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ARM 윈도우 성공 여부, MS 비즈니스 모델에 좌우?


  • 이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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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5-30 14:37:14

    새로운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채택한 샌디브리지 기반의 프로세서로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는 인텔. 샌디브리지의 인기 덕분인지 지난 해 4분기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PC 시장 전체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인텔의 이 같은 실적은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 센터와 고성능 PC 시장에서 달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까지 저가형 PC 시장을 주도하던 ‘넷북’은 이미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진 지 오래고, 그 자리는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OS를 채용한 태블릿PC가 꿰차면서 저가형 PC 시장을 잠식한 탓일 게다.


    ARM 버전 윈도우의 우려

    이런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ARM에 이식시킨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저가형 시장에서 윈도우 점유율이 한 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MS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장 대부분의 하드웨어는 ARM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아직 정확한 기능은 물론 제품화된 것이 아님에도 MS의 이 같은 전략은 다방면에서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임베디드 윈도우(윈도우CE)와 휴대폰용 윈도우(윈도우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임베디드’라는 PC용 메인스트림 윈도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으로 존재했다. MS 의도와 달리 주류 시장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변방에 머물렀다. 1년 혹은 2년이 아닌 오랜 세월동안 말이다.
     
    ARM 버전의 윈도우 개발 소식이 알려지고 새삼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메인스트림 PC에서 작동하는 윈도우와 ‘동일’(정확하게 말하면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되는 운영체제로 생각해야겠지만, 동일한 애플리케이션이 실행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같은 운영체제로 봐도 될 것이다)하게 ARM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기술적 우려의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x86에서 실행될 때조차 무거운 편인 윈도우가 ARM에서 원활하게 작동될 것이냐는 것. x86과 ARM의 명령 세트가 전혀 다른 하드웨어의 차이를 사용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는가와 “더 빠른 x86로 ARM 명령 세트의 에뮬레이션 하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ARM에서 x86 바이너리를 에뮬레이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예전에는 명령 세트나 하드웨어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운 ‘깊고 어두운 강’이었지만, 수십 년 사이 VM(가상머신) 기술은 진보했고, JIT(Just-In-Time) 컴파일러 등 그 차이를 매울 수 있는 여러 기술이 있기 때문이다.
     
    또, ARM 자체 성능 향상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의 ARM는 지난 ARM과 다른 차원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성능 향상을 꾀했다. 서버용 프로세서로서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지만 클라이언트용으로는 충분한 성능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OS를 실행하는 CPU 명령 성능이 전체 장치 성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날로 줄어들고 있다. 정말 중요한 작업은 그래픽/비디오 부분의 ‘확장 명령 세트’가 담당하며 이는 x86이나 ARM 모두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CPU 아키텍처의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하드웨어에 그래픽 및 비디오 기능을 포함시킬 것이냐는 차이 외엔 없다.
     
    과거 실패는 MS의 비즈니스 모델 탓?
    기술적인 부분은 충분히 극복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보다는 MS 비즈니스 모델의 문제를 언급하고 싶다. 과거, x86 이외의 프로세서에 윈도우를 이식한 사례가 몇 번 있었는데 좋지 않은 결과로 마무리된데 에는 MS의 정책 실패에서 비롯된 결과라 생각한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윈도우 운영체제의 시작은 윈도우NT로 NT는 흔히 ‘New Technology’의 줄임말로 쓰였지만, N-TEN(N10)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즉, ‘N10’이라는 개발 코드명의 인텔 i860 운영체제로 개발되었기에 NT라는 이름이 붙였다는 얘기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윈도우NT가 x86 이외에 MIPS나 알파, 파워PC 등 RISC 프로세서 계열로 이식되었고, 대만의 한 제조사는 윈도우NT 탑재가 가능한 MIPS 베이스의 프로세서 및 메인보드를 만들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결국, 당시에는 RISC 시스템과 x86 싸움에서 x86의 승리로 끝나면서 RISC 버전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한편 당시에도 윈도우CE(CE는 소비자 가전)라는 이름의 가전 임베디드용 ‘RISC 전용 윈도우’를 개발, SH와 ARM 프로세서를 지원했다. 그러나 CE는 걸음마를 떼지도 못한 채 모바일 혹은 폰이라는 이름의 휴대폰용 윈도우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몇 번이나 ‘비 x86’ 대응을 반복한 역사가 있다.
     
    비 x86 버전 윈도우의 실패 원인은 판매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C버전 윈도우는 하드웨어 번들 형태로 PC 제조사를 통한 라이선스 수입이라는 확실한 ‘수익 파이프’를 확보한 MS가 비 PC 버전에서도 동일한 수익을 기대했으나 PC와는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른 시장에서 높은 라이선스를 지불할 수 없는 업계가 MS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임베디드 시장에서 높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무료 라이선스임일 생각할 때 틀린 결론은 아니리다.
     
    ARM 버전 윈도우에 대해서도 과거와 동일한 판매 정책을 고수한다면 결과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와 같은 방향으로 가기에도 무리다. 왜냐하면 ARM 버전 윈도우는 PC에서 실행되는 x86 버전과 ‘동일’한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다. 무료 배포는 또한 지금까지 수익원이었던 ‘파이프’를 잃게 됨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선택이 궁금하다.


    베타뉴스 이상우 (oowoo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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