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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게임EX서 만난 김학규 대표, 19년 게임인생 '초심으로'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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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5-16 17:39:23

    한게임EX에서 공개된 프로젝트R1은 한마디로 반전이었다. 최신 3D그래픽 대신, 2D의 고전적 그래픽이 눈을 의심케 했다. 김 대표는 게임을 발표하면서 연신 ‘아기자기한 게임성’을 내세웠다. 그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2D처럼 보이는 3D게임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왜 이 시점에서 2D처럼 보이는 3D일까? 김학규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보았다.

     

     

    ▲ R1의 핵심, 아기자기한 소통!
    김학규 대표의 개발철학은 확고하다. 그는 “개발자가 게임을 완벽히 만들어 제공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의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저끼리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라그나로크’나 ‘그라나도에스파다’는 게임은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소통’이라는 핵심 재미가 공통적으로 흐르고 있다.

     

    유저 간 소통을 활성화 시키려면 현란한 3D보다는 부담 없는 2D가 적당하다고 그는 말했다. 김학규 대표는 2D게임의 향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그가 만든 ‘라그나로크’는 한국과 일본에서 연이어 대박을 쳤다.

     

    화려한 그래픽 때문만이 아니다. 라그나로크 특유의 아기자기한 게임성이 소통의 벽을 낮췄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은 국적을 불문하고 통했다. 특히 온라인게임 소외 계층인 여성 팬들이 열광했다.

     

    게임의 인기를 그래픽이 좌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R1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아기자기함’을 연신 강조했다. 그래선지 그의 주변인들은 ‘프로젝트R1’이 진짜 ‘라그나로크2’같다고 평가한다.

     

    “다소 부담되지만 R1을 보고 라그나로크를 연상시키는 건 그만큼 2D게임에 대한 향수가 통한다는 뜻이죠. 복잡하고 거창한 시스템보다 유저간의 아기자기한 소통을 살리는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 한땀 한땀... 도트작업으로 만들어 
    그는 프로젝트R1에서 다소 고전적인 개발방식을 택했다. 과거 2D게임에 많이 쓰이던 ‘도트방식’의 그래픽 작업을 도입했다. 캐릭터 움직임 하나하나를 미세한 점으로 표현한 도트작업은 그만큼 개발사의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개발기간도 더딜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점을 찍어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최신 그래픽엔진이 대세를 이루는 요즘, 이런 고전적인 개발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세대를 불문하고 2D게임의 고정팬은 여전히 있다”며 “유저의 눈을 현혹하는 화려한 3D보다 소박한 2D 그래픽이 유저간 소통을 이끄는데 더 도움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2D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선 도트방식의 그래픽 작업이 최적이라는 게 그의 개발철학이다. 기계화를 거부하고 수작업을 고수하는 명인처럼, 게임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김 대표만이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일 것이다.

     

    김 대표는 프로젝트R1을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차기작으로 처음엔 무협게임을 선택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장르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컨셉도 잡고 기획도 마쳤다. 그러나 그는 돌연 무협게임 개발을 돌연 중단했다.

     

    “무협은 그라나도에스파다 같은 서양판타지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장르입니다. 그만큼 내가 꿈꾸는 무협과 스텝들이 실현시킬 무협의 이상이 맞아야 제대로 된 게임이 나올 수 있죠. 그러나 아직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초기 기획자료를 내 USB에 담아 보관중이죠.”

     

    <프로젝트R1, 한게임EX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타이틀이다>

     

    ▲ 해달라는 건 다 해준다! 한게임 배포에 놀라
    무협게임을 접으면서 그는 한결 가볍게 프로젝트R1에 올인 할 수 있게 됐다. 개발에 가속도가 붙었고, 한게임과 퍼블리셔 계약도 맺었다. 한게임을 파트너사로 선택한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온라인게임에 대한 애정과 전폭적인 지원’을 우선으로 꼽았다.

     

    “처음엔 퍼블리셔 없이 자체 서비스 할 생각이었죠. 욕심 안 부리고 동접 2만 명 정도면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테라의 성공과정을 보면서 좋은 파트너사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게임을 들고 한게임 정욱 대표를 만났죠. 그는 그 자리에서 “해달라는 건 다 해주겠다”고 말하더군요. 좋은 게임에 과감히 투자하는 한게임의 배포가 마음에 들어 함께 하기로 결심 했습니다.”

     

    한게임의 '배포'는 이렇다. 예컨대 MMORPG의 수준을 높이려면 대규모 QA팀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 개발사 입장에선 QA팀을 따로 구성할 여력이 없다. 이런 부분에서 한게임은 다른 퍼블리셔와 달랐다.

     

    돈이든 인력이든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개발사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마음껏 실험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 게임으로 장사하려는 소극적 퍼블리싱이 아니라 함께 게임을 완성해 가는 적극적 협업의 관계다. 김 대표도 이런 아낌없는 지원에 반해 한게임과 함께 하기로 했다.  

     

    ▲ 19년 게임인생, 초심으로 돌아가다
    그는 게임을 만든 지 올해로 19년째다. 사실 김 대표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오롯이 게임이란 한길만 밟아온 개발자도 드물다. 유명 개발자인 만큼 부담도 많았다고 한다. 게임을 개발할 때는 자금을 투자받거나 빌려서 만들었다.

     

    '김학규 사단'이라는 한마디로 거액의 투자를 받았지만, 한편으론 잠을 못잘 정도로 부담도 많았단다. 그는 ‘라그나로크’와 ‘그라나도에스파다’는 그를 유명 개발자로 만들었지만, 그 덕분에 ‘흥행’과 ‘대작’이라는 굴레에 눌려 살아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부담 때문에 그는 '그라나도 에스파다' 이후 한동안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 세월은 그를 한물간 개발자로 묻어버리는 듯 했다. 

     

    꼭 8년만이다. 프로젝트R1은 김 대표가 8년 만에 내놓은 8번째 작품이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홀가분하다는 입장이다. 20년 전 맨손으로 처음 게임을 만든 당시처럼 초심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데서 투자 받지 않고 ‘그라나도에스파다’를 서비스해 벌어들인 회사 자금만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결 홀가분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창작을 하는 사람이 결과에 부담을 가지면 안 됩니다. 이런 내 의지를 한게임도 이해해 주었고, 과거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개발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초대작을 만들겠다는 부담을 덜고, 유저와 소통하고, 또 개발 자체를 즐기면서 R1을 완성해 갈겁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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