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2 13:46:04
30년 동안 이어온 닌텐도 신화에 금이 갔다. 화투 제조업체로 시작한 닌텐도는 완구회사를 거쳐 1980년대 가정용 게임시장에 진출했다.
휴대용게임기 ‘NDS’와 동작인식 게임기 ‘닌텐도 위(Wii)’를 성공시켜전세계 최고의 게임사로 등극했다. 2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지 못하냐”고 말하자, 국내 대기업들이 나서 ‘닌텐도 배우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절대 흔들리지 않을것 같았던 닌텐도가 최근 심각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4~9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6% 줄어든 2157억엔(약 3조1480억원)을 기록했고, 573억엔(약 8363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올해 예상매출은 전년도보다 22.1% 감소한 7천9백억엔(11조 8천5백억원)으로 약 200억 엔의 적자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1981년 연결순익을 공개한 이후 30년 만에 처음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 3DS의 판매부진과엔고 현상이 맞물려 수익이악화된 것으로 분석했다. 한때 대통령까지 부러워했던 닌텐도가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보수적이고 패쇄적인 시장관리가 원인이다. 닌텐도 부진을 스마트폰 때문으로 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의 ‘오픈마켓’이 결정타였다. 닌텐도는 아이디어는 혁신적이지만, 시장관리는 보수적이다. 게임사들은 닌텐도용으로 게임을 출시하려면 본사의 까다로운 검수를 받아야한다. 완성된 게임도 닌텐도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발매할 수 없다. 닌텐도의 입맛에 맞는 게임만 판매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게임들이 나올 수 없는 시장이 됐다. 닌텐도 게임만 잘되고 색깔이다른 게임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두뇌트레이닝’, ‘닌텐독스’, ‘슈퍼마리오’, ‘포켓몬스터’ 등 100만장을 넘긴 히트작들은 닌텐도가 직접 만든 게임이고, 그 외의 게임들은 대부분 20만 장을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임사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애플 앱스토어가 나오자 불만은 현실화 됐다. 앱스토어와 같은 오픈마켓은 규모에 상관없이 간단한 심의만 통과하면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게임의 선택기준을 게임사가 아닌 이용자에게 돌려 다양한 게임들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앵그리 버드나 팜빌 같은 게임들이 닌텐도용으로 나왔으면 지금과 같은 대박을 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엘리트주의’에 빠져 스스로 시장의 문을 좁힌 결과다.
소프트웨어 쪽에서 밀리다 보니 하드웨어도 경쟁력을 잃었다. 닌텐도의 전성기를 이끈 닌텐도디에스는 전화와 인터넷,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뒤늦게 카메라가 부착된 NDSi를 출시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에는 못 미쳤다. ‘위’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 소니의 ‘무브’ 같은 고성능 동작인식 게임기에게 시장을 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카드 ‘쓰리디에스’도 신통찮다. 전용 안경 없이 입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쓰리디에스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초반 3백 만 개 이상이 팔려 반짝 인기를 얻었으나 한 달 후 판매율이 급감했다. 킬러타이틀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게임기 판매율까지 뚝 떨어졌다. 그나마 출시된 게임들도 어설픈 삼차원 영상으로 눈만 어지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결국 출시 5개월 만에 제품 가격을 40% 인하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게임기 판매만 주력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 부분을 간과한 결과다. 닌텐도는 내년 새 게임기 ‘위U’를 출시해 부진을 만회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롭게 ‘판’을 짜지 않는 한 제품 몇 개 내놨다고 시장주도권을 되찾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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