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K커뮤니케이션즈가 서비스하는 네이트, 싸이월드 등의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3,5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옥션, 신세계 등의 많은 기업이 해커에 의해 털렸고, 앞으로도 털릴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심각한 이유는 바로 네이트가 국내 3위의 포탈사이트라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전국민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SNS인 싸이월드까지 함께 해킹되면서 개인들이 쌓아놓은 개인정보가 도대체 어디까지 유출되었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면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피해규모가 3,500만 명이라고 덤덤하게 이야기 하고 있기는 하지만 국내 인터넷 사용자수가 3,700만 명 수준인 것을 감안해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거의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로 엄청난 수치이다. 한나라 국민의 개인정보가 일개 사이트의 서버에 저장되어 있고, 해커가 마음만 먹으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회원 가입되어 있는 무수히 많은 사이트를 전부 탈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회원에게 입력 받은 주민등록번호까지도 함께 유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를 빼돌린 그들이 개인정보를, 그것도 주민등록번호까지 포함된 개인정보를 가지고 어떤 일을 벌일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한다는 사실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사실 대한민국은 주민등록번호와 몇 가지 정보만 추가로 알고 있다면 못할게 거의 없는 나라다. 그런 나라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기 충분한 사건이다.

이쯤 되면 왜 웹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주민등록번호까지 입력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을 텐데도 말이다. 그것은 바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인터넷 실명제 때문이다. 인터넷 상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악플, 명예훼손 등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했던 것이다.

인터넷 실명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유튜브와 같은 서비스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에 이른다. 지금도 동영상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치를 전세계로 설정하거나 다른 나라로 설정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반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 대해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요구하고 있지 않아서 형평성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둘째치고 라도 실명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악플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제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인이나 정당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작성하게 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정당한 비판을 했음에도 말이다. 이런 경우 포탈사이트에서는 너무나 쉽게 사법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다. 일반 소시민들은 누군가에게 고소당하게 되면 덜컥 겁이 나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 있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고 있으며 국민의 입을 다물게 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실명제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도 악용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언제까지 주민등록번호를 서버에 저장해 두어야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