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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타보니] 쌔끈하게 달린다, 인피니티 M37


  • 황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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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7-25 14:48:09

    쌔끈하게 달린다, 인피니티 M37

     

    자동차는 흔히 남자들의 장난감으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좋아하는 자동차 디자인을 말할 때 섹시하다, 관능적이다, 잘 빠졌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오늘 만난 인피니티 M37을 처음 봤을 때도 섹시한 라인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여성의 섹시함과는 다른 느낌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남자의 몸매를 보는 것 같은 강인함과 섹시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럭셔리 스포츠세단을 표방하는 인피니티 M37은 바로 그런 녀석이다.

     

     

    이번에 시승한 올-뉴 인피니티 M37은 인피니티 M 시리즈의 3세대 모델로 2006년 2세대 모델 출시 후 4년 만에 풀 체인지 된 모델이다. 인피니티 M 세단은 볼수록 매력적인 차다. 최신 스탬핑 공법으로 양산에 성공한 매끈한 곡선형 차체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볼륨감이 강조된 근육질 라인이 물 흐르듯 앞에서 뒤로 이어지고, C필러에서 트렁크 리드로 짧게 떨어지는 쿠페 라인이 날렵한 인상을 심어준다. 멀리서 봐도 인피니티임을 알게 하는 곡선형 디자인은 역동적이면서도 부드러움이 배어 있어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좋아할만 하다.

     

    인피니티만의 근육질 곡선은 실내까지 이어진다. 계기판 위의 볼록볼록한 곡선과 센터페시아에서 대시보드를 거쳐 도어 트림으로 이어지는 라인, 도어 트림 부분의 가죽 선까지 부드럽게 이어진다.

     

    모델

    인피니티 M37

    길이

    4,945mm

    넓이

    1,845mm

    높이

    1,500mm

    축간거리

    2,900mm

    공차중량

    1,775kg

    엔진형식

    V6 DOHC VQ37

    배기량

    3,696cc

    최고출력

    333마력 (7,000rpm)

    최대토크

    37kg·m (5,200rpm)

    변속기

    7단 자동변속기

    100km/h 가속

    6.2초(자체 테스트)

    연비

    9.5km/L(2등급)

    승차인원

    5명

    가격

    5천950만 원부터

     

     

    정숙함 속에 감춰진 힘을 발견하다

    인피니티 M37은 튀어나가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녀석이다.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움직임도 조금은 거칠게 느껴질 정도로 힘을 간신히 억제하고 있다. 조금 부드럽게 가다듬어야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야성적인 차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기어 레버를 잡고 있는 손으로 미세한 진동이 전해진다. 힘차게 튀어나가면서 전해주는 작은 진동이 그 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힘을 한꺼번에 폭발시키면서 오는 짜릿한 쾌감을 표현하는 것 같다. 기어레버 뒤로 드라이브모드 셀렉터 다이얼이 있다. 자동, 스포츠, 에코, 스노우까지 4가지 모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기 상태에서 엔진 회전수는 700rpm, 실내는 조용하다.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순식간에 7,300rpm까지 회전수를 높이며 튀어나간다. 시속 100km/h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6.2초. 스포츠모드에서 기록한 결과로 모드 다이얼을 에코 모드로 돌리면 100km/h로 가속하는데 6.9초가 걸린다.

     

    예상외로 큰 차이가 벌어지지 않았다. 스포츠모드에서는 7,300rpm까지 회전수를 높여가며 가속하지만 에코 모드에서는 6,000rpm 정도에서 기어를 바꾼다. 그럼에도 제로백 타임이 0.7초 밖에 차이나지 않다니, 인피니티 M37의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엔진 소리는 무척 매력적이다. 타코미터 바늘이 5,000rpm을 넘어가도 소리가 거칠어지지 않는다. 발성 좋은 테너의 음성을 듣는 듯하다. 유연한 곡선 때문인지 어지간한 속도에서는 바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동급 최저 수준의 공기저항계수(0.27cd)를 실현했다는 말이 허튼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160km/h 이하에서는 풍절음은 물론 바닥 소음도 잘 억제해 옆 사람과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시승하는 동안 총 300km를 달렸는데, 평균 연비가 6.0km/L를 찍었다. 비오는 날 꽉 막힌 도심 도로와 거친 시승 속에서 나타낸 결과로는 양호한 수준이다. 공인연비 9.5km/L는 실제 주행에서도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반갑게 맞이하고 안락하게 움직인다

    인피니티 M37은 첫 만남부터 친절하다. 차에 올라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운전석 시트가 앞으로 움직이고 스티어링 휠이 살며시 내려와 자리를 잡는다. 내릴 때는 반대로 시트가 뒤로 물러나고 스티어링 휠이 올라가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감성 품질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는 부분이다.

