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4-25 15:40:56
베타게임 필자로 활동한지 몇 개월, 그동안 애지 중지 필자료를 모아 엑스박스360 키넥트를 구입했다. 나름 큰 마음 먹고 거금 20만원에 소프트 2개를 추가해서 산 물건이라 기대가 컸다. 지난번 LG 3D게임 페스티벌 행사장에 취재차 갔다가 키넥트를 시연해보고 꽤 좋은 인식률과 훌륭한 게임(댄스 센트럴!)이 있다는 것을 보고, 6개월 할부로 지른 것이다.
콩닥콩닥 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키넥트가 도착했다. 자그마한 신발 상자 정도의 박스에 키넥트와 번들로 주는 ‘키넥트 어드벤처’가 고이 모셔져 있었다. 기쁜 마음으로 패키지를 풀고 세팅을 해볼까 했는데... 설명서의 예상치 못한 문구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어? 게임을 하려면 최소한 직선거리로 1.8m 떨어진 공간이 한다고? 소프트에 따라선 3m를 권장한다고?
그렇다. 키넥트를 제대로 구동하기 위해서 직선거리 2m, 권장사항 3m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넓은 방이 필요 하다는 걸 몰랐다. 혼자사는 데다 평수가 작아 거실도 없는 작은 방, 키넥트를 돌릴만한 넓은 공간이 있을 리 만무하다.
결국 키넥트게임 한번 하려고 모니터와 키넥트를 방 대각선으로 놓는 등 온갖 난장판을 펼치다, 결국 댄스 센트럴 몇 번 춰보고 넓은 집에 사는 친구에게 키넥트를 양도했다. 녀석은 내 키넥트를 받으며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지만 집이 좁아 게임도 못하는 신세가 마냥 씁쓸하기만 하다.
이런 슬픔(?)은 비단 필자만의 경우는 아닌 모양이다. 실제로 모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에는 ‘키넥트를 돌리려고 했는데 방이 좁아서 포기합니다ㅠㅠ’, '방이 좁아 키넥트를 돌리지고 못하고 봉인한 상태'라는 등 게시물이 올라와 작은 집에 사는 게이머들의 슬픔(?)을 토로하고 있다.
심지어 ‘집이 좁은데 키넥트를 사면 집도 같이 사야 하나요?’라며 작은 집의 설움을 토로하는 게시물도 있다. 버젓이 가족이 함께 사는 주택도 3m 공간확보가 어려운데 월세집이나 원룸에서 사는 플레이어들은 오죽할까. 온가족이 키넥트를 즐기는 상상은 넓은 집을 쓰는 넓은 거실이 있는 부유층들에게만 가능한 즐거움인가?
이제 곧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날을 맞아 자녀들에게 키넥트를 사주길 원하는 부모님들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온가족의 키넥트(?)는 넓은 집을 요구한다. 당신의 집이 키넥트와 직선 거리로 2~3미터 이상의 공간을 확보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넉넉한 평형의 거실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조른다고 덮석 사줬다가는 포장도 뜯기 전에 아이의 왕방울 같은 눈물부터 보게 될 것이다. 좁은 집에 사는 사람은 키넥트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니!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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