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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다시 시작한 리니지2, 7년 만의 소회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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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7-06 19:39:23

    <김택헌 전무와 리니지2 홍보대사 배기성씨, 양복을 벗어던지고 유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리니지2'가 달라졌다. 가볍고 유쾌하고 성숙해졌다. 얼마전 엔씨소프트는 배기성씨를 리니지2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게임 속 모형 칼을 선물로 주었다.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배기성의 캐릭터가 리니지2에 적격이라는 이유다.

     

    그날 엔씨소프트가 보낸 보도자료가 참 인상적이다. 자료와 함께 보낸 사진에선 배기성씨 옆에서 장난스럽게 포즈를 취한 김택헌 전무의 모습이 보였다. 보통 양복 입은 경영진이 각 잡고 위촉 패를 전달하는 장면이겠거니 했는데,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이다. 함께 모형 칼을 들고 포즈를 취한 모습에서 '권위'나 '격식' 따위는 없었다.

     

    한때 리니지2는 '권위'를 상징하는 게임이었다. 가장 정치적이고, 현실적이고, 냉혹했다. 잠시 현실을 잊기 위해 접속한 사람들은 현실보다 더 가혹한 '힘의 논리' 앞에 좌절해야 했다. 고레벨 유저가 저레벨 유저를 착취하는 구조, 특정 혈맹이 서버의 모든 이권을 독차지했던 엄혹한 시대였다.

     

    독재에 맞선 반왕 혁명이 끊이지 않았고, 그럴수록 게임하기 힘들다는 소리가 빗발쳤다. 목 좋은 곳에 선을 그어놓고 자기편이 아니면 접근도 못하게 하는 '사냥터 통제'가 횡횡했다. 돈 없고 백 없으면 게임 할 생각을 말아야 할 정도. 경쟁을 위해 게임을 하다 보니 유저들의 성향도 각박해졌다.

     

    게임에 조금이라도 불만이 있으면 게임사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기 일쑤다. '권위주의'는 게임의 인기비결인 동시에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요인이 됐다. 필자가 한참 '리니지2'에 빠졌던 2004년 당시가 그랬다. 결국 바츠 해방전쟁의 좌절을 뒤로하고 나는 게임을 떠났다. 다시 하고 싶었지만, 막상 손에 잡기가 두려웠다.  

     

    내가 없는 동안, 리니지2는 참 많이 달라졌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게임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 먼저 서민 유저가 할 만한 게임을 만들었다. 초보 캐릭터들이 게임하기 좋게 난이도를 고쳤다. 누구나 싼 가격으로 좋은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고, 일정 레벨까지는 버프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몬스터를 잡으면 아이템도 많이 나온다. 사냥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줄었다.

     

    기회도 균등해 졌다. 예를 들어 공성전이 있다. 이번 파멸의 여신부터 공성전에 혈맹뿐만 아니라 개인도 용병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개인이 성주까지 될 수 있다. 기득권 혈맹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힘 있게 밀어 붙인 것이다.

     

    게임사와 유저의 관계가 달라졌다. 단순히 콘텐츠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관계를 넘어 함께 소통하는 단계로 발전시켰다. 그러기 위해 회사 임원진부터 양복을 벗어던졌다. 김택헌 전무는 리니지2 유저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그는 행사장에서 유저의 사연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즉석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이벤트를 실시한다.

     

    한번은 유저가 자신의 혈원들과 정모를 하고 싶다고 하자 "이걸로 밥값 계산하라"며 자신의 카드를 선뜻 내주어 좌중을 놀라게 했다. 물론 그 자신 또한 리니지2 열혈유저다. 어깨에 힘을 빼고, 현장에 나가 유저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리니지2'를 둘러싼 '권위'의 장벽들을 허물었다.

     

    7년 만에 접속한 리니지2, 사람들이 달라졌다.  요즘 리니지2 행사에 가보면 가족단위 유저들이 부쩍 늘었다. 학생 시절 리니지2를 접했던 유저들은 이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나이가 됐다. 그들의 나이처럼 게임도 한층 성숙해 졌다.

     

    대놓고 불만을 따지기보다 소통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게임 안에서도 사냥터 통제 같은 억압적인 플레이는 많이 사라졌다. 전쟁은 활발하지만 욕설과 비방이 오가 진 않는다. 자신이 즐겁게 게임을 하려면, 상대방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유쾌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리니지2'는 유저들의 삶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섰다. 배기성 씨는 "리니지2를 서비스 초기부터 함께 했고, 평생 같이 할 게임"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리니지2'는 그렇게 성숙해 가고 있었다.


    <바츠 해방전쟁의 좌절을 겪은 후 게임을 접었다. 7년 후, 다시 찾은 리니지2는 참 많은 게 변해 있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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