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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청년멘토' 안철수, 스마트시대 진정한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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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9-09 09:03:17

    가히 ‘안철수 쇼크’라 할 만하다.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한국 정치판을 흔들고 있다.

     

    4박 5일의 라이브쇼였다. 그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자마자 단숨에 그의 지지율은 50%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그간 자천타천으로 후보로 오른 인물들은 단숨에 도토리가 되고 말았다. 반전은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불과 5%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시장직을 양보하는 단일화를 이뤄내면서 그는 어느덧 차기 대선주자의 반열에 올라섰다.

     

    최근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는 그의 ‘통큰 양보’가 또다시 그에게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날개를 달아주었다는 걸 실감케 했다. 4년 동안 부동의 지지율 1위를 지켜온 여당 후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누르고 단숨에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박원순 변호사도 서울시장 후보 여론 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이 옮겨가면서 1위에 올랐고, 야당은 중심축을 잃은 봉숭아학당으로, 시장직을 걸고 정치도박을 했던 여당은 갈팡질팡하는 시정잡배로 비난받고 있다.

     

    그는 의과대학생 시절 안철수연구소를 통해 보안 백신을 만들어 7년 동안 무료로 배포했다. 이때 돈받고 팔았더라면, 외국인 업체의 거액인수 제안은 수용했더라면 그는 일찍이 벤처 거부의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벤처 신화를 쌓은 뒤에는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스스로 물러나 학자의 길을 택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가 경영학을 공부하고 카이스트 교수가 됐다. 이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행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하지 못하는 ‘아픈 청춘’의 멘토가 되었다는 것이리라.

     

    그는 25차례의 ‘청춘콘서트’를 통해 전국을 순회하며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가는 곳마다 구름처럼 몰려와 그의 말을 경청했다. 여당도 야당도, 정부도 하지 못한 청년실업의 문제와 50%가 넘는 비정규직, 사회 문제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대화했다.

     

    청춘콘서트의 흥행 요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이 시대의 아이콘인 안철수 박사를 비롯해, 트위터에서 열성당원을 거느린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 조국 서울법대 교수, 법륜 평화재단 이사장, 개념있는 연예인으로 통하는 김제동, 탤런트 김여진 등의 슈퍼스타급 게스트가 있다는 점, 그들이 젊은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콘서트 형식의 대화를 나눈다는 파격적인 형식, 여야 모두 젊은이의 등록금이나 실업, 미래 문제에 입닫고 있을 때 의제를 설정하고 대안을 찾는다는 점 등이 통했다.

     

    말로만이 아닌 마음으로 행동으로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같이 호흡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질식할 것만 같은 청춘들에게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한줄기 희망이었다. 안철수의 삶은 그 자체로 매료될 만한 요소가 넘쳤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곁에 있어준 그 콘서트 자체만으로도 ‘아픈 청춘’들은 그를 멘토로 삼기 시작했다.

     

    안 박사가 말한 리더십도 기존 정치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는 말한다. “20세기에는 리더가 정보를 독점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이 더 잘 안다. 지금의 리더십은 대중에게서 나온다.” 나만 따라오라는 식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 리더라는 그의 지적은 그의 IT분야에서의 일가를 이룬 인생행로와 함께 현재적 삶을 살고 있는 답답한 청춘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가령 트위터의 광고 카피를 보자. “트위터는 지진보다 빠르다”이다. HP의 CEO 레오 아포테커는 “이제 지구촌의 IT적 생태는 테크놀로지의 ‘T’가 아니라 인포메이션의 ‘I'로 옮겨갔다”고 말하지 않는가.

     

    그는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고위직을 제안 받았고, 정치 입문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총리직으로 유혹했지만 기존 정치권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단호히 거절해왔다. 이번 서울시장 출마설은 그가 ‘급식문제가 시장직을 걸만한 일이 아님에도 일련의 도박을 계속했던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행위’에 대한 분노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는 50%의 지지율에도 흔쾌히 ‘통큰 양보’로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한국 정치판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무력하고 무능하기까지한 기존의 정치권 악성코드에 단일화란 이런 것이란 ‘새로운 백신’을 던져주었다. 그래서 똑똑하면서도 친절한 그의 ‘쓰임’은 더욱 커졌다. 한 칼럼니스트의 말처럼 그는 보통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이 양보 하나로 ‘세상을 얻었다’.

     

    스마트 시대의 위너란 누구일까. 세상은 권력의 생각대로가 아니라 대중의 생각대로 움직인다. 그것이 스마트 시대의 모습이다. 안철수의 ‘쓰임’이 미래형인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베타뉴스 카프카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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