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06-13 09:08:56
대학시절 교양과목으로 경제학 원론이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경제라는 것이 수학과 아주 밀접한, 그것도 고급 수학과 아주 관련이 깊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가 다름 아닌 리포트를 쓴 독과점에 대한 항목이었다. 일부 특정 기업에 국가적 자원을 집중해서 발전시키던 우리 시장과는 달리, 독과점에 대한 피해에 대해 아주 병적일 정도로 철저하게 보호하고 여러 장치를 만들어둔 외국의 사례가 인상 깊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다른 경제 분야보다 IT분야는 유독 독과점이 심하다. 예를 들어 CPU를 만드는 회사는 인텔과 AMD밖에 없으며, 그 가운데서도 인텔의 시장 점유율은 독과점 수준을 훨씬 넘어선 지 오래다.
게다가 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이합집산이 심해져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는 모양새다. 예를 들어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여러 업체들이 경쟁했던 하드디스크 시장은 이제 실질적으로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분야의 절대적인 독점 기업하면 MS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운영체제인 도스와 윈도우, 그리고 오피스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사실상 오랜 기간 컴퓨터 시장을 지배해 온 절대 거인이다.
그런 MS가 요즈음 등장하는 경제 및 IT 뉴스는 회색빛 일색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요즈음 새로 하는 일마다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모 헤지펀드에서는 MS의 수장인 CEO 스티브 발머의 퇴진까지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MS의 시가총액이 애플은 물론 IBM에까지 추월당한 것은 요즈음의 MS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구체적으로 윈도우 비스타의 처참한 실패를 시작으로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참담한 시장 점유율을 보여준 검색 엔진 빙, 그리고 막차를 탄 분위기의 윈도우7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MS의 캐쉬카우인 운영체제나 오피스 부분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성장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20%에 불과하다보니 벌어지는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보니 요즈음 MS는 새로운 산업부분의 강자를 인수해서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작전을 펴고 있다. 스카이프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요즈음에는 노키아 인수가 두 회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연일 화제다. 아예 애플처럼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요즈음의 MS분위기이다.
노키아 역시 MS만큼이나 사실상 휴대폰시장을 독과점 했던 회사다. 수많은 제조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시장에서 4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시가총액 2,500억 달러까지 달성했던 이 회사의 요즈음 성적표는 한마디로 기가 막히다. 약 1/10수준인 249억 달러로 쪼그라들면서 인수합병의 단골손님이 돼 버렸다.
심비안이라는 이름의 고유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지만, 아무도 찾는 이들이 없자 아예 MS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앞으로는 윈도우폰만을 생산하기로 발표했다. 회사의 DNA를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키아의 윈도우폰 선택을 타이타닉호의 구명보트 정도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실은 구명보트가 아니라 구명조끼도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비관적인 분석기사 일색이다.
애플이라는 절대 강자는 물론, 사실상 애플 말고는 모든 휴대폰 제조사를 하나로 묶은 안드로이드와 싸워야 한다. 초록색과 재미있는 생김새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결코 안드로이드는 슈렉처럼 멍청하지도 않고 동화 속에만 머물러 있지도 않다. 그래서 노키아는 더욱 힘들고, 어쩔 수 없는 돌파구가 MS라는 것도 슬픈 일이다.
물론 시장조사업체 IDC의 분석처럼 오는 2015년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MS-노키아의 윈도우폰이 애플 아이폰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는 뉴스도 있기는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봐서는 이 뉴스가 실현되기를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노키아호의 새로운 선장으로 삼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삼성은 HTC와 함께 안드로이드의 리더 격으로 한마디로 승승장구 하고 있기에 굳이 노키아를 인수할 필요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거의 피쳐폰 수준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바다(Wave)라는 나름의 운영체제도 있고, 제품도 나왔다. 하지만 삼성이 안드로이드는 물론 윈도우폰에서도 성공하고자 한다면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나 흥미롭게 지켜봐야할 것은 독과점의 측면이다. 굳이 MS의 시장 점유율은 다시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반대로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서, 그리도 삼성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핀란드 경제의 20%를 담당한다는 노키아가 만약 이런 저런 이유로 사업을 접는다면, 반대로 한국 경제에서 그에 못잖은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을 위해 본사를 뉴욕쯤으로 옮긴다면 말이다.
독과점의 피해는 한 시장, 한 제품의 카테고리에서 특정 제품, 특정 회사가 얼마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로 재단하던 시절은 이제 지난 듯싶다. 첨단 IT기업들의 치열한 이합집산에 독과점이라는 잣대를 도입해서 그 승자를 예측해보는 것도 한 번은 필요할 것이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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