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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대게임] 닮은꼴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 vs 아이온'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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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8-04 14:52:14

    게임과 영화는 한통속이다.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는 그 시간만은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 판타지의 용사가 되고, 전장의 영웅도 될 수 있다. 하나는 팝콘을, 다른 하나는 마우스를 들고 즐기는 것만 조금 다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게임을 통해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영화대게임'은 게임을 통해 영화을 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치열한 흥행전쟁 속에서 살아 남았다는 점에서 고지전과 아이온은 비슷한 운명이다>

     

    살아 남은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 VS 아이온’

    올여름 극장가는 블록버스터들의 전쟁터다. 여름만 되면 융단폭격을 하는 허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이에 맞서 밥상을 지키려는 국산 대작들의 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여름 성수기 반환점을 막 돈 8월 둘째 주, 한국 박스 오피스 1위는 장훈 감독의 ‘고지전’이다. 고지전은 한국전쟁의 ‘끝’을 다룬 영화다. 1951년 6월 미국과 북한이 휴전협정에 들어가면서 전선은 교착상태에 이른다.

     

    군인들은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죽고 죽이는 고지전을 반복한다. 싸울 이유조차 잊은 채 무의미한 전쟁은 계속된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 군인들은 과연 어떻게 모습으로 전쟁의 끝을 맞이할까? 영화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2008년 11월. 국내 게임시장은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 올 여름 영화시장 만큼이나 대작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걸출한 해외 게임들이 시장을 위협했고, 이에 맞서 토종게임들이 고군분투했다. 수백억 들여 만든 대작들이 간발의 차로 천국과 지옥을 맛보던 살얼음판 같은 시기. 결국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었다.

     

    아이온은 전쟁게임의 종결자다. 천족과 마족으로 나뉜 아이온 세계에서 유저는 하나의 요새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이유는 없다. 종족을 위해서 서로 죽고 죽이는 숙명을 타고 났다. 전쟁은 아이온의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콘텐츠다.

     

    전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고지전’의 군인들과 ‘아이온’의 데바들은 비슷한 운명이다. 그렇다면 고지전과 아이온에서 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전쟁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고지전과 아이온의 주제는 같다>

     

    '왜 전쟁을 하는가?'

    아이온이 처음 오픈될 때 김택진 대표는 “개인플레이보다 월드를 즐길 수 있는 게임, 사람 냄새 가득 배인 RVR이 아이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아이온에선 같은 종족 레기온끼리 경쟁하다가, 전쟁이 벌어지면 뭉쳐서 함께 싸워야 한다.

     

    종족의 생존을 위한 싸움, 이것이 바로 아이온을 관통하는 ‘대의’다. 게임은 ‘아이온 탑’의 붕괴를 막고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를 없애야만 하는 운명의 두 종족을 그리고 있다.

     

    그래선지 초창기 아이온은 지독히도 전쟁이 많은 게임이었다. 툭하면 상대종족의 요새를 털고 도시로 침투에 약탈을 자행했다. 곳곳에 열린 시공을 타고 들어가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돌아왔다. 그렇게 보복의 악순환이 꼬리를 문다. 어비스에는 종족의 명운을 가리는 거대한 RVR이 연일 계속됐다.

     

    전쟁은 그만큼 치열했다. 천족과 마족이 피터지게 싸우는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다. 한 뼘도 안 되는 요새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 전투를 되풀이 한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전쟁터로 내몰린다.

     

    고지전의 군인들도 마찬가지다. 나는 주인공이 안타깝게 죽어 나가는 장면보다, 남북한 군인들이 전쟁이 끝난 줄 알고 서로 잘 가라며 인사를 하는 장면이 더 가슴 아팠다 전쟁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도 없다. 거창한 명예나 이념 따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전쟁터로 들어간다.

     

    극 초반 북한군에게 잡혀온 주인공(신하균 역)에게 한 북한군 장교는 이런 말을 한다. “너희들(한국군)이 전투에서 매번 지는 이유는 왜 전쟁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수많은 전투를 겪으며 남들처럼 살기 위해 바동거리는 악귀로 변한다. 고지전의 군인이나 아이온의 데마나, 전쟁의 이유 따위는 없다. 숙명이기 때문이다.

     

    <영화속 애록고지와 게임속 어비스요새는 하루에도 수차례 주인이 바뀔만큼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애록고지 vs 어비스 요새 '치열한 공방전'

    고지전과 아이온은 싸우는 이유가 같다. 총 한발에 벌벌 떨었던 김수혁(고수 분)이 애록고지를 넘나들며 냉혹한 전쟁기계로 변하는 것처럼, 적을 만나 도망치기 바쁘던 9급병 데바가 전쟁에서 어비스 포인트를 얻으며 장교, 장군으로 진급한다. 이런 의미에서 고지전과 아이온의 전쟁은 생존 그 자체이자, 성장과정이다.

     

    영화는 애록(Aero.k)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싸우고, 게임은 어비스 요새를 쟁탈하기 위해 싸운다. 이곳에선 뺏고 뺏기는 전투가 수없이 반복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인이 바뀌는 곳이다. 각 지역의 요새는 다른 곳으로 연결되는 지리적인 요충지에 위치해 있다. 이곳을 빼앗기면 전투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때문에 아이온 전사들은 요새를 하나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치러야 한다.

     

    재미있는 건 상자다. 영화에서 남북한 병사들은 고지 정상에 보급상자를 묻어 놓는다. 이유는 고지를 탈환한 적군에게 전달해 주기 위해서다. 이들은 상자 속에 음식, 술, 담배와 함께 가족의 안부 등을 담은 편지를 담아 전달한다.

