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0-28 14:25:33
흔히 제품을 구매하면 일정 기간 동안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사용 중에 제품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증하겠다는 내용이다. 최소한의 수명을 무상 서비스 기간 내에 명시한 셈이다. PC도 마찬가지다. 중앙처리장치(CPU)나 저장장치, 메모리, 메인보드, 등 자체적으로 보증기간이 명시되어 있다.
삼성이나 LG, HP 등 브랜드에서 만들어져 출고되는 완제품 PC의 경우, 해당 제조사가 서비스를 담당하지만 조립 PC 시장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각 부품에 대한 증상을 진단하고 직접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은 1~3년 가량 보증해 주고 있다.
그래픽카드는 조금 독특하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상 보증 외에도 추가로 ‘유상 보증’이나 ‘확대 보증’이라는 이상한 단어를 쓴다. 이를 통해 3년에서 많게는 5년까지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확인해 보니 허점이 있었다.
◇ ‘2+3년, 총 5년 서비스 받을 수 있다?’ 기간 내에 등록해야 가능 = 국내 그래픽카드 업계 중에서 가장 긴 사후 서비스 기간을 갖는다고 홍보하고 있는 곳은 조텍(ZOTAC)이다. 여기서는 2년 무상 보증에 3년 확대 A/S 보장을 통해 총 5년간 사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왔다. 최근에는 지포스 500 시리즈에 한해 3년 무상 보증에 2년 확대 보증을 적용했다.
5년이라는 매력적인 사후 서비스 기간, 소비자라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타 브랜드는 대부분 길어야 3년 정도의 (무상, 유상 포함) 보증 기간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3년 확대 보증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구매한 제품을 14일 이내에 홈페이지 등록을 해야 가능히다. 500 시리즈에 적용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등록 기한. 14일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소비자들은 제품을 등록해야 RMA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제조사가 보증하는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들이 많다. 제품에 부착되는 스티커에는 최대 서비스 기간만 부각될 뿐, 등록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변경된 스티커는 약간 개선이 이뤄졌다.)
지난 2009년 8월, 조텍사의 지포스 GTX 275 그래픽카드를 구매한 K모씨(29, 회사원)는 "제품 박스에 스티커로 5년 워런티(무상 2년+RMA 3년 보증)로 표기되어 있어 이를 믿고 구매했지만, 최근 문제가 생겨 RMA 서비스를 받으려 하니 제품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5년간 서비스 해 줄 것 같이 써 있는데 막상 안 된다니까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 그래픽카드 박스에 부착되던 서비스 관련 스티커. 좌측은 변경되기 전의 것으로 어디에도
14일 이내에 등록해야 한다는 문구가 없지만 최근 변경된 스티커(우)에는 이런 부분을 의식한 듯
14일 안에 홈페이지에 정품 등록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새로 변경된 서비스는
지포스 500 시리즈 이전 제품에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과거 렉스테크놀러지를 통해 유통된 조텍 지포스 GTS 250 그래픽카드를 서비스 받기 위해 조텍 코리아의 서비스 상담을 의뢰했다. 고객 상담 센터 직원의 대답은 냉담했다. "조텍 코리아가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자사가 판매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어 서비스 받을 수 없다"고 했다.
RMA 처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상담원은 "조텍 코리아가 타 유통사의 조텍 제품까지 RMA 처리해 줄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같은 조텍 제품인데 왜 안 되는지 이유는 간단했다. 조텍 코리아를 통해 판매된 제품이 아니어서다.
조텍 코리아의 말대로라면 조텍 코리아 설립 이전에 판매된 제품은 어떤 이유에서든 서비스 받을 방법이 없다. 렉스테크놀러지를 통해 구입한 제품은 아직 유통사가 처리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지금은 사라진 에버탑이 유통한 제품의 RMA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사설 RMA 대행 업체를 찾거나 서비스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에도 제품을 버려야 한다.
조텍 코리아는 엄연한 국내 지사임에도 국내에 판매된 모든 조텍 제품에 대한 서비스를 감싸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정말 한국 지사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갤럭시 코리아의 경우, 과거 유니텍을 통해 제품이 유통되었지만 지금은 지사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갤럭시 코리아 측은 자사의 제품을 유통한 유니텍이 아직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어 처리는 따로 이뤄지지만 향후 부득이한 상황으로 서비스를 받지 못할 경우, 자사가 모두 이양할 방침이라고 언급했다. 조텍 코리아와 비슷한 운영 방침을 고수하는 것이어서 아쉬움을 남긴다.
이 브랜드의 그래픽카드는 2년 무상에 1년 유상 보증을 합쳐 3년의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별도의 RMA 공시는 없고 내부 판단에 따른다.
한편, 조텍 코리아와 비슷하게 지사 없이 여러 유통사를 거친 뒤, 한국 지사를 세워 국내 시장에 진출한 컬러풀 코리아는 조금 다르다. 이미 디앤디컴, 이룸테크, 리더스 등을 통해 컬러풀 제품이 유통된 바 있지만 부득이한 경우로 서비스가 불가능한 제품은 컬러풀이 지정한 A/S 기준에 따라 모두 직접 처리하며 지사가 져야 할 도의적인 책무를 이행하고 있다.
게인워드 브랜드는 국내 지사는 없으나 유통사가 기존 유통사의 서비스를 모두 이양 받은 사례다. 지난 해, 디지털 파이오스에서 앱솔루트코리아로 제품 판매에 대한 권한이 이전됐고 이에 서비스까지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조텍은 지포스 500 시리즈에 대해 3년 무상 서비스와 2년 RMA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 제품은 여전히 2년 무상 보증과 3년 RMA 서비스를 받는다. 앞으로 나올 제품에 대한 자사 정책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지포스 400 시리즈가 판매되는 상황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라면 소비자에게 제품을 제대로 서비스할 의무가 있다. '일단 팔고 보자'며 감언이설로 자세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고 소비자를 현혹시켜 제품을 판매한 뒤, 도의적인 책임을 뒤로 한다면 이는 지탄받아야 마땅하다.
베타뉴스 강형석 (kangh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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