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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타보니] 구두쇠 부자 아빠를 위한, BMW 520d


  • 황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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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9-07 17:52:54

    부자가 되고 싶다면 먼저 짠돌이가 되어야 한다. 또 부자치고 돈을 낭비하는 사람이 드물다. 자동차계에서도 그런 녀석이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달고 한껏 자랑하지만 기름은 경차보다도 적거 먹는 BMW 520d가 그 주인공이다.

     

     

    BMW 520d

    길이

    4,899mm

    넓이

    1,860mm

    높이

    1,464mm

    축간거리

    2,968mm

    공차중량

    1,625kg

    엔진형식

    직렬 6기통 디젤 터보

    배기량

    1,995cc

    최고출력

    184마력 (4,400rpm)

    최대토크

    39.8kg·m (1,900~2,750rpm)

    변속기

    8단 자동변속기

    구동방식

    후륜 구동

    100km/h 가속

    8.1초

    연비

    18.7km/L

    승차인원

    5명

    가격

    6천240만 원

     

     

     

    디자인 어워드를 휩쓴 날렵함

    6세대 BMW 5 시리즈는 세계 3대 디자인 상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iF 디자인 어워드를 받을 만큼 자동차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BMW 5 시리즈의 날렵하고 우아한 디자인은 위급인 7 시리즈와 아주 닮았다. 덩치도 켜졌고 보닛과 측면의 라인이 비슷하다. 스포츠 세단인 3 시리즈보다 훨씬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준다.

     

    크리스 뱅글이 BMW 떠나고 조금은 통통하게 변했지만 전 모델이 워낙 날카로운 느낌이 강해 지금까지 날렵한 인상이 남아 있다. 오히려 보닛의 라인 때문에 더 앙칼지게 느껴지기도 한다. 디젤 엔진을 품은 520d도 외관에서 특별한 차이는 없다.

     

     

    BMW 5 시리즈는 준대형 세단이다. 국산 차로 따지면 그랜저와 같은 체급이다. 그랜저보다 길이는 11mm 작지만 넓이는 같고 축간거리는 123mm나 길다. 차체 길이를 늘이지 않고 앞뒤 바퀴 사이 공간(축간거리)를 늘려 실내 공간을 넓힌 것이다. 그만큼 BMW 5 시리즈의 실내는 여유롭다는 뜻이다.

     

    BMW 520d 운전석에 앉으면 차 안에 푹 파묻힌 것 같다. 보닛과 측면 어깨 라인이 높아진데다 두툼한 센터터널이 운전석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느낌보다는 차가 나를 보호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는 검정색으로 차분한 분위기에 우드 프레임 장식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두툼한 센터 터널에는 생소한 전자식 기어레버와 아이드라이브iDrive 조그다이얼이 자리하고 있다.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내비게이션 지도와 차량 정보를 함께 볼 수 있는 10.2인치 대형 와이드 LCD가 자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에서 길 안내를 받을 때는 계기반에도 방향 정보가 표시되어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달리기 실력은 가문의 혈통이다

    BMW의 엔진 기술은 세계 최고다. 가솔린은 물론 디젤 엔진도 마찬가지다. 520d에 실린 2.0L 디젤 엔진은 최대출력이 184마력이다. 물론 2.0L 디젤 엔진 중에 최고는 BMW X1 23d에 쓰인 204마력 엔진이다. 하지만 520d도 최대 토크가 39.8kg·m에 달해 X1 23d의 40.8kg·m와 차이가 거의 없다. 또한 306마력의 BMW 535i도 최대 토크는 40.8kg·m다. 이처럼 넉넉한 실내만큼 빵빵한 힘으로 호쾌한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여기에 더 빨라진 변속 시간과 매끄러운 엔진 회전수 매칭 능력을 보여주는 8단 자동변속기가 한 몫 한다.

     

     

    BMW 520d를 시승하기 전에 120d와 320d도 타 봤었다. 120d와 320d는 177마력 2.0L 디젤 엔진을 품은 녀석들이었다. 520d는 최대출력이 조금 늘었지만 덩치가 훨씬 크니 달리기 실력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이 120d는 7.8초, 320d는 8초, 520d는 8.1초로 거의 차이가 없다. 실제로 도로에서 제로백 타임을 확인해 보니 520d로 8초대 중후반을 기록했을 정도로 날랜 모습이다.

     

     

    520d를 타고 직접 달려보면 준대형 세단이라는 사실을 까먹게 된다. 가속페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3,500rpm에서 150km/h를 돌파하고 4,000rpm까지 그대로 밀어 붙인다. 180km/h까지는 지친 기색 없이 속도를 올린다.

