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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랍 팔도 부사장 '디아블로3 현금거래 도입, 유저가 원하면 한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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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8-01 16:21:10

    <블리자드 랍 팔도 부사장(왼쪽), 랍 브라이덴 베커 부사장(오른쪽)>

     

    디아블로3 아이템 경매장은 유저가 원하는 시스템, 한국선 협의해 운영 할 것.

     

    “화폐 경매장을 도입하는 건 유저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저들은 아이템 거래를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최고로 키울 수 있죠. 경매장 그 자체를 게임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안전성과 재미, 그리고 게이머들의 요구를 고려해 배틀넷 경매장을 구상하게 됐습니다.”

     

    의자에 거꾸로 앉은 랍 팔도 부사장의 표정엔 자신만만한 여유가 넘쳤다. 그가 설명한 디아블로3 배틀넷의 핵심은 가히 파격이었다. 친구와 연결되어 게임을 함께 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여느 배틀넷과 비슷하다. 문제는 아이템을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화폐 경매장을 배틀넷에 추가한다는 것이다.

     

    아이템 현금거래에 배타적인 국내 게임시장에선 ‘화들짝’ 놀랄만한 일이다. 설명을 듣던 기자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랍 팔도 부사장의 설명은 거침이 없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어영부영 피해가지도 않는다. 스타크래프트2 출시 때는 게임 저작권 문제를 들고 나오더니, 디아블로3는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사실 경매장 도입까지 고민도 많이 했단다. 

     

    “실제 화폐를 사용해 경매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해 보세요. 부분 유료화가 처음 나왔을 때도 게임사가 돈 받고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사실에 반발을 많이 샀습니다. 디아블로3는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가 핵심 콘텐츠입니다. 어차피 현금 거래가 이루어질 바에는 차라리 게임사가 제공하는 안전한 장치 안에서 거래 하는게 낫는 판단이죠.”

     

    <배틀넷 경매장 화면, 아이템과 함께 캐릭터도 사고 팔 수 있다>

     

    <디아블로3 개발사 내부모습, 직원들이 휴식을 취하는 휴계소. 게임 분위기

     

    "두가지 타입의 경매장 따로 운영. 오토, 파밍 등 불법행위 철저히 감시"

     

    롭 팔도 부사장은 “디아블로3에서 아이템이 워낙 중요한 개념이고 아이템 거래를 유저들이 원하고 있다”며 “경매장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그의 주장도 일이가 있다. 이미 디아블로 전작에서도 아이템 현금거래는 활발했다.

     

    유저들은 직거래나, 혹은  중계사이트를 이용해 아이템을 거래해 왔다. 이런 비공식적인 거래는 해킹과 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실제로 게임에서 물건만 주고 돈을 받지 못해 피해 본 사례들이 속출했다. 게임사들은 현금거래에 반대의사만 밝힐뿐 어떠한 안전장치도 제공하지 않았다.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에게 돌아갔다. 어차피 유저들이 현금거래를 하는 이상,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게 블리자드의 생각이다.

     

    그는 게임 머니로 운영하는 경매장과 현금으로 거래하는 경매장, 두 가지 타입을 따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금 거래를 원치 않은 이용자는 게임 머니만으로 아이템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무조건 밀어 붙이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에서는 심의기관 등 관련 단체들과 충분히 협의한 후 시스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아블로3 개발실 벽면엔 한쪽엔 개발자들의 어릴적 사진들이 붙여져 있다>

    <강력한 위용을 자랑하는 디아블로 조형물>

     

    실제 경매장에서 유저는 익명으로 경매에 참여하게 된다. 경매가 성사되려면 등록수수료와 판매수수료를 내야 한다. 유저가 경매장에서 얻은 수익은 배틀넷 계정에 적립되고, 이 포인트를 이용해 배틀넷에서 서비스하는 다른 게임을 결제하거나 블리자드 샵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렇다면 특정 아이템이 고가에 거래되면 사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을 텐데...

     

    “디아블로 게임 자체를 봤을 때 아이템 가격이 너무 고가로 거래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템이 워낙 다양해서 특정 아이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 됩니다. 만약 그런 부작용이 생긴다면 시스템을 고칠 것입니다.”  

     

    오토나 파밍 등에 관련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디아블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처럼 오토로 인한 피해가 심한 게임은 아니지만 오토나 파밍 등에 관해선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국가별 경매장은 서로 거래를 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을 예정이다. 한국 서버에선 한국 유저끼리, 미국 서버에선 미국 유저끼리만 거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유저가 미국 계정으로 들어가 거래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한다.

     

    환전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그는 "블리자드를 통해 잔액이나 포인트를 직접 현금화 할 수는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업체와 연계해 환전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 블리자드는 거래에 대한 수수료를 일정부분 가져가는 방식이다. 또, 그는 “디아블로는 각 나라마다 서버가 한 개만 존재한다. 더 이상 랠름 같은 복잡한 구조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게임의 편의성에 대해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디아블로3, 앞으로도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디아블로3, 지금까지 블리자드 프로젝트 중 가장 힘든 작업"

     

    디아블로3 베타서비스가 조만간 진행 될 예정이다. 1차 테스트는 북미에서 먼저 진행하고, 대신 아시아 지역 유저도 북미버전에 접속해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사실 랍 팔도 부사장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의 모든 게임들을 진두지휘해 온 명장이다. 그는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해 봤지만 이번 디아블로3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원래 디아블로3는 블리자드 노스에서 처음 시작했죠. 그러나 노스 개발진들이 대부분 퇴사하고 7명만 남게 됐죠(당시 블리자드의 빌로퍼는 노스 개발진을 이끌고 따로 '플래그십'이란 개발사를 따로 차려 분사했다). 우리는 남은 노스 인원을 흡수하면서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10년만에 부활한 디아블로3는 앞으로도 적잖은 도전에 직면 할 것 같다. 블리자드가 세상에 내놓은 ‘악마의 게임’에 전 세계 유저는 잔뜩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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