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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게임 한국 도전기, 시련 딛고 ‘불멸’을 외치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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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4-21 15:20:46

    왜 중국게임 업체는 자국시장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한국시장에 진출하려고 안간힘을 쓸까.

     

    8,90년대 우리가 일본 비디오 게임을 동경한 것처럼 중국에서도 한국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따지고 보면 중국게임의 모태는 한국이고, 대부분 중국게임이 한국 게임을 닮으려고 애쓴다. 그 와중에 무리한 배끼기와 표절로 눈살을 찡그리게 하는 사례도 많았다. 한국에서 인정받은 게임은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최고 수준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명성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중국게임 자체가 한국에 의존해 시작했다는 태생적인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최초로 동접자 5만명을 넘은 완미세계, 중국산 게임의 인식을 바꾸었다>

     

    완미세계, 높은 한국의 벽을 뚫다
    한국의 도움을 받고 성장한 중국 게임회사들은,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시장에 대한 동경과 한국 게임을 넘겠다는 묘한 경쟁의식을 발판삼아 속속 ‘황해’를 넘어왔다.

     

    그러나 ‘대륙의 기상’으로 불리는 중국 온라인 게임 특유의 조악함과 숫하게 지적됐던 ‘짝퉁’ 논란으로 중국산 온라인 게임을 평가절하 됐다.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서 몇몇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 상륙했지만 ‘종주국’의 아성을 따라잡긴 역부족이었다. 오는 족족 한국유저들의 외면을 받고 짐 챙겨 돌아가야 했다.

     

    그러다 중국게임의 인식을 바꿔놓은 첫 작품이 나왔다. 2007년 한국에 진출한 ‘완미세계’다. 넷마블을 통해 국내에 소개 된 ‘완미세계’는 동시 접속자 7만명을 기록하면서 국내 게임시장에 파문을 던졌다. 그 동안 ‘중국=짝퉁’이라고 무시했던 게이머들도 '완미시공'을 통해 중국 온라인 게임을 다시 보게 됐다.  

     

    황해 넘어온 중국게임 쓰나미

    ‘완미세계’의 성공 이후 많은 퍼블리셔들이 우후죽순처럼 중국 온라인 게임을 국내에 배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중국산 온라인 게임은 비교적 저렴한 개발비에 보통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사들로선 손해볼 게 없는 장사다.

     

    ‘완미세계’의 개발사 ‘완미시공’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기회삼아 중국서 일약 스타가 됐다. 당시 중국시장에는 '샨다', '킹소프트' 같은 굴지의 게임사가 있었지만 감히 한국시장을 넘보진 못했다. 완미시공은 한국에서 인정 받았다는 ‘명성’ 하나로 자국의 라이벌 개발사들을 제치고 중국 1위로 등극했다. 

     

    이때부터 완미시공은 한국시장 진출에 총력을 다했다. 한국에서 통한 게임이 중국에서 통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선 온라인’, '무림외전' '적벽 온라인' 등 다수의 중국산 온라인 게임이 우리나라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중국 게이머들로부터 ‘검증된’ 게임들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게임의 완성도도 높았다.

     

    비록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리니지’같은 ‘대박’까지는 못가도 어느 정도의 성과 즉, ‘중박’은 보장한다는 점에서 한국 업체들의 구미를 당겼다. 이 여세를 몰아 많은 중국산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 출사표를 던졌다. 2009년, 2010년은 중국게임의 전성기였다.

     

    <주선온라인, 완미시공의 또 다른 한국 진출작>

     

    중국산 온라인 게임의 강점은 저렴한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도 있다. 한 국내 퍼블리셔 관계자는 "한국에서 MMORPG를 개발하고 퍼블리싱 하는 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중국산 온라인 게임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완성도가 보장됐기 때문에 그만큼 리스크가 적다"고 밝혔다.

     

    친숙한 콘텐츠도 중국 온라인게임의 강점이다. 중국 온라인게임은 ‘무협’이라는 테마 하나로 중국과 한국을 이을 수 있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때문에 국내에 진출한 대다수의 중국 온라인 게임은 판타지 보다는 무협이나 삼국지, 서유기 등의 고전에서 세계관을 따와 한국 게이머들에게 친근감을 살 수 있었다.

     

    유연한 운영도 중국게임의 정착에 한몫했다. 예컨대 ‘중국산 게임은 해킹 빼고 다 해준다’는 말이 있다. 게임성을 지키기 위해 유저와 타협하지 않는 한국 게임사에 비해 중국은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받아들인다. 한국에선 절대 금지된 자동사냥도 중국산 게임은 자연스럽게 지원한다. 절대 다수의 인원이 게임을 즐기는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특성 상, 지속적이고 빠른 컨텐츠 업데이트와 안정적인 서버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중국 온라인 게임의 경쟁력이다.

