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0-17 09:41:44
기업의 채용 문화가 필요할 때마다 사람을 뽑는 이른바 상시채용이 일반화되면서 예전처럼 대학교 졸업 시즌에 맞춰 많은 직원을 한꺼번에 뽑는 문화는 점점 보기 어려워진다. 우리 회사 역시 요즈음 인원 보충과 결원 그리고 새로운 사업 진출 등의 이유로 직원들을 뽑게 되어 요즈음에는 많은 시간을 입사관련 업무에 쓰고 있다. 면접을 보다 보니 IT분야에서 마케팅을 꿈꾸는 이들에게 선배로서 작은 조언을 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일단 가장 필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의지이며 이를 위한 준비다.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보는 것은 가능성이다. 기업이 학벌과 경력을 보는 것도 좋은 학벌과 경력이 있으면 그러한 가능성에 좀 더 도달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경험일 뿐이다. 즉, 어떤 학교를 나오고 어떤 경력을 쌓았는가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지 절대지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IT분야는 다른 분야에 비해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다. 올 한해, 아니 불과 몇 달의 일만 정리해보아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HP의 PC사업 분사, 스티브 잡스의 죽음, 애플과 삼성의 특허 분쟁, 여기에 가상화와 클라우드 등 다른 어떤 분야보다 뉴스거리가 많다. 달리 말하면 면접관으로서는 물어볼 거리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트렌드에 민감해야하고 소비자는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시장에서는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를 의식해야 한다. 딱딱해진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요즈음 개콘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는 코너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부하고 마케팅 준비하느라 TV를 치운 지 오래”라는 답변은 교과서에서나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답변이다. 즉, 트렌드를 놓치지 말고 항상 공부하라는 것을 두 번째 중요한 덕목으로 꼽을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 IT마케팅은 힘들다. 흔히 볼 수 있는 소비재는 그것을 쓰는 고객층이 비교적 명확하고 제품 성격이나 이에 대한 고객반응도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IT마케팅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 흔히 IT마케팅에서 쓰는 말로 고객이 갖는 세 가지 요소, 즉 두려움(Fear), 불확실성(Uncertainty), 의구심(Doubt)이라는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비교적 IT제품이 새로운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인 데다 길에서 음료수 하나 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값이다 보니 제품의 가치와 성능이 고객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제품이다 보니, 의구심을 넘어서 두려움까지 든다는 뜻이다.
단적인 예로 다른 어떤 제품보다 좋고 나쁨이 명확하게 갈리며, 소비자들 역시 극단적인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것이 바로 IT제품이다. 값으로만 따지면 훨씬 비싼 자동차나 집에 비해서도 유독 심하다. 그래도 하드웨어는 양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설명하는 일은 거의 종교를 전파하는 일 만큼이나 어렵다. 게다가 그 설명을 듣는 이들은 믿음도 그리 깊지 않은데 말이다. 달리 말하면 그래서 가능성도 훨씬 크다. 고객들도 잘 모르고 심지어 두려움까지 갖는 제품인데 효율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봤던 수많은 마케터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아쉬움은 뛰어난 재능과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즈음 관심이 많은 SNS를 이용한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 등에는 많은 관심이 있으면서도 마케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른바 4P (제품, 가격, 프로모션, 판매처) 등을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높디높은 토익점수에 중국어까지 유창한 이들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언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한 도구이지 언어를 전공으로 하지 않는 한 그것이 목적은 아닐 것인데 말이다.
그리고 대학교 때의 인턴쉽이나 아르바이트 경험에 많은 설명을 하는 것도 기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가산점을 주기는 힘든 일이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라!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에게 회사의 운명을 맡길 일을 시키는 회사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일을 했다면 왜 그 회사에서 그렇게 유능한 인재를 잡지 않았겠는가!
쉽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직업, IT마케터에 도전하는 이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다. 꼭 마케팅을 전공할 필요도 없고, IT분야에 깊은 지식이 없어도 좋다. 좋아하면 하고 싶고, 나 말고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고 심지어 만들거나 팔고 싶은 그 무엇이 있게 마련이다. 스티브잡스나 빌게이츠 같은 천재는 아니어도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가능성이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도전하는 이의 특권이라고 나는 믿는다.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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