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노동 가치 변화에 대한 고민 ‘휴먼 클라우드’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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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5-17 22:29:44

    해외에 거주하는 후배로부터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Human Cloud’(이하, 휴먼 클라우드)라는 키워드가 화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개념, 기술을 인적자원에도 응용하자는 것이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농담으로 ‘일을 세분화, 분류화해 업무 유형과 적합한 곳에 판매하고 자동으로 사람과 매칭하여 할당’할 수 있겠다며 웃어 넘겼지만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뭔가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다.

     

    Salesforce.com(이하, 세일즈 포스)은 휴먼 클라우드에 관해 구체적인 제품 계획까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세일즈 포스 제품에는 다양한 형태로 직원의 고용 및 관리, 업무 할당 및 진행 관리, 여러 다른 조직이나 개인을 연결시켜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도구 등으로 구성되며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도 서로 연결하여 하나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단다.

     

    세일즈 포스의 의도는 차치하고 이 개념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직업 스타일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현시점에서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많은 디자인/디지털 콘텐츠 제작/프로그래밍 등의 전문가를 네트워크화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주문형 인력을 조달하는 방식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외주 가능한 지적 노동의 경우 클라우드적인 생각으로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만 같다.

     

    =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세일즈 포스

     

    일을 해내는데 충분한 시간이 있는 사람,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차용하는 것이므로 발주하는 쪽에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다. 이 방식이 정말로 정착한다면 각 역할의 비용은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클라우드의 서버처럼 여유 시간 없이 업무를 할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당 단가는 그 만큼 싸지는…, 지적 생산 능력이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의 가치라는 것을 어디에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

     

    이 주제에 대해 다른 친구는 “휴먼 클라우드라면 벌써 중국에서는 흔하잖아”라고 한 마디했지만 전혀 농담거리도 아니다. 그러나 특히 제조업과 콘텐츠 제작 등의 분야에서 노동력의 가치 평가를 둘러싼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일반론으로서 휴먼 클라우드 

    휴먼 클라우드라는 화두에서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것은 미래의 고용불안일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떤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는 없었다.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라면 불경기에도 자신은 괜찮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일을 휴먼 클라우드 개념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생각이 좀 더 나아가면, 지적 노동으로 나날의 양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정말 독특한 능력이나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차별화는 어렵지 않은가. 새로운 개념의 작업 스타일을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전혀 현실화되지 말란 법도 없다. 눈앞에 있는 라이벌은커녕, 앞으로는 인도나 중국의 엔지니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하면 과연 개인의 능력만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실제로는 좀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일의 내용과 진행 방식에 대해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여 공통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부 기업에서는 비용 삭감을 목적으로 과거 일 진행에 있어 밑거름이었던 ‘합의 형식’의 경영이 자취를 감췄지만 반면에 성공하고 있는 해외 기업을 보면 국내 기업의 공감대 형성 경영과 다른 합의적인 기업 문화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애플은 스티브 잡스라는 한 개인의 생각이나 개념만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티브 잡스의 생각을 전직원이 공유하면서 자발적으로 ‘잡스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직원들이 만들어 낸다는 의미의 ‘합의형’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샜지만 휴먼 클라우드의 본래 목적과 개념에서 멀어져 ‘지적 생산 활동의 인터넷 활용이라는 측면에서의 개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인간을 네트워크화해 나갈 때 질이나 양(여기서는 커뮤니케이션의 ‘대역’이라 부르고 싶다)이 걸림돌이 되어 결국에는 극히 한정된 업무에만 휴먼 클라우드화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원래, 세분화하여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협업하면, 업무 관리가 번잡하게 되어 효율화와 복잡화라는 틈새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즉 휴먼 클라우드라는 생각은 미래의 작업 스타일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될지 모르지만 세상이 급변하는 것은 아니다. 비용을 낮출 경우 복잡화라는 역행이 발생해 클라우드로 일을 분산시키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대역이 넓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가별 시간대 벽을 넘어 사람들과 공동 작업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나 애플리케이션이 확립되면 언젠가는 웃고 넘길 수만는 없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은 있다.

     

    휴먼 클라우드 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지금까지는 반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휴먼 클라우드라는 생각이지만 앞으로 지적 노동이 작은 단위로 쪼개져 외주 업무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싸워야 할까.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누구나가 생각난다. 그러나 실천은 매우 어렵다. 게다가 “자신이 다른 비슷한 유형의 노동자와 다르다”라는 것을 어필할 만큼의 여유와 능력이 있다면, 어떤 시대든지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휴먼 클라우드 시대,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작업자의 일이 점차 획일화되면 비용은 점점 한계점에 다다른다. 클라우드를 구성하는 전체 시스템이 커지면 커질수록 업무 내용은 심플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의 한계 비용은 궁극적으로는 일을 해내는 효율과 생활에 필요한 비용으로 결정된다. 높은 기술로 생산성을 높이면 소득은 증가하지만 생활비가 싼 지역의 엔지니어가 동일한 효율로 일을 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좋게 생각해 “휴먼 클라우드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가치를 지속적으로 창조해야하는 즉 자기계발에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휴먼 클라우드라는 개념은 다양한 기능과 디자인이 조밀하게 얽히는 제품 제작에서 효율적으로 간단하게 좋은 제품 만들기로의 변화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업이 지적 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이유는 제품과 디자인 컨셉트에 엔지니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녹아냄으로써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먼 클라우드 시대의 싸워서 이기는 방법이란 스스로의 기술을 조직과 연결시켜 일정한 의견 일치아래 이를 제품에 포함시킴으로써 집단에서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물론 직종이나 입장에 따라 싸우는 방법은 달라진다. 다행히,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 한편 기업은 “제조업의 특정 집단”의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획일적인 업무의 세분화로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 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체제조직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지금 바로 시작할 필요는 없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필자 지인이 운영하는 중소기업은 엔지니어 상당수가 더 나은 제품을 라이벌보다 빨리 만들어 낸다는 관점보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이었다. 물론, 기업이나 경영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엔지니어들이 자발적으로 더 좋은 제품을 생각하려 하지 않으면, 개개의 능력은 발휘되지 않고 팀 성과도 좋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업무가 무엇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시장 상황은 어떤지, 고객이 제품에 대해 어떤 불만이 있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등 경영이나 마케팅 관점에서 견해를 담당자 수준까지 반복해서 알려 “자신들이 왜 목표를 완수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자발적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 제품 기능이나 성능은 크게 개선되고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찾아 다음 제품에는 무엇을 개선해야 할지 큰 그림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살리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일견 효율적인 합리주의적인 조직 운영은 개개의 엔지니어 능력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능력의 한계점을 억누르는 것은 아닐까 싶다. 제대로 된 목표를 잡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일을 추진할 기회를 주고 기업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기 위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중시하는 새로운 조직 운영의 기틀을 마련해야할 시점임을 되새겨 본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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