     

    <심선온라인, 중국에선 흥행했지만 한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흔들리는 중국게임, 한국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중국산 게임이 국내시장에서 반드시 성공 한 것은 아니다. 2010년부터 중국게임의 시련이 다가왔다. 완미시공이 개발한 ‘심선 온라인’은 성적이 좋지 않아 작년 말, 서비스 종료라는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심선 온라인’은 중국에서는 잘나가는 게임이었다. 국내 서비스를 맡은 CJ인터넷이 대규모 홍보를 동원해 게이머들에게 어필하려 노력했지만 6개월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완미세계'를 성공시킨 최고의 파트너 '완미시공'과 'CJ인터넷'이 서비스한 작품이라 충격은 더 컸다. 이후 '무림외전', '진온라인' 등 다수의 중국게임들이 서비스 종료되거나 일시 중단됐다.

     

    중국게임들의 연이은 실패는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 교훈을 남겼다. 싸다는 이유만으로 중국게임을 무차별적으로 들여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에서 ‘대박’을 쳤어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다는 비싼 수업료를 치른 셈이다.

     

    ‘심선 온라인’의 예를 들지 않아도, 그 동안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명멸해간 수많은 중국산 온라인 게임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단지 싸다는 것만으로 한국에 들어왔던 중국 온라인 게임들이 금방 본전을 드러낸 셈이다.

     

    중국게임과 한국게임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이미 한국은 블레이드앤소울, 테라, 아키에이지 등 명품게임을 만드는 단계고 중국은 여전히 공산품 찍어내듯 게임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게이머들의 눈높이를 맞추긴 역부족이라는 점도 중국 온라인 게임의 한계다.

     

    수십~수백억이 투입된 소위 ‘대작’ MMORPG를 즐기는 한국 게이머들에게 중국 온라인 게임은 아직까지 ‘저렴하지만 그냥 할만한’ 게임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는 게임으로 취급됐다. 때문에 중국게임을 수입하는 국내 배급사도 단기간에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서비스 전략을 바꾸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현대 자동차의 고전을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에 진출한 중국 온라인 게임이 그대로 겪고 있는 셈이다. '와우', '리니지' 같은 스테디셀러는 나온 수가 없는 구조였다.

     

    <최근 중국게임 붐을 다시 불러모은 불멸 온라인, 피할 수 없다면 정면승부하라!>

     

    테라와 맞불 놓은 불멸, 중국게임 자신감을 얻다 
    2011년, 중국 온라인게임의 또 다른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엔 방식이 다르다. 매번 한국 게임을 피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대신, 이번엔 '정면승부'를 택했다. 완미시공은 ‘심선 온라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차기작 '불멸 온라인'을 한국에 보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CJ인터넷이 아닌, 넥슨의 자회사 엔도어즈에게 국내 서비스를 맡겼다.

     

    ‘불멸 온라인’은 기존 중국게임의 서비스 방식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중국게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무협을 과감히 벗어 던지고, 서양식 판타지 요소를 채용한 정통 MMORPG를 표방했다. 국산 대작들을 피해 주로 비수기에 집중적으로 서비스 하는 기존 중국게임들 과는 달리, 테라가 서비스 되는 1월에 승부수를 띄운 점도 색다르다. 피해갈수 없다면 정면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마케팅 전략도 파격적이다. 기존 중국게임은 마케팅 비용은 적게 들이고 수익은 많이 뽑으려는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불멸 온라인은 국내 대작게임을 능가할 정도의 대규모 마케팅으로 업계 이슈가 됐다.

     

    <소주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었지만, 불멸온라인의 파격적인 마케팅은 한국시장서 통했다>

     

    초반에 소주회사와 제휴를 하는 등 무리한 마케팅으로 비난을 받았지만 게임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높아졌다. '불멸 온라인'은 오픈 이후 지난 1월, 최대 동시접속자 7만 명을 기록했다. 테라와 삼국지천 같은 국산 대작게임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중국게임의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무엇보다 ‘불멸 온라인’은 중국게임의 특징인 빠른 레벨업과 네비게이션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워 국내 유저들에게 ‘쉽고 편한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어려운 게임에 피로감을 느꼈던 성인유저들에게 환영받으며 최대 동시접속자 7만 명을 모았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 달여 만에 이룬 성과다. 넥슨에 인수된 엔도어즈는 '불멸 온라인'을 성공시키면서 퍼블리셔로의 입지를 굳혔다.  

     

    '불멸 온라인'의 성공은 국내 서비스 되는 중국게임의 수준이 만만찮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만 해도 제 2의 ‘불멸’을 외치며 한국으로 넘어오는 중국 게임이 줄을 잇고 있다. 이중에는 해외 유명엔진을 활용한 수준 높은 게임들도 포함되어 있다. 불멸을 터닝포인트 삼아, 한국서 중국게임의 제 2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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