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e-상품 써보니...]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


  • 강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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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6-17 11:59:09

    디지털 카메라 기술은 이미 정점에 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은 이미지 센서에 1,000만 화소 이상 집적 가능하고 고속 연사에 밤에도 선명한 화질의 사진을 찍는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디지털 이미징은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디자인은 어떠한가? 참신한 외형의 카메라들도 많이 있지만 대부분 정해진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DSLR은 DSLR답게, 디카는 디카답게 약간의 포인트만 다를 뿐 전체적인 디자인이 다르다고 느껴지는 제품은 흔치 않다.


    과거로의 회귀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돌파구로 손꼽힌다. 특히 올림푸스나 펜탁스 등이 레트로 붐을 선도하면서 틈새 시장을 파고들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베스트셀러는 아니어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맥을 이어 가고 있으며 시장의 반응 또한 호의적이다.


    후지필름이 이번에 야심차게 선보인 파인픽스(Finepix) X100도 레트로붐을 잇는 디지털 카메라로 타 제품처럼 클래식 디자인에 현대적 감성을 씌우지 않고 완전한 클래식 카메라 디자인을 통해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그 속에는 디지털 이미징 및 광학 기술이 포함되어 있음은 당연하다.

     

    ▲ 클래식한 멋이 잘 묻어나는 미러리스 카메라,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


    ◇ 클래식 카메라 디자인... 이게 '필름이야? 디지털이야?' = 후지 파인픽스 X100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디자인에 있다. 마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야시카나 라이카를 연상시키는 클래식 디자인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어디에서도 디지털의 냄새가 나지 않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잘 묻어 나오게 한 점은 타 디지털 카메라와 다른 개성을 찾는 젊은 층이나 과거 필름 카메라를 써 온 사진 애호가들에게 호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기는 큰 편이 아니다. 올림푸스 펜이나 소니 넥스와 비교하면 조금 큰 편이지만 타 DSLR이나 하이엔드급 제품과 비교하면 작은 덩치를 뽐낸다. 그러나 마그네슘 합금 바디 덕에 무게는 있다. 손에 쥐면 묵직한 느낌이 든다. 제원상 X100은 가로 126.5mm, 세로 74.2mm, 두께 53.9mm에 455g(배터리, 메모리 포함)의 무게를 지녔다.


    그립부는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취약하다. 과거 디지털 카메라와 같은 디자인이 적용돼 인체공학적 요소가 빠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불편함도 추억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지만 최신 DSLR이나 디지털 카메라에 익숙하다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버튼 인터페이스나 다이얼의 배치는 절묘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잘 섞었다. 상단에 모드 다이얼은 없고 그 자리를 셔터 속도 및 노출 다이얼이 자리하고 있으며 후면에는 액정 화면과 기능 버튼을 얹었다. 후면 버튼은 마치 펜을 연상케 한다. 다이얼이나 버튼 조작시 불편함은 없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액정은 2.8형 46만화소 제원으로 최신 트렌드인 3형, 92만 화소에 크게 못미쳐 아쉽다. 이 부분도 클래식 감성을 살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이 정도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 옛 작동 구조를 대부분 따르고 있어 DSLR 카메라에 익숙한 사용자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 있다.

    후면 인터페이스는 디지털 카메라와 동일하다.


    ◇ 겉과 다르게 뛰어난 사진 품질 '오~ 놀라워라!' = 파인픽스 X100으로 촬영을 시작해 봤다. 조리개 우선 모드로 설정했으며, 그 외 기능은 기본 상태에서 진행했다. 렌즈 교환식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의 장비는 필요하지 않았다. 렌즈는 기본적으로 후지필름의 자랑인 후지논 슈퍼 EBC 렌즈가 쓰였고 초점거리는 23mm, 조리개는 F2다.