     

     

    작지만 차에 대한 믿음을 주는 기능이 하나 더 있다.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차면 벨트가 팽팽하게 당겨졌다가 느슨해진다. 제단사가 줄자로 가슴둘레를 재듯이 운전자의 체형을 가늠해 보는 느낌이다. 시승하면서 거칠게 몰아 붙였더니 안전벨트가 꽉 조여진다. 운전자를 지키기 위한 것은 물론 위험한 상황이니 조심하라는 경고인 셈이다.

     

     

    운전석을 비롯한 실내 공간은 넓다는 느낌보다는 맞춤형으로 잘 짜인 느낌이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완전히 나누고 있는 두툼한 센터터널이 있어 조수석쪽으로 내려야 할 때 넘어가기 쉽지 않다. 시트는 부드럽고 통풍 기능이 있어 안락하다.

     

     

    인피니티 M은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차 길이는 길지만, 폭은 조금 좁은 편이다. 이는 운전할 때도 느낄 수 있는데, 복잡한 도심을 다닐 때 좁은 틈도 어렵지 않게 잘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편이 아니라 심하게 굽은 도로를 빠르게 달리면 옆으로 조금씩 흔들린다. 그렇다고 불안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노면이 고르지 못한 도로를 달릴 때 바닥에서 오는 충격은 잘 흡수해 준다.

     

     

     

    아쉬운 내비게이션, 조작성은 좋아

    내비게이션은 지니 맵을 사용한다. 내비게이션을 당장 바꿔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거치형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한 세대도 아니고 두 세대쯤 전 전자지도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이라니, 인피니티 브랜드 위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이나비 3D까지는 아니더라도 맵피 유나이티드나 아틀란 3D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수입차에 최신 내비게이션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인지도 모른다. 고급 브랜드임을 자부하는 인피니티조차도 센터페시아에 내비게이션 버튼이 없어 뒤로가기(BACK) 버튼을 3초간 누르고 있어야 전환되는 시크릿(!) 내비게이션이 최선이니 말이다. 전에 시승했던 M35 역시 내비게이션은 숨겨진 기능이었다. 내비게이션 버튼이 따로 없고, 4.3인치 화면의 모서리 어딘가를 누르면 지도 화면이 나타났던 기억이 난다. 한국 시장만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수입 브랜드의 한계다.

     

     

    실내에서 내비게이션을 빼면 불만스러운 곳을 찾기 어렵다. 큼지막한 버튼들로 운전 중에 조작하기 편한 인터페이스가 돋보인다. 아날로그시계가 고급 차임을 암시하고 있고, 나무 느낌의 장식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변속기 레버가 잘 어울린다.

     

     

    16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으로 생생한 5.1채널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소음을 잘 차단하고, 좋은 소리를 들려주니 운전 중에도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익스클루시브 모델에는 9.3GB 하드디스크가 포함된 뮤직박스가 더해져 더 편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

    인피니티 M 시리즈는 BMW 5 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와 함께 D세그먼트로 분류된다.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지만 높은 배기량을 바탕으로 강력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자랑한다. 게다가 출력이 비슷한 모델끼리 비교하면 훨씬 저렴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었다.

     

    인피니티 M56 스포츠 모델은 5.6L 직분사 엔진이 415마력과 57kg·m의 힘을 낸다. BMW 5 시리즈 중에서 가장 강력한 녀석은 550i로 4.4L 엔진이 408마력을 토해낸다. 출력은 비슷하지만 BMW 550i는 1억1천990만 원이고, 인피니티 M56은 8천460만 원이다. 3천530만 원 이나 차이가 난다.

     

    인피니티 M37 역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최대출력 333마력의 VQ37 엔진과 7단 자동변속기를 기본으로 9.3GB 하드디스크를 품은 뮤직박스, 5.1채널 보스 사운드 시스템,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이탈방지, 차간거리제어 시스템 등 첨단 기능이 모두 적용된 M37 익스클루시브 모델이 6천970만 원이다. 최대출력 306마력인 BMW 535i는 9천64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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