM’이 등장한다. EDO는 당초 ‘Hyper Page Mode’라 불렸는데 Fast Page Mode의 성능을 한층 더 개선한 것이다. 마이크론이 개발했으며 나름대로 꽤 널리 보급된다.

     

    그렇지만, EDO는 메인보드 칩셋과 메모리 칩 대응이 거의 동시에 진행되면서 Fast Page Mode와 비교해 보급 속도는 다소 더뎠다. 또, 캐시 메모리가 없는 PC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CPU 혹은 메인보드 상에 캐시를 탑재한 경우 Fast Page Mode 대비 속도 향상은 크지 않다는 문제와 계속되는 SDRAM의 속도 개선으로 널리 보급되기 전 시장에서 사장된다.

     

    EDO DRAM의 전송 속도를 개량한 ‘BEDO DRAM(Burst EDO DRAM)’은 인텔 Intel 440 FX 칩셋에서 지원했는데 이내 사라진다. EDO에 이어, 1996년부터 쓰인 것이 ‘SDRAM(Synchronous DRAM)’이다. Synchronous란 ‘동기화’를 의미하는데 SDRAM은 메모리 컨트롤러에서 DRAM 칩에 클록 신호를 보내 이 클록에 맞춰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구조다.

     

    EDO DRAM에 이르기까지 RAS(Row Address Strobe)/ CAS(Column Address Strobe)/ OE(Output Enable)/ WE(Write Enable)라는 4개의 신호가 오감으로써 데이터 송수신 타이밍을 결정했다. 이것이 SDRAM에 와서는 타이밍을 클록에 동기화하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또, 클록을 공급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처리가 가능해 Burst EDO와 거의 동일한 성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지원한 최초의 메인보드는 ‘Intel 430 VX’다. 430 VX는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으나, 펜티엄 전용 마지막 제품인 ‘Intel 430 TX’나 펜티엄II 전용 ‘Intel 440 LX/440 BX’가 SDRAM를 전면적으로 지원한 1997년경부터 SDRAM이 표준 메모리로 대중화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SDRAM 후계자는 누구?

    이상과 같이 DRAM→EDO DRAM→SDRAM 순으로 순조롭게 발전한 메모리 기술은 SDRAM 이후 꽤나 속을 썩인다. 우선 NEC가 SDRAM 기반의 독자적인 버퍼(Virtual Channel)를 내부에 탑재한 ‘VC SDRAM’를 개발한다.

     

    그러나 VIA와 SiS만 대응 칩셋을 제공했을 뿐 실질적인 리더인 인텔 칩셋에서 지원되지 않아 이내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런데 1999년 ‘대만발’ 대지진으로 주요 메모리 제조사의 생산이 중단, SDRAM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발생한다. 한편으로 VC SDRAM는 대지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안정적인 공급과 가격으로 메인 메모리로서 SDRAM을 대신하기에 이른다. 조금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무엇보다 인텔 칩셋이 VC SDRAM을 지원하지 않아 전체 PC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물론 대만 메모리 제조사의 재생산 시기에 맞춰 VC SDRAM의 점유율 역시 현저히 줄어들어 결과적으로는 일회성에 그쳤다.

     

    = PC용 메모리 시장 혼란을 야기한 RDRAM, 인텔이 주도했음에도 이내 사라졌다. 

     

    이 이상으로 시장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인텔이 추진한 ‘Direct RDRAM’이다. 펜티엄II/III 전용 ‘Intel 820’에서 처음 지원했고, 펜티엄4 전용 ‘Intel 850’에서 Direct RDRAM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텔은 같은 시기, 네트워크 전용 ‘IXP2000’ 시리즈라는 독자 프로세서를 개발, Direct RDRAM를 채용한 탓에 쉬이 사라지지 않았지만 PC 전용 메모리로서는 큰 성공을 보지는 못했다.

     

    결국 SDRAM을 잇는 메모리로 ‘DDR-SDRAM’이 안착한다. DDR-SDRAM 지원을 처음 언급한 칩셋은 VIA의 ‘P4X266’인데 비록 출시는 못했으나 시장에 끼친 임펙트는 매우 컸다. VIA 이외의 호환 칩셋 제조사나 AMD/Transmeta 등 CPU 제조사까지 DDR-SDRAM를 채용한 것은 물론 인텔도 결국 동참하기에 이른다.

     

    DDR-SDRAM 시대에 잠깐 얼굴을 내민 것이 ‘QBM(Quad Band Memory)’이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DDR 신호를 사용하면서 DDR2에 상당하는 대역폭을 제공하는 것. 2004년 모듈을 내놓긴 했으나 VIA ‘PT880/PM880’ 외 지원 칩셋이 공급되지 않아 결국 시작과 함께 사라진다. 곧 DDR2-SDRAM이 등장할 예정이었기에 결과는 어쩌면 당연하다.

     

    2004년 ‘DDR2-SDRAM’가 PC 전용으로 등장한다. 등장 초기에는 DDR2의 대역폭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지만 2006년 들어 ‘DDR2-800’이 일반화되면서 PC 시장 메인 메모리로 자리매김한다. 2007년 ‘DDR3-SDRAM’가 등장,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메모리 시장은 많은 우여곡절이 겪었다. 한 때 ‘DDR4-SDRAM’가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전기적으로 무리’라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빠르면 2014년 DDR4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DDR3와 DDR4 출시 이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DDR3L-SDRAM’이다.

     

    = 스마트폰 중 세계 최초로 DDR2 메모리를 적용한 팬텍 '베가 엑스'

     

    DDR3L-SDRAM은 DDR3-SDRAM와 비교해 속도는 높이고 전압을 내린 것이 특징이다. 기존 DDR3-SDRAM이 1.5V, 800~1600MHz의 속도를 지원하는 반면 DDR3L-SDRAM은 1.35V/1.25V 전압으로 1866/2133MHz의 속도를 제공한다. ‘1.35V에서 1866MHz’를 지원하는 모듈은 이미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또, 지난 1월 발표된 인텔 샌디브릿지 기반의 코어 i7/i5는 비공식으로 해당 전압/속도를 지원한다. 따라서 올해는 DDR3-SDRAM에서 DDR3L-SDRAM으로 천천히 이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흐름으로는 2010년 등장한 인텔 ‘아톰 Z600’ 시리즈에서 지원하는 ‘LPDDR1’이다. LPDDR은 휴대폰 등 저전력 모바일 기기용으로 책정된 규격이다. DDR-SDRAM에서 전압을 내려 전력 절약 모드 지원이나 대기 전력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전송 속도를 향상시킨 ‘LPDDR2 SDRAM’이 실용화되어 최근 팬텍의 베가X 시리즈 등 스마트폰에 채용되고 있다. PC 분야에서도 아톰 기반의 태블릿PC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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