    촬영 시 느낌은 가볍다. 겉은 클래식 카메라지만 속은 완전한 전자 제어 방식을 쓴다. 셔터소리도 전자음이기 때문에 클래식 느낌을 기대했던 사진 애호가라면 다소 기운이 빠질 수 있다. 반셔터는 조금 깊게 눌러야 잡히는데, 적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결과물은 후지필름 답게 뛰어나다. 여기에 후지필름의 자랑인 슈퍼 EBC 코팅 후지논 렌즈가 더해져 만족스러운 사진을 남긴다. 초점거리 23mm의 렌즈는 35mm 필름 환산 시, 35mm로 가장 많이 쓰이는 화각인 만큼 스냅 사진이나 간단한 인물 사진으로 좋다. 조리개는 F2로 셔터 속도 확보에 유리한 장점이 있다. 선예도는 F2에서도 뛰어난 수준이고 F2.8에서 F4 정도로 조이면 최상의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

     

    ▲ 파인픽스 X100 / ISO 200 / 초점거리 23mm (매크로) / 조리개 F4 / 셔터 속도 1/600초 /

    평균 측광 / 이미지 효과 : 프로비아(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ND필터를 메뉴에서 선택해 쓸 수 있다는 점은 참신하다. 조리개 3스톱 정도 조인 효과로(ND 8)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라면 오히려 빛 투과를 많이 억제하는 ND 8 이상의 제원을 갖는 별도의 필터를 쓰는 쪽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결과물은 필름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 후지필름의 필름 기술을 디지털화 한 것으로 프로비아(기본), 벨비아(선명), 아스티아(소프트) 외에 모노크롬, 세피아 등의 옵션을 제공한다.


    이미지 센서는 35mm 필름대비 1.5배의 초점 거리를 갖는 APS-C 사이즈의 CMOS 센서를 얹었다. 화소는 1,230만 화소로 3대 2 비율 기준으로 4,288 x 2,848 크기의 해상도를 기록한다. 감도는 확장시 ISO 100부터 12,800까지 1/3단계로 조절 가능하다.


    노이즈로 인한 디테일 및 품질 손상이 적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촬영한 결과, ISO 6,400에서도 컬러노이즈는 있으나 디테일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아 안정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감도에 따라 다이내믹 레인지를 차등 적용시킨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ISO 200에서는 DR 100%, ISO 800에서 400%로 다이내믹 레인지 변경이 가능한데 저감도에서도 높은 다이내믹 레인치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저감도에서도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 구현이 가능했던 후지 허니콤(Honeycomb) 센서가 그리워진다.


    본 기자가 이 제품에서 놀라워 했던 부분은 뷰파인더다.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를 얹은 이 제품에서는 전자식 뷰파인더 외에도 일반 뷰파인더 위에 정보를 뿌려주기도 해 가독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자식 뷰파인더의 경우, 외부 조명과 동조하면 뷰파인더를 볼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그 단점을 말끔하게 해결한 것이다. 앞으로 전자식 뷰파인더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제품의 가치는 높다.

     


    ◇ 높은 가격, 느린 속도, 불편한 내부 인터페이스 등은 아쉬워 = 감성을 자극하고 차별성까지 갖춘 카메라 디자인에 후지필름의 이미징 기술과 렌즈 기술이 더해진 파인픽스 X100은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했던가. 실제 써 본 X100은 기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어서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속도, 반응 속도나 저장 속도가 답답할 정도로 느리다. 초점은 약간만 어두워도 피사체를 찾지 못해 헤매고 매크로 모드는 불필요한 움직임으로 좋은 타이밍을 놓친다. RAW+JPG 저장 속도는 연속 촬영에 제동을 건다. 한 장, 한 장 정성 들여 찍는다면 모르겠지만 DSLR 속도에 익숙한 사용자라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다.


    불편한 인터페이스 역시 고쳐져야 할 부분, 특히 ND필터나 필름 시뮬레이션, 감도 같은 경우는 무조건 메뉴를 눌러야 쓸 수 있어 급변하는 촬영 환경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 후면에 있는 RAW 버튼을 빼고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거나 몇 개의 기능 버튼을 더 얹었다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150만원이 넘는 고가라는 점은 이 제품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될 듯하다. 요즘 이 제품보다 성능이 좋은 미러리스 카메라도 100만원 안팎이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단순 고급 마감재나 렌즈 등으로 국내에서 16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선뜻 지불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제 사진은 단순한 추억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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