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12 13:43:04
14억 인구의 중국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총소리’가 요란하다. 한때 중국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점유율이 최근 30% 아래로 떨어졌지만, FPS의 인기는 여전하다.
중국에서 먼저 기선을 잡은 게임은 크로스파이어다. 이 게임은 국내에선 별 인기를 끌지 못했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양분하고 있는 국내시장은 비집고 들어갈 틈바구니가 없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한국에서 경쟁하는 대신, 일찌감치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 중국시장에서 한국게임의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때였지만, 이를 역으로 이용해 과감히 공략한 것이다.
2008년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크로스파이어는 중국 내 PC방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지난 1월 동시접속자 23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에서 실패한 게임이 중국에선 월 매출 400억원의 효자로 거듭난 것이다. 크로스파이어는 베트남에서도 게임순위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흥행엔 중국 파트너사 텐센트의 노력도 크다. 텐센트는 중국어 게임포털 큐큐메신저를 통해 크로스파이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를 성공시키면서 중국 1위 게임사로 올랐다.
이어 서든어택의 도전이 시작됐다. 한국에서 크로스파이어를 제압한 여세를 중국 시장으로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지난 6일 게임사 게임하이는 상하이에서 서든어택의 중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서든어택은 중국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른 바 있다. 2007년 크로스파이어에 앞서 중국에 진출했지만 현지 사정을 간과한 미숙한 서비스와 중국파트너사의 문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게임하이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샨다와 손잡고 재도전에 나섰다. 각오도 남다르다. 김정준 게임하이 대표는 “서든어택은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 내수용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중국 재도전을 시작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중국진출을 앞둔 게임하이는 마치 전장에 나서는 장수와 같다. 가장 먼저 조직부터 개편했다. 게임하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났다. 김 대표도 구태를 버리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밝혔다. 국내최고였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다는 각오는 자못 비장해 보인다.
현지 사정에 적합한 맞춤형 서비스도 내세웠다. 김대훤 게임하이 이사는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라고 중국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캐릭터의 생김새를 비롯해 조작법까지 중국 이용자 기호에 맞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캐릭터 치장을 좋아하는 중국인 취향에 맞춰 중국식 옷과 아이템도 추가했다. 폭력성도 다듬었다. 중국은 캐릭터가 피 흘리는 장면을 규제하기 때문에 피를 불꽃으로 바꾸는 효과를 도입했다.
남은 건 차별화다. 현지에 맞게 콘텐츠를 고친다거나, 든든한 중국파트너와의 계약은 당연하다. 크로스파이어도 대규모 인력을 중국 현지화 작업에 투입했고 텐센트라는 만만찮은 지원자가 버티고 있다. 똑같은 보폭으로는 앞선 선수를 치고 나갈 수 없다. 과거 서든어택이 스페셜포스를 잡고 정상에 오를 때처럼 ‘촌철살인’의 전략이 필요하다.
스페셜포스가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재계약 문제로 주춤한 틈에 서든어택은 편의성과 안정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런 점에서 서든어택은 역전에 능한 게임이다. 기다릴 때와 나갈 때를 안다. 게임하이쪽도 “서비스 1년간은 안정화에 주력하다가 2년 쯤에 크로스파이어와 승부를 걸어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시장에서 또 한 번의 역전드라마를 기대해 본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
- 목록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