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1-11-04 13:22:49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초년병’ 박원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4·27 재보선 때 ‘천당 밑에 분당’으로 통하던 여당의 철옹성이 무너지고, 야당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승리하고 난 후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당시 선거 전문가들은 손 대표의 주요 승리 원인으로 넥타이부대의 선거 참여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의 투표 독려를 꼽았다. 이번에는 안철수 서울대융합대학원장의 후보 양보가 초기에 주목을 받았고, 기존의 올드미디어에 맞서 ‘나는꼼수다’와 트위터 등 SNS의 실시간 소통이 더욱 파괴력을 발휘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출구조사 연령별 투표 상황이 사회 전체에 충격파를 던졌다. 20대 69.3%, 30대 75.8%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걸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안철수 효과와 함께 SNS가 올드미디어보다 더 높은 신뢰성과 파급력을 보인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그렇다면 SNS의 부상은 IT업계의 어떤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을까. 올해 한국의 IT 트렌드는 ‘모바일빅뱅’으로 불리는 스마트폰 가입자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대변된다. 지난 10월 28일 기준,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다. 올 3월 1000만명을 돌파한 지 7개월 만이다. 속도에서 뒤지는 것을 절대 못참는 것으로 유명한 한국인의 ‘빨리빨리’ 기질이 스마트폰 보급률에서도 전세계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 가입률을 만들어내고 있다.
IT업계에서도 NHN과 다음이 스마트폰 보급증가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다. NHN의 올 상반기 일일 평균 모바일 검색 광고 매출액 7000만~8000만원이었지만 최근 1억원을 돌파했고, 다음 목표 주가 17만원으로 상향조정되었다.
이처럼 ‘스마트폰 2000만대 시대’와 맞물리는 SNS의 영향력은 젊은이들에게 색다른 소통수단에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체로 그 역할이 변신하고 있다. 기이한 것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올드미디어들이 앞다퉈 SNS 선거 영향력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트위터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트위터는 스마트폰과 웹을 이용해 140자 이내로 손쉽게 많은 사람들에게 뉴스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소통수단이다. CEO, 유명인사에서부터 선남선녀까지 거의 모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국내 트위터 사용자는 350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8%에 해당한다. 최근 트위터에 하루 평균 올라오는 글을 보면 300만 건으로 그 중 정치 주제 10만 건인 3% 가량 된다. 올해 초 하루 1만 건에 비해 10배나 늘어난 것이다.
가장 흥미로운 분석은 이번 선거 출구조사와 놀랍도록 유사한 이용자 연령분석이다. 트위터 이용자는 20~30대의 비중이 87.6%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40대 10.2%, 50대 2.2%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드 미디어들은 아예 SNS를 통제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감정적으로 쏟아내기도 한다. 실제로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숍’ 문제 등은 SNS를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다.
지금 20~30대 IT세대들은 아프다. 등록금 문제, 취업문제, 공정성, 노후불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꿈꿀 수가 없다. 기댈 데도 많지 않다. 스마트폰, 아이패드, SNS 등 IT기기를 통한 소통에 능한 그들은 역설적으로 현실 정치가 아닌 안철수와 박원순에게서 꿈을 찾는다. SNS를 통해 자신의 분노를 쏟아낸다. 중동의 민주화 운동처럼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선거의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어쩌면 트위터와 ‘나는 꼼수다’에는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것처럼 아픈 청춘들의 분노가 있고,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소망이 융합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IT의 새 트렌드인 기존 기술을 융합해 새 가치를 창조하는 그 융합 같은 것 말이다. 그러니 2030 반란을 두려워하기 보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베타뉴스 카프카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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