     

    의미 없는 전투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에게 상자는 유일한 ‘득템’의 기회다. 아이온도 요새를 점령하면 유물상자를 얻을 수 있다. 유물상자에선 어비스 포인트와 교환이 되는 유물과 각종 아이템들이 나온다. 고지전의 보급상자와 아이온의 유물상자는 전쟁에 지친 전사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자 안식처다.

     

    <살기 위해 서로 죽여야 했던 악어중대원처럼 아이온 투기장에선 같은 종족도 공격해야 한다> 

     

    비정하고 살벌한 전장 ‘혼돈의 투기장!’

    평지에서 이루어지는 ‘평야전’과는 달리, 고지전은 작전이 따로 없다. 전진이냐 후퇴냐 둘 중 하나다.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가 정상에 깃발을 꽂으면 그것이 승리다. 한껏 각 잡고 폼 잡고 기관총을 쏘거나 전우를 위해 폭탄을 안고 장렬히 산화하는 그런 영웅은 없다.

     

    바닥을 기는 벌레처럼 잔뜩 움츠리고 죽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비루한 군인들이다. 살아남는 것이 이들에겐 승리다. 때론 비정할 때도 있다. 적의 저격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같은 부대원도 총알받이로 이용하는 게 악어부대의 전투방식이다. 처음엔 종족의 명예를 위한 아이온의 낭만적인 전쟁도 서서히 고지전의 비정한 전투를 닮아가는 모양이다.

     

    영화에는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라 전쟁이랑 싸우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처럼 아이온은 같은 종족도 서로 적이될 수밖에 없는 비정한 전쟁터를 내놓았다. 아이온2.7 버전의 ‘혼돈의 투기장’은 종족의 명예를 우선으로 하는 지금까지의 전쟁과는 확연히 다른 전장이다.

     

    투기장은 10명의 유저가 전투를 펼치는 PVP 전용 장소다. 이곳에선 종족에 상관없이 모두가 적이다. 마지막에 점수가 가장 높은 유저가 아이템을 차지하고 영웅이 될 수 있다. 절박한 상황 속에서 내몰린 유저들은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멋지게 버프를 시전하거나, 대놓고 마법을 쓸 겨를이 없다.

     

    동료가 언제 적이 되어 공격할지 모른다. 리니지의 공성전은 혈맹의 이익을 위해 싸우고, 와우의 전장은 진영의 명예를 위해 싸우지만, 아이온의 투기장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그만큼 전투는 더 치열하다. 혼돈의 투기장이 있는 제 3템페르는 2.7 업데이트 후 몰려드는 유저들로 북적거린다. 매일 6시부터 12시까지 아이온 유저들은 치열한 ‘고지전’을 경험하게 된다.

     

    <적을 원샷원킬로 잡는 2초, 아이온의 궁성도 아이템을 강화하면 2초만에 상대를 녹일 수 있다>

     

    <극 초반 고수는 북한군으로 위장해 적의 시선을 돌린다. 살성의 은신기술과 비슷한 역할>

     

    파티별 클래스 역할, 영화와 딱 맞네!

    무기나 부대구성도 영화와 게임이 비슷하다. 고지전은 ‘2초’로 악명을 떨치는 북한군 저격수(김옥빈 역)가 등장한다. ‘2초’는 사람이 쓰러진 후 정확히 2초 후에 총소리가 난다는 것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총에 망원경을 달고 총신 부분을 개조해 먼 거리에서 정확히 상대방의 급소를 맞춘다. 대신 여자의 몸으로 근접전에선 쉽게 제압당한다.

     

    투기장에서도 무기개조가 중요하다. 똑같은 레벨의 캐릭터라도 무기 강화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수호성이나 검성처럼 근거리용 캐릭터는 공격력 위주로 무기를 개조해야 한다. 상대의 공격에 약한 치유성은 생명력이나 저항 위주로 아이템을 강화해야 한다. 궁성, 마도성 등 원거리 격수가 치명타나 집중 등의 마석을 장착하면, 영화 속 저격수처럼 2초 안에 적을 녹일 수도 있다.

    클래스별 역할도 영화와 비슷하다. 소대장은 파티의 중심이 되는 수호성, 의무병은 치유성, 기관총사수는 원거리의 전문의 궁성, 무전병은 강력한 화력을 불러올 수 있는 마도성, 분대장은 소대장을 이어 전투의 핵심이 되는 검성, 파티에 활력을 주는 호법성, 정찰별은 은신의 대가 살성, 군견병은 소환수를 불러낼 수 있는 정령성 쯤으로 비유된다.

     

    <영화속 전투는 끝났지만, 게임속 전투는 이제 시작이다>

     

    영화는 끝났지만, 게임속 전쟁은 이제 시작!

    영화에서 아쉬운 건 관객을 압도하는 대규모 전투신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고지를 뺏고 빼앗는 일상적인 전투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번에 업데이트 된 아이온2.7도 유저들 간의 소규모 전투가 우선이다. 매일 6시만 되면 반복되는 전투를 해야 한다. 어찌 보면 지겨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다가올 아이온 3.0에는 더 큰 전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은 3.0으로 가는 교두보다. 아이온 3.0부터는 단순한 ‘고지전’ 수준이 아니다. 서버 전체가 들썩이는 대규모 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투기장에서 수많은 ‘고지전’을 경험한 아이온 유저들에게 3.0은 새로운 전장을 제공할 것이다.

     

    인해전술로 악어중대를 몰아붙이던 중공군처럼 아이온3.0에선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적과 맞닥뜨릴 수 있다. 영화의 '고지전'은 엔딩 크래딧과 함께 끝나지만, 아이온의 ‘고지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저들은 전쟁의 '끝'을 볼때 까지 '투기장'에서 끝없이 싸워야 한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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