     

    시속 100km/h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는 1,550rpm 정도다. 이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엔진 속도가 2,000rpm 이상으로 올라가며 속력을 낸다. 고속도로에서 앞차를 추월할 때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핸들링은 역시 BMW답다. 다른 차를 시승했을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해도 차선을 벗어나지 않고 잘 감아 돌아간다. 스피드 트랙이 아니라 한계까지 밀어 붙이지는 못했지만, 어지간히 거칠게 몰지 않고서는 불안하다는 느낌이 없다.

     

    브레이크는 처음에는 부드럽게, 갈수록 제동력이 강해지며 깊이 밟으면 칼같이 멈추는 브레이크 설정이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차가 멈추는 마지막 순간에 강하게 세우는 느낌이 들지만 1시간 정도 시승하면 금방 적응되는 수준이다.

     


     

    아늑한 실내, 인상적인 사운드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은 520d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실내에 들어오면 주위 깊게 느끼지 않는 이상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줄어든다. 스티어링 휠로 전해지는 진동도 느끼기 어렵다. 가속페달을 서서히 밟으면 천천히 속도를 높이지만 진동이 실내로 유입되지 않는다.

     

     

    달리는 동안 USB 메모리를 꽂아 음악을 틀면, 음악 감상실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푹신한 쇼파에 몸을 묻고 2,000W짜리 우퍼가 뿜어내는 묵직한 저음이 온 몸으로 전해지는 것 같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는 이상 엔진 회전수가 3,000rpm을 넘기는 일이 없고, 그 이하에서는 실내로 엔진 소음이 들어오는 경우가 없다.

     

     

    노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진동이 조금씩 전해지지만 과속방지턱은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BMW 320d보다 서스펜션이 무른 편이라 스포츠 세단의 특징을 가지면서도 대형 세단의 안락함을 가미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감싸져 있지만 촉감이 부드럽지 못하고 조금 딱딱한 느낌이다. 한 여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도 거칠게 운전하다보면 손에서 땀이 나기 마련인데, 가끔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뛰어난 정보 시스템, 작은 아쉬움

    BMW는 수입차 판매 1위답게 인포테이먼트 시스템은 완벽하게 한글화가 되었다. 다이얼을 돌려가며 내비게이션까지 컨트롤하는 아이드라이브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느리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아주 편하다. 목적지를 입력할 때 초성에 맞는 중성과 종성만 활성화되고, 글자를 하나씩 입력할 때마다 검색 데이터를 미리 확인해 데이터에 있는 낱말만 입력되도록 바뀌기 때문에 전체 단어를 다 입력하지 않아도 원하는 목적지를 빠르게 탐색할 수 있다.

     

     

    520d의 계기반은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 위치가 다른 차들과 반대다. 속도계가 왼쪽, 타코미터가 오른쪽이다. 또 특이한 것은 타코미터 아래에 연비 표시 장치가 있고 그 끝에 이피션시다이나믹스라는 파랑색 표시가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아닌데 무슨 표시인가 했더니, 바로 브레이크 에너지 재생 장치의 작동 유무를 나타내는 것이다. 주행 중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거나 브레이크를 밟으면 감속하는 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베터리를 충전하는 장치로 가속할 때나 주행 중에는 발전기를 멈추고 엔진의 모든 힘을 바퀴로 전달해 가속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연료를 아끼는 장치다.

     

     

    520d 모델에 일부 편의 장치가 빠지긴 했지만 내비게이션, 크루즈컨트롤,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 고급 장치들이 포함되어 있어 부족하다는 생각은 없다. 다만, 스마트키 기능이 없는 단순한 리모컨 키다. 차에 타려면 반드시 키를 꺼내 열림 버튼을 눌러야 한다. 버튼 시동장치까지 있는 마당에 스마트키만 적용되었다면 정말 좋았을 것인데 아쉬운 대목이다.

     

    또, 센터 터널에 자리한 아이드라이브 조그다이얼 뒤에 있는 재떨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운전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닌데, 운전 중 손을 두기에 가장 좋은 위치에 재떨이라니. 차라리 휴대폰 거치대를 두는 것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다. 스마트폰 독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핸즈프리 단자가 있는 휴대폰 포켓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구두쇠 부자 아빠를 위한 디젤 세단

    디젤 세단과의 만남은 늘 즐겁다. 두툼한 토크로 힘차게 달려 나가고, 기름까지 아껴주니 시승하는 동안 아무리 달려도 주유소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는 자부심까지 더해진다면 기쁨은 배가 된다. 이번에 시승한 BMW 520d도 그랬다.

     

     

    BMW 520d는 구두쇠 부자 아빠들을 위한 차다. 항상 ‘아껴야 잘 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들에게 18.7km/L의 연비는 치명적인 유혹이다. 게다가 밤이면 둥근 눈을 뜨고 한 눈에 ‘나 BMW요’라고 조용히 속삭이는 녀석이라면 아무리 짠돌이라도 마음이 설렌다. 안락한 실내 공간을 보고, 호쾌한 달리기 실력을 경험하고 나면 디젤 세단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베타뉴스 황영하 